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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시도 같은 철조각으로 재해석한 도시환경

조각가 김병주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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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일상을 빌딩 숲으로 묘사되는 도시환경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일생을 보낸다. 매일같이 빌딩 혹은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를 지나다보면 문득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공간이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김병주 작가는 철판을 레이저로 잘라내 속이 들여다보이는 집과 빌딩을 만든다. 그가 만든 집은 삼각 지붕과 아치형 창문, 2층 베란다 등 거리에서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내부 계단 등 건물 속까지 들여다보인다. 그는 철을 재료로 사용하면서 투시도를 그리듯 건물을 재현해낸다. 투시도가 평면에 입체적인 공간을 재현하면서 환영을 만들어낸다면, 그의 작업은 투시도를 다시 입체로 전환한다. 하지만 정확한 재현은 아니다. 10cm 정도 깊이로 짜부라뜨린 부조로 만들기 때문이다. 철로 된 선들이 중첩되면서 평면과 입체의 특징을 모두 보여준다. 중첩되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대비되는 색을 사용하면서 작품은 활기와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을 보면 우리가 속해 있는 도시환경이 훨씬 더 활기차고 밝게 느껴진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익숙한 장면들을 제 작품을 통해 새롭게 봐주었으면 합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비움과 채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들

〈Ambiguous wall-Facade#2 04,05〉, Steel, Urethane paint, Acrylic board, 80x90x13cm, 2015
그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현대 도시 풍경을 채집한다. 하지만 사진 속 건물이 그대로 그의 작품이 되지는 않는다. 사진은 건물의 정면이나 측면 등 일부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건물의 세부적인 모습은 채집된 이미지들을 활용하되 전체 구조와 내부 공간은 그의 상상으로 만들어진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건물을 하나씩 짓는 셈이다. 그는 먼저 건축설계를 하듯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투시도를 그린다. 그다음 깊이에 따라 정확한 계산을 거쳐 철판을 잘라낸 후 여덟아홉 겹 중첩시켜 입체 작품을 만든다. 작가의 감성뿐 아니라 객관성과 합리성이 중요한 작업이다. 이런 작업의 단초는 2006년 홍익대 조소과 4학년 때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시작됐다.

“대학 시절 돌도 깎아보고 나무도 다뤄봤지만 금속이 저하고 제일 잘 맞았습니다. 계속 깎고 다듬어야 하는 다른 재료와 달리 바로바로 결과가 나타나는 직설적이고 간결한 면이 좋았어요. 강해 보이지만 열을 가하면 한없이 부드러워지는 금속의 상반된 모습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물함이나 캐비닛같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노출시켜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속이 들여다보이면서 형태를 잡아줄 수 있는 재료를 찾다 철망으로 사물함을 만들고, 그 안에 제가 실제로 쓰던 물건들을 집어넣었죠. 그러다 철망과 방충망, 철선 등을 사용해 속이 들여다보이는 집을 만들어 졸업전시회에 선보이면서 건축적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철선을 계속 가로세로로 교차시키는 격자구조로 구조물을 만들어 전시했다. 격자구조가 반복되면서 공간이 생겼지만, 속이 들여다보이는 비어 있는 공간이다. 비움과 채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들에 ‘모호한 벽(ambiguous wall)’ ‘죽 늘어놓은 빈 공간(enumerated void)’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작품들을 전시장에 설치하면서 조명을 비추니 벽면에 투시도 느낌의 그림자가 생겼다.

“어떤 방향으로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그림자의 형태와 크기가 자유자재로 바뀌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입체 구조물과 그로 인해 벽면에 생긴 그림자 드로잉이 하나의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중첩된 공간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그림자는 제가 하고 싶은 작업 내용을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다시 3차원으로 만들어보고 싶었고, 그때부터 제 작품이 점차 부조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그가 만든 3차원 입체 작품이 2차원의 그림자를 만들었고, 그는 그 그림자에 착안해 다시 3차원 부조를 만들어냈다. 그 부조 작품은 2차원 평면과 3차원 입체 사이 모호한 위치에 있다. 레이저로 잘라낸 철판을 아크릴보드 위에 붙인 그의 작품을 보면 앞부분은 과장될 정도로 크게, 뒷부분은 정말 작게 묘사하는 단축법이 두드러지는 평면 작품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깊이와 공간감이 있는 입체 작품이다. 지붕, 창문, 차양 등 건물의 외양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자세히 속을 들여다보니 한 겹 한 겹 내부 공간이 펼쳐진다. 그런데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2차원의 이미지로 제시되어 있다. 보는 이가 계속 평면과 입체를 오가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선들을 헤집고 공간을 탐닉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평면에 공간을 묘사할 때는 얼마든지 상상력을 펼칠 수 있지만, 10cm든 20cm든 깊이가 있는 입체 작업을 하려면 건축설계를 하듯 구조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작업 과정이 중요하지요. 그게 제 성격과 맞는 것 같아요. 미리 면밀하게 작업 계획을 세워두고 하나하나 실행해나가는 편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계속 도시에서 생활한 그는 도시공간에 관심이 많아 일찌감치 건축이나 인테리어 관련 책이나 잡지를 즐겨 읽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전시 작품을 계속 변화, 발전시키면서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그는 평단의 관심을 받으면서 작품도 꽤 잘 팔리는 작가가 되었다. 2009년부터 거의 매년 개인전을 열어왔고, 미국, 싱가포르, 중국, 일본, 멕시코, 프랑스 등 각국에서 열린 전시나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전 세계에 작품을 선보였다. 젊은 작가로서 이른 성공으로 보이기도 한다.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작업에 매력

〈From the spot〉, steel, powder coating, 280x280x198cm, 2013
“저도 처음에는 작업을 하면서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세 번째 개인전을 한 뒤부터 작업만 하면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지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그의 작품은 다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뒤로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도시환경을 사진 속 장면처럼 재현하거나 건물의 모서리만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은 풍경을 틀 속에 집어넣어 한정적으로 보여주잖아요? 그 틀의 바깥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알 수 없죠. 건물의 모서리만 보여주면 건물 전체의 모습이 어떨지 보는 사람마다 달리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렇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끌렸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우선 올해 처음 선보인 작품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전시켜나갈지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존 작업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작업도 툭 튀어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저게 김병주 작가 작품이야?’ 하고 어리둥절할 정도로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기대도 있지요.”

패기만만한 젊은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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