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욕망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추진력

화가 강세경

흑백 골목 풍경에서 튀어 나오는 듯한 원색의 자동차. 흑백 풍경은 액자 틀 속에 갇혀 있지만, 자동차는 그 틀을 넘어 전진하고 있다. 빛바랜 흑백사진 같은 풍경보다 원색 자동차가 훨씬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반대다. 흑백 풍경은 홍대 골목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장면 그대로이지만, 자동차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1940~196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고전 명차들로, 지금은 자동차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흑백 풍경이 현실, 자동차가 비현실에 더 가까운 셈이다.
홍콩아트페어 등 외국에서 먼저 인기

흑백 풍경과 원색의 자동차가 대비되는 독특한 그림으로 강세경 작가는 순식간에 인기 작가 대열에 들어섰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가나아뜰리에 작가 작업실에는 서너 점의 작품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보낸 6년 동안 그린 작품이 모두 팔려 남아 있는 작품은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홍콩경매, 홍콩아트페어 등 외국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2010년 처음 홍콩경매에 참가하자마자 예상 가격보다 4배 높은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어떻게 국적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그러나 작가는 그런 인기보다 “다른 일 하지 않고 그림만 그릴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강세경 작가의 꿈은 단 하나,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미술학원을 다녔어요. 미술학원에 못 가는 명절이 싫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게 좋았죠. 중학교 1학년 때는 미술 선생님이 부르시더니 ‘오늘 내가 흙 속의 진주를 발견했다’며 계속 그림을 그리라고 격려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엄청난 용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홍익대 미대에 진학해 대학원을 마치기까지는 그리기보다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했다.

“곧이곧대로 그리는 작업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조형물에 캔버스를 씌우는 작업 등을 했지요. 그리기를 못 하니 흥미가 좀 떨어졌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자 그는 그리기로 돌아갔고, 얼굴과 거리 풍경을 흑백으로 그렸다. 색보다는 형태에 끌려 세밀하게 묘사했다. 몇 년 후 그는 현실적인 이유로 작업을 중단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주로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쳤죠. 그래서 대학원 졸업할 때 ‘아르바이트 하면서 작업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두 군데로는 생활이 안 돼 아르바이트를 늘리다보니 결국 작업은 빠지고 생활만 남게 되었습니다. 집중이 흐트러져 작업을 계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7년 동안 내 작업을 하지 못했죠. 서른여섯이 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바닥을 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왜 이러고 사나?’ 허무했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우울했습니다.”

기진맥진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앉힌 게 그림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그리기 시작한 그는 캔버스로 옮길 거리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 사진기를 들고 다녔다. 2009년 어느 날, 홍대 앞 주차장 골목에서 삼각대를 세워놓고 쭈그리고 앉아 사진 촬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좁은 골목길에 트럭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뷰파인더를 통해 보고 있으니 자신을 덮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강렬했다. 그 순간이 침체된 그를 자극해 일으켜 세웠다. 그는 그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다. 풍경만으로는 느낌이 살지 않아 고풍스러운 액자 틀을 그려 넣었다. 흑백의 거리 풍경은 액자 틀 속에 넣고, 색깔을 입힌 트럭 앞쪽은 액자를 뚫고 나오듯 그렸다. 앞으로 튀어나오는 역동성, 에너지를 그리고 싶었다. 그림 속의 트럭은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원색의 자동차로 바뀌었다.


에너지를 불어넣는 그림

〈Seen201403〉, oil on canvas, 162X112cm, 2014
“너무 힘든 때여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저에게 우선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저 자신을 먼저 아껴주고 싶었죠. 마음에 드는 자동차 이미지를 찾다보니 옛날에 만들어진 명차들이었어요. 요즘 차보다 묵직하면서 형태가 예쁘고 장식이 화려하면서 세월이 녹아 있는 자동차들에 끌립니다. 폐차 직전의 녹슨 차들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했을 때의 위엄이 느껴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동차는 욕망의 상징과도 같다. 무슨 차를 타느냐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개성이 드러난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더욱 자동차에 집착한다.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고전 명차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없기에 더더욱 욕망을 자극하는 꿈과 같은 존재다.

“저는 욕망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아요. 살고자 하고, 뭔가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모두 욕망 아닌가요? 욕망이 없다면 식물처럼 수동적인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수동적이었던 삶을 내 의지대로 움직여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던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에서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게 이때문인 듯했다. 그의 그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범선도 등장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던 시대의 범선이라고 한다.

“콜럼버스가 처음부터 신대륙을 찾으러 떠난 게 아니잖아요? 향신료로 돈벌이를 하기 위해 인도로 가는 새로운 뱃길을 찾다 신대륙을 발견했죠. 욕망은 이렇게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는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범선은 배의 본질, 배의 본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운도 따랐다. 대학 선배 홍지연 작가가 ‘여기 와서 작업해’라며 가나아뜰리에 작업실 한쪽을 내줬고, 덕분에 가나아트센터에 발탁돼 홍콩경매로 직행했다. 이후 정식으로 가나아뜰리에에 입주하면서 단체전과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가해 완판 작가가 되었고, 2014년에는 가나아트부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가나아뜰리에 5층에 있는 작업실은 전면 유리창을 통해 산의 풍경이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이곳에서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두문불출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침실도 따로 없이 작업실 한쪽 소파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잠을 잔다고 했다. 창가에는 러닝머신이 놓여 있었다.

“혼자 생활하다보니 나를 다잡는 게 중요합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타이머를 맞춰놓고 집중해서 작업을 하죠.”

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는 큰 작품의 경우 하루 8~10시간 한 달 꼬박 작업해야 1점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림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그에게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다른 일 하지 않고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서울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고, 사람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만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그에게는 자동차가 없다. 서울을 오가기 위해 중고 소형차를 장만한 적이 있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껴 처분했다 한다.


9월 리나갤러리에서 2인전

〈seen201305〉, oil on canvas, 130x162cm, 2013
“어릴 때도 차만 타면 졸렸거든요. 직접 운전을 해도 졸리더라고요. 초보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자유로를 달리면서 몽롱해지니 정말 생명의 위협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그에게는 자동차가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형태미에 끌렸을 뿐, 자신이 그리는 자동차의 브랜드조차 몰랐다. 그렇다면 다른 물욕은 없냐고 물었다. “왜요? 소소한 물욕이야 있지요”라고 말하더니 얼마 전 장만했다는 전자동 고양이 화장실을 자랑스레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그의 작업실에서 정말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은 고양이들이었다. 창밖을 감상하기 좋은 자리에 원목의 캣타워와 고양이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작가 자신의 가장 큰 욕망은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그 외에는 미술계에서 유명해지는 것도, 그림이 잘 팔리는 것도 부차적으로 보였다.

“이전 그림을 보면 그것도 저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림은 그 시점의 제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 마음이 천천히 바뀌어가듯 제 그림도 변화하겠지요?”

한 작품 한 작품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 개인전을 할 만큼 작품을 모으기가 어렵다는 작가는 오는 9월 리나갤러리에서 2인전에 참여한다.
  • 2016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 article

간송 전형필 손녀 화가 전인아

[2017년 04월호]

작가 이정웅

[2017년 03월호]

화가 김민주

[2017년 02월호]

민화작가 서공임

[2017년 01월호]

작가 윤병운

[2016년 12월호]

작가 민정연

[2016년 11월호]

화가 홍지윤

[2016년 10월호]

조각가 김병주

[2016년 09월호]

한국화가 김선두

[2016년 08월호]

작가 하태범

[2016년 06월호]

화가 석철주

[2016년 05월호]

화가 이은영

[2016년 04월호]

입체 회화 그리는 작가 손봉채

[2016년 03월호]

‘달동네’ 그리는 화가 정영주

[2016년 02월호]

시간의 흐름을 담는 사진작가 구성연

[2016년 01월호]

한국의 1세대 극사실주의 화가 지석철

[2015년 12월호]

화가 황용엽

[2015년 11월호]

작가 정희우

[2015년 10월호]

화가 김호석

[2015년 09월호]

작가 송진화

[2015년 08월호]

화가·일러스트레이션 작가 노석미

[2015년 07월호]

화가 유선태

[2015년 06월호]

설치와 퍼포먼스로 자연과 교감하는 화가 임동식

[2015년 05월호]

‘현대의 풍속화가’ 최석운

[2015년 04월호]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화가 이진주

[2015년 03월호]

화가 이광호

[2015년 02월호]

화가 이상원

[2015년 01월호]

화가 이지수

[2014년 07월호]

화가 이기숙

[2014년 06월호]

화가 권인경

[2014년 03월호]

화가 최영욱

[2013년 10월호]

화가 이효연

[2013년 09월호]

하단메뉴

상호 : (주)조선뉴스프레스 | 대표이사 : 김창기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2015-서울마포-0073호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34 DMC 디지털큐브빌딩 13층 Tel : 02)724-6834, Fax : 02)724-682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현선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