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놀이책 만드는 김선경 IKSK디자인 공동대표

동양인의 손끝으로 유럽을 홀리다

글 : 한정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종이접기 놀이책 《내 손으로 만드는 공룡 DINO》와 《내 손으로 만드는 동물 ZOO》 시리즈는 프랑스 출판사 아마테라(Amterra)에서 나온 《Dinos dans ma main》과 《Zoo dans ma main》의 한국어판이다. 간단한 종이접기로 입체 동물을 만들 수 있어 인기를 모은 이 시리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이탈리아, 미국, 중국 등에서 출판됐다. 이 책의 저자 IK&SK는 한국인 자매 김인경(37), 김선경(34)씨로 두 사람은 2011년 11월 프랑스에서 IKSK디자인을 설립해, 출판, 일러스트, 전시,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동생 선경씨는 3년 전 프랑스에서 돌아와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해 IKSK디자인의 한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제공 : 김선경
우리에겐 쉽지만 그들에겐 어려운 것

“프랑스 유학 시절 제품디자인 석사 과정 첫 과제가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을 만드는 거였어요. 어린 시절 제일 좋아한 것, 어른이 된 지금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보니 ‘책’이 떠올랐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언니와 커다란 동화책을 쌓아 집을 짓고 퍼즐을 하며 놀았어요. 저한테 책은 좋은 놀이 친구이자 장난감이었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 수 있는 놀이책’으로 콘셉트를 잡고 작업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학교 선배이기도 한 언니와 이야기를 하다 해답을 구했어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종이접기를 책에 응용해보는 거였죠.”

그렇게 완성한 것이 종이접기 놀이책 《Zoo in my hand》다. 데칼코마니 형식을 응용한 것으로 책장 속 그림을 자른 후 한두 번만 접으면 서 있는 동물이 완성된다. 누구나 쉽게 평면의 종이 한 장으로 3차원의 입체를 만들 수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보니 우리 안에 배어 있는 한국인 고유의 독창성과 개성이 드러나곤 했어요. 예를 들어 종이접기만 해도 손끝 솜씨가 좋은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쉬운 놀이지만 프랑스 사람에게는 복잡하고 어렵죠. 흥미로워하지만 어려워서 엄두를 못 내요.”

9월에 나올 예정인 종이접기를 활용한 팝업북.
대학원 졸업 후 프랑스의 출판사 아마테라(Amaterra)에서 출판된 종이접기 놀이책 《Dinos dans ma main》과 《Zoo dans ma main》 이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도 복잡한 방식의 종이접기를 단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그림책 출판사 목록이 알파벳순으로 정리된 사이트가 있거든요. A로 시작하는 출판사를 시작으로 기획안을 보냈는데 아마테라 편집장이 메일을 받자마자 연락을 주셨어요. 기획안 메일을 그만 보내고 다른 출판사와 논의된 게 없으면 계약하자고요. 그렇게 A로 시작하는 출판사와 바로 계약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보림출판사에서 《내 손으로 만드는 공룡》과 《내 손으로 만드는 동물》로 번역돼 나왔다. 이 시리즈는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등의 불어권 국가와 미국, 이탈리아, 중국에서도 출판됐다.

9월에는 망고출판사에서 나무의 사계절을 주제로 직접 이야기를 쓰고 디자인한 팝업북이, 10월에는 산, 바다, 사막의 풍경을 주제로 한 팝업북이 출간된다. 또 새, 나비, 꽃으로 디자인한 모빌북이 나올 예정이다. 대형 출판사인 플라마리옹으로부터 종이 오리기(키리가미, Kirigami) 책을 의뢰받아 작업 중이다.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는 스티커를 제작해 수출한다.

“프랑스에는 ‘읽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을 하는 책이 많이 있어요. 책이 오브제가 되기도 하고 재료가 주는 느낌이 풍부한 팝업북도 많고요.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독자가 직접 만지고 느끼는 이런 책들은 전자책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어요.”


그림 잘 그리는 언니와 재능 없는 동생


언니 인경씨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솜씨가 남달랐다. 선경씨도 언니와 함께 미술학원을 다니려고 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선경씨 어머니를 붙잡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선경이는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인경이만 팍팍 밀어주세요.”

초등학생 때였는데 그날 이후로 그림에는 왠지 자신이 없고 잘 그리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선생님 말에 따라 선경씨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이후 선경씨가 별도로 받은 정규 미술교육은 없었다.

언니와는 종종 신문지를 오려 옷을 만들어 입으며 놀곤 했는데 그 때문인지 대학은 의상학과를 갔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언니 인경씨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림을 잘 그리는 언니는 프랑스의 랭스국립고등예술디자인학교(Ecole Superior Art and Design de Reims)에서 유학 중이었다.

“처음으로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간 거였어요.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서 마치 섬 같잖아요. 국경에는 군인이 있고 대치 상태가 유지되고. 유럽도 그럴 줄 알았는데 국경마다 표지판 하나 있는 게 다이더라고요. 다들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하고 오가는 걸 보면서 ‘아! 내가 몰랐던 세상이 있구나!’ 충격을 받았죠.”

여행 중에 언니 인경씨가 다니는 학교 축제를 구경한 것이 유학을 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유럽 각지에서 유명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초청해 학생들과 그룹을 꾸려 일주일간 워크숍을 해요. 24시간 내내 축제 분위기로 공동 작업을 완성해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하는데 작품 수준이 너무 좋은 거예요. ‘나도 여기서 공부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한국에서 다니던 의상학과를 그만두고 프랑스어 학교부터 시작해 대학원 석사까지 마쳤다. 그림에 재능이 없다던 동생 선경씨는 랭스국립고등예술디자인학교 제품디자인 마스터(석사) 과정을 최우수 등급으로 졸업했다.

“랭스 시에서 랭스 출신의 유망 디자이너 육성 사업을 시작했는데 운 좋게도 저랑 언니가 뽑혔어요. 시의 지원을 받아 IKSK디자인을 설립했어요. 졸업하자마자 종이접기 놀이책이 나왔고 이를 눈여겨본 랭스 시 미디어도서관에서 개관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우리에게 맡겼죠.”

랭스로 유학 온 한국인 자매는 어느 새 랭스가 배출한 유망 디자이너가 됐다. IKSK디자인이 작업한 놀이책은 프랑스를 비롯한 9개 국가에서 출판됐고 종이접기와 팝업북을 이용한 아틀리에도 인기다. 어린이 대상의 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는 어린이 교육자를 대상으로 워크숍도 진행했다.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오브제, 밀라노 디자인위크,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등 디자인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프랑스에서 활동해 온 선경씨가 돌연 귀국하게 된 것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주최한 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해서다. 경영 수업만 받고 프랑스로 돌아가려던 것이 발이 묶였다.

“창업사관학교 덕분에 법인 설립도 했고 특허도 2건이나 등록했어요.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로 선정돼 사무실도 마련했고요.”

선경씨는 IKSK디자인의 모든 디자인에 대한 특허 출원을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놀랐던 게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거였어요. 창작자를 바로 앞에 두고 ‘우리도 이런 디자인으로 상품 만들어 보자’며 사진 찍어가는 업자들이 너무 많아요. 창작의 가치를 정당하게 대우해주지 않고 쉽게 보는 것 같아요.”

큰돈 버는 것에 욕심 내지 않는다. IKSK디자인의 모토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 예술교육을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제가 미술학원 선생님한테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런 줄 알고 컸잖아요. 아틀리에에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예술적 잠재력을 일깨워줄 수 있는 작업, 예술적 자신감을 북돋워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천천히 해도, 느릿느릿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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