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권장 도서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육체와 정신의 해방 찬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
1869년 프랑스 파리에서 법과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가톨릭교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엄격한 종교적 계율을 강요한 어머니 밑에서 소년기를 보냈다. 소르본 대학교에 진학한 뒤, 청년기의 불안을 담은 자전적 소설 《앙드레 발테르의 수기》(1891)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지상의 양식》 《배덕자》 등을 통해 생명의 찬가를 노래하고 생명의 발현을 방해하는 모든 속박을 저주했다. 대표적 소설로 《좁은 문》과 《전원 교향곡》이 있으며, 194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는 이 책이 그대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어느 곳으로부터든, 그대의 도시로부터, 그대의 가정으로부터, 그대의 방으로부터, 그대의 생각으로부터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바란다.”

194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의 대표작 《지상의 양식》(Les Nourritures Terrestres, 1897)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1893년 아프리카를 여행한 작가가 작열하는 태양과 야성의 풍토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절감한 뒤 그동안 자신을 구속해온 도덕적. 종교적 윤리에서 해방됨을 체험하고 쓴 책이다.


20세기 초 젊은이들의 ‘복음서’


매우 단편적인 서술과 시편들, 메모들을 산만하게 이어놓은 듯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지만 20세기 초엽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복음서’와도 같은 존재가 됐던 책이다. 오랜 기간 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 이 책에 대해 문학평론가인 권오룡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렇게 적었다. “온몸을 찌르르하게 감전시키는 잠언들과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 고도의 지적 독해력을 요구하는 산문들이 어지럽게 어우러진 이 책의 짜임새는 그 자체가 비나 바람에 따라 수시로 모습을 바꾸는 사막의 풍경에 다름 아니다.”

시, 일기, 여행기록, 허구적인 대화 등 다양한 장르가 통합된 형식의 《지상의 양식》은 모두 8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시인 자신이 오늘의 재생과 부활에 이르게 된 변화의 과정을 요약하고 있다. 2장은 이제 더 이상 죄의 두려움에 억눌리지 않는 삶의 강렬함과 순간의 향유를 지향하는 개인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인 ‘준비된 마음의 대기 상태’를 제시한다. 3장에서는 여행과 꿈과 추억을 통하여 관능을 노래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앙드레 지드는 흘러가버리는 시간의 슬픔을 묘사하는 한편 타자(他者)를 향하여 마음을 여는 것이 긴급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지상의 양식》에는 가슴을 치는 구절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賢者)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인간이 영혼과 육신으로 온전한 행복을 향유한다면 그것이 죄악일 수 있는가? 지드는 신이 인간에게 모든 희열을 향유하며 삶을 충만하게 살도록 허락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설득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을 억압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 부과한 도덕과 윤리라는 것이다.


삶이 베푸는 기쁨을 최대한 향유하라

‘화석화(化石化)한’ 지식을 던져버리라는 문장도 있다. “우리는 언제 모든 책들을 다 불태워버리게 될 것인가! 바닷가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또한 스스로 고유의 자질을 찾으라고 권고한다. “나의 책을 던져버려라. 그것은 인생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수천의 태도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대 자신의 태도를 찾아라.”

《지상의 양식》이 발표되었던 19세기 말은 상징주의의 전성기였다. 앙드레 지드는 상징주의의 흐름에 대해 “예술이 자연스러움과 삶에서 단호히 분리되는 큰 위험 속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삶 자체의 생명력을 소중히 여겼으며, 그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 삶, 독립된 자유 그 자체이고자 했다.

이 책은 그러나 출간될 당시에는 거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초판 1650부가 다 팔리는 데 무려 18년이 걸렸으며, 처음 11년 동안 팔린 책은 겨우 500부였다.

당시 앙드레 지드는 이미 문단에 이름이 알려져 있었으므로 《지상의 양식》이 출간 당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은 낯선 형식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지상의 양식》은 성서의 영향을 받았는 바, 이는 책의 형식과 문체, 여러 가지 이미지나 신화적인 에피소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파우스트》를 비롯한 괴테 저서들의 흔적도 책에서 발견된다.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을 통해 전 세계 젊은이에게 육체와 정신의 해방 찬가를 보낸다. 삶이 베풀어주는 기쁨을 최대한 향유하라는 것이다. “나의 이 책이 그대로 하여금 이 책 자체보다 그대 자신에게―그리고 그대 자신보다 그밖의 다른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도록 가르쳐주기를.”
  •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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