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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생태계 엿보기

화제의 웹툰 - 게임회사 여직원들

“마음 같아서는 전부 다 뽑아주고 싶어요, 전부 다.
이 업계엔 어른들의 권유로, 혹은 돈이나 명예를 위해 오는 사람들보다 오로지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니까요. 우리가 그랬듯 말이죠.”
- 《게임회사 여직원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세상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쉽게 게임 유저가 될 수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유·무료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앱스토어에서 유저의 간택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이 많은 게임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 걸까? 웹툰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게임회사에서 5년 남짓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해 ‘게임 만드는 사람’들의 생태계에 훤한 작가가 연재 중인, 게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통 ‘게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는 어땠나 생각해본다.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프로그램을 짜는 공돌이, 오타쿠적 취향을 숨기지 않아도 모두가 ‘덕후’이기에 괜찮은 회사 분위기, 큰 회사가 많은 도심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의 홍수 속에서도 단번에 식별 가능한 (야근에 최적화된) 편한 옷차림 등이 있다. 이런 이미지를 덧씌워 만든 가상의 게임회사 근무자의 모습은 아마 절대다수가 남성일 것이다.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이런 관점을 슬쩍 비켜나가 제목 그대로 여직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기획, 개발, 디자인 각 분야를 대표할 세 명의 여성 캐릭터를 구축한 뒤 그들을 중심으로 회사 안팎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펼쳐 보인다. 작가 본래의 캐릭터에서 따온, 사차원 정신세계의 그래픽디자이너 마시멜, 프로그래밍은 능수능란하지만 남성과의 교류에는 소극적이며 안경을 벗으면 초 미녀로 변신(!)하는 아름씨, 일에서는 똑 부러진 지적인 누님 스타일을 견지하지만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버프군’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기획자 기혜씨. 만화적 과장이 다수 들어간 캐릭터에 현혹되어 처음에는 그저 귀엽고 재미있는 만화 정도로 보이지만 연재가 오래 지속되자 이야기의 범위가 확장되며 자연스럽게 ‘만화적 캐릭터’들에게 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작은 게임회사가 어떻게 생존하는지, 극명하게 갈리는 스타트업의 명암, 기획자가 하는 일의 한계, 업계 이직률이 높은 이유, 야근수당이라는 단어 앞에서 ‘받아본 적 없다’며 한숨 쉬는 직원들의 모습…. 작품의 무대가 되는 게임회사 ‘식빵소프트’의 대표부터 팀장, 직장 동료와 신입사원 등 실제 업계가 그렇듯 남성이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 평균적인 게임회사 남녀 성비가 8:2라면 ‘식빵소프트’는 4:3 정도라고. 수적 우세인 남성 캐릭터들은 작품 속에서 식빵, 곰, 푸딩, 개 등의 캐릭터로 등장하고 오로지 여성만이 사람의 모습이다. 작가 마시멜은 “남성 캐릭터만 동물로 그린 이유는 여직원들이 초점이 됐기 때문에, 여직원들의 디테일한 감정 묘사나 상황에 따라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달라지는 걸 표현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작 게임에서 파생된 2차 창작 만화나, 게임업계를 슬쩍 내보이는 만화가 기존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 캐릭터는 현실에서의 비중만큼 부가적 존재로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게임회사 여직원들》처럼 일하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없었다. 작가가 게임업계의 ‘2’에 속했던 여성이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든 간에 틀을 비집고 나온 이 작품은 존재 자체로도 유쾌하다. 게임회사 사람들이 아닌 보편적인 사회인들에도 공감 가능한 일과 취미, 사랑, 꿈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게임업계를 지망하는 이들에 대한 응원과 냉정한 현실인식이 있다. 지난 7월부터 이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이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방영 중이다. 걸그룹 멤버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나 원작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직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가 되어버렸다는 비평, 원작과는 다른 캐릭터의 맛이 있다는 호평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어느 의견에 내 한 표를 던지고 싶은지, 원작부터 탐독하며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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