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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화제의 웹툰 - 모범택시

택시는 손님의 시간을 다루는 서비스업이다. 무지개 택시회사의 기사들 역시 손님의 시간을 중요시한다. ‘REVENGE - CALL’, 손님들이 받는 고통의 시간을 멈추는 콜. 무지개 택시회사엔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 《모범택시》, 프롤로그 중에서
점점 ‘일상의 분노를 억누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범주가 늘어만 가는 세상이다. 아무리 ‘노오력’ 해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지 못했다면 성취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억울하게 당해 울분을 토해도 누구 하나 손 내밀지 않는다. 시스템의 허점을 개인의 잘못으로 떠넘기고, 약자는 짓밟아도 상관없는 존재로 치부된다.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 없고, 법으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상황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사회. 《모범택시》는 이러한 약자들의 울분을 해결해주는 특별한 사람들이 빚어내는 위험하지만 통쾌하고, 서늘한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무지개 택시’. 길거리에서 숱하게 마주치는 회사택시들과 하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영업하고 돈을 버는 견실한 업체다. 기사 중에는 나이 지긋한 베테랑 운전기사도, 일을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젊은 기사도 있다. 콜이 떨어지면 승객이 부른 장소에 가서 픽업해서 목적지로 가기도 하고, 요금은 당연히 미터기에 찍힌 만큼 받는다. 그러나, 수시로 울리는 콜 알람 중에 ‘리-콜’이라는 코멘트가 붙은 특별한 콜이 있다. 바로 ‘리벤지(복수)-콜’. 평범한 운수회사의 실상은 복수 대행업체다. 끝끝내 시스템에서 구제받지 못해 사적 복수가 절실한 사람들이 회사 콜센터로 연락해 의뢰를 넣으면 콜센터 직원이 ‘승객’의 신상조사부터 사건 뒷조사 등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응당 복수가 필요한 경우인지 파악한 다음 깔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계획을 짠다. 그 후 콜센터에서 특별한 ‘콜’을 택시기사에게 송신하면 응답하는 기사가 그 일을 맡아 해결하고, ‘승객’의 신변과 사회적 지위가 안전하게 보장되도록 뒤처리반이 말끔하게 마무리한다. 승객과 콜센터와 기사 모두가 철저하게 비밀을 엄수해야 하며, 비용은 ‘리-콜’ 전용 미터기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엄연히 법치주의 국가에서 사적 복수가 허용되다니,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복수의 상대로 선택되는 자들의 면면이 공분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보니 ‘사이다로 샤워’ 하는 듯한 통쾌함에 순식간에 《모범택시》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웹툰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소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돈을 빼앗고 빵 셔틀 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폭력을 일삼고 약한 친구의 존엄을 짓밟는 죄질 나쁜 일진들에게 거기에 걸맞은 방식으로 복수를 대신 해준다. 그 일진들이 머릿속에서 평생 셔틀이란 단어를 지우고 살 만큼 무시무시한 방식으로. 요금은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받는다. 아마도 사건의 부피에 따른 계산일 거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는 고교 일진 따위는 우스울 정도의 성범죄자, 도덕적인 정치인으로 칭송받는 자의 추악한 이면, 사랑과 전쟁에나 나올 법한 기상천외한 치정범죄, 재개발 이권을 둘러싼 조직폭력집단,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교묘한 사기, 유명해지고 싶은 일념으로 자신을 사랑한 여성의 정사 장면을 몰래 찍어 SNS에 올리는 범죄자 등 ‘죽어 마땅한’ 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때로 ‘지나치다’고 느낄 만큼 수위 높은 폭력 묘사와 초법적인 행위들이 정당화되며 독자의 마음에 의문부호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20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판타지 측면을 잘 살린 걸출한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절대악으로 묘사되는 그들이 처절하게 나가떨어지는 장면이란! 거친 펜선을 살린 개성적이고 밀도 높은 작화, 쭉쭉 밀고 나가는 굵직한 에피소드 그 사이를 조밀하나 번잡하지 않게 채운 캐릭터들의 뒷이야기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강력 추천을 날릴 만한, 진정한 의미의 ‘성인만화’다. 뒷목이 뻐근할 정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주저 없이 《모범택시》를 클릭하기를!
  •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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