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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주먹

화제의 웹툰 - 너클 걸

“경찰에 잡히지 마라… 어떤 자식인지 나한테 먼저- 죽도록 맞아야 하니까!!”
- 《너클 걸》 중에서
부모 잃은 어린 자매는 모진 핍박 속에서 눈칫밥 먹으며 삼촌 내외에게 얹혀산다.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되자 둘 사이에 대화도 접점도 사라진다. 언니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때까지 몸을 혹사하듯 새벽 신문 배달을 하고, 방과 후엔 복싱 도장에서 산다. 언니의 시선을 잃어버린 동생은 머리를 염색하고 교복 치마를 짧게 접어 입고서 밖으로 나돈다. 어느 날, 동생이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빈사 상태로 쓰레기장에서 발견된다. 언니는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동생을 이렇게 만든 범인을 찾아 나선다.


위의 스토리가 구미를 당기지 않는다면 이건 어떤가? 아주 예쁘고 운동으로 다져진 쭉 뻗은 몸매를 갖춘 여고생이 있다. 누가 봐도 링 위가 아닌 무대 위에 서는 걸그룹 센터 자리가 어울릴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빠른 눈과 펀치, 체력과 집념을 두루 갖춘 아마추어 복서다. 그녀에게 남은 단 하나의 가족, 여동생이 어느 날 의식불명 상태로 쓰레기장에서 발견된다.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서의 일전을 준비하던 여고생은 동생을 이렇게 만든 나쁜 녀석들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맨손에 너클(주먹에 끼는 무기)을 착용하고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천사 같은 외모의 여고생이 휘두르는 펀치에 덩치 큰 남자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진다.


전상영, 유상진 콤비의 화제작 〈너클 걸〉은 흔하디흔한 학원폭력물과 스포츠 장르, 약간의 연애 코드에 추리극의 기운까지 더해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복싱이 마음에 안 차면 미소녀의 액션을, 그것도 아니라면 추악한 진실에 다가가는 청춘들의 혈기 넘치는 여정, 그 사이에 피어오르는 사랑과 우정까지 ‘재미있는 거면 어쨌든 본다’ 는 각양각색의 취향을 지닌 독자 다수를 저인망으로 훑어 작품의 포로로 만들어버린다. 비주얼 화려하고, 전개는 속도감 있으며 이야기는 간단명료하다.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동생을 보며 “그러고 돌아다녔으니 험한 꼴 당한 거지”라고 말하는 삼촌에게 “한 대만 맞으라”며(!) 보디블로(권투에서 상대의 배와 가슴을 치는 것)를 꽂아 넣는 언니 ‘선우란’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복서로서 바른 길을 가려는 마음과 너클을 쓰면서까지 동생을 위한 싸움을 하겠다는 결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에게 감정이입해 연민과 분노를 느낀다. 우리가 뉴스로 접하는 끔찍한 현실을, 폭력이라는 판타지로 조금은 치유 받는 기분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작은 얼쩡거리는 동네 양아치에게 한 방 먹이는 데서부터다. 선우란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믿을 건 자신의 두 주먹과 지치지 않는 두 다리뿐이다. 보호자인 삼촌 내외는 피해자인 동생을 두 번 세 번 절망에 빠뜨릴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고, 경찰은 사건을 적당히 덮으려고만 한다. 사적 복수를 맹세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앞에 나타난 적들에게 주먹을 내지르고 나서야 겨우 그녀의 여정을 돕는 싸움꾼이 하나 둘, 생겨난다. 〈너클 걸〉은 현재 두 번째 시즌을 끝내고 세 번째 시즌을 연재 중이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생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만 언니에게 진실을 말하는 대신 달아난다, 아니 사라진다. 삼촌은 어디선가 두둑하게 돈을 받아 챙겼다. 선우란과 그녀의 동료들에게도 배신과 죽음의 위협이, 거대한 힘의 압박이 엄습한다. 결코 그를 도울 것 같지 않던 ‘그 쪽’ 인물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그녀를 돕기로 한다. 머지않아 길고도 처절한 최후의 날이 다가올 것이다. 피가 튀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모두에게 찾아오겠지만, 독자에겐 최상의 희열과 전율을 선사할 것이 확실하다. 더 좋은 건 유료 웹툰 플랫폼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 더 늦기 전에 〈너클 걸〉이 선사하는 원초적 카타르시스에 몸을 맡겨보기를.



전상영·유상진 / 코미코 목요웹툰
  •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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