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웹툰 - 금세 사랑에 빠지는

노래가 웹툰을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 어…제가 들려드릴 곡은… ‘사랑에 빠졌죠’ 이고요.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고백했…다가 차이고 만든 곡입니다.”
- 《금세 사랑에 빠지는》 중에서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있다. 2012년 처음 나왔을 때 전국의 모든 가게와 술집과 카페에서 이 노래를 틀어댔고, 사람들은 거리를 걸으면 돌림노래처럼 하루 종일 울려 퍼지는 이 곡을 저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여느 유행가들처럼 반짝 소비되고 잊힐 줄 알았던 이 곡은 꽃 필 무렵만 되면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며 쟁쟁한 신곡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이미 4 년째인 2016년에도 어김없이 음원 차트에 재등장했다. 사람들은 이제 〈벚꽃엔딩〉이라는 제목 대신 ‘벚꽃연금’ ‘괴물벚꽃’이라고 부른다! 버스커버스커의 이 히트곡은 곧 밴드의 중추인 장범준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버스커버스커가 두 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해체(혹은 활동 정지)한 뒤 장범준이 솔로로 나선 이후로도 계속 ‘장범준 = 벚꽃엔딩’이란 공식은 견고했다. 화제의 웹툰을 소개하는 지면에서 웬 음악 얘기인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소개할 《금세 사랑에 빠지는》은 봄-벚꽃-벚꽃엔딩-장범준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테크트리*에 추가될 특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범준의 두 번째 정규앨범이 발표되기 두 달 하고도 열흘 전인 지난 1월 14일. 네이버 웹툰란에 새 작품 하나가 올라왔다. 《수업시간 그녀》 《사이》 등으로 웹툰계에서도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수봉 작가의 신작이었다. 강의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사랑에 빠진 남자의 시점으로 전개된 《수업시간 그녀》는 화려한 컬러 하나 없이 단정한 흑색 펜선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대사도 별로 없고, 끝까지 ‘마음의 창’이라 불리는 인물들의 눈 한 번 그리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풍부한 감정을 전달해 화제가 되었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은 박수봉의 새 작품이면서, 동시에 장범준의 새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된 ‘브랜드 웹툰’*이다. 장범준의 두 번째 솔로앨범 발표에 앞서 이미 작업을 마친 곡들을 들으며,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각각의 곡에서 떠오르는 스토리를 다듬고 또 다듬어 노래에 웹툰을 씌운 것이다.


수능을 치르고 해방감을 만끽 중인 주인공 ‘승구’는 꾸준히 일기를 쓰는 드문(?) 청소년인데, 언젠가부터 일기 대신 순간의 감정을 가사로 쓰고 음악을 만드는 쪽으로 물꼬를 튼다. 마음에 있던 그녀에게 직접 만든 노래를 기타 연주와 함께 부르며 고백하지만 대차게 차이고, 이런 부끄러운 짓은 다신 안 해야지 생각하지만 대학 입학과 함께 노래를 부를 일이 많아진다. 그녀, ‘연희 선배’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다. 단상 위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던 승구를 눈여겨본 연희 선배는 과의 마돈나였고, OT에서 술에 취해 연희 선배에게 어설프게 작업을 걸고도 뒤에 기억하지 못한 무심한 승구는 평범한 신입생이었다. 몇 번의 어긋남이 있었지만, 4학년 선배와 군대도 안 갔다 온 신입생의 연애는 살랑이는 봄바람과 함께 이루어졌다.

장범준이 만들어내는 멜로디는 간단하지만, 마음을 흔드는 서정성이 있다. 그가 써내려가는 가사는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모두가 로맨스를 꿈꾸게 만든다. 노래들은 만화가 박수봉의 손끝에서 가슴 설레는 사랑의 시작부터 알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허물어져 멀어지는 사랑의 종말까지 전부 흡수하며 하나로 연결된 서사를 가지게 된다.

다시 새로운 이야기의 호흡에 맞춰 장범준의 새 노래가 흘러나온다. 세상에서 아직 본 적 없는, 멋진 음악과 만화의 협업작품이다.

박수봉 / 네이버 웹툰

*테크트리 : 테크놀로지 트리의 줄임말. 대개 게임에서 각종 유닛의 업그레이드 절차를 뜻하며 글의 맥락에 따라 흐름도, 계통도, 연상작용 등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브랜드 웹툰 : 특정 문화 콘텐츠, 혹은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 제작된 웹툰.
  •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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