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봄’을 알리는 감성 뮤지션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하지영 

2008년 〈사랑의 단상〉으로 데뷔한 뮤지션 에피톤 프로젝트(본명 차세정)는 앨범이 나올 때마다 입소문만으로 앨범이 수만 장씩 팔렸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라디오에 나오는 법도 없다. 그저 우직하게 만든 앨범으로 소극장 공연 및 콘서트, 페스티벌에 얼굴을 내비칠 뿐이다. 공연마다 매진 행렬을 잇는 그는 데뷔 때부터 앨범에 수록된 곡을 모두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해오고 있다. 이선희 ,이승기, 2AM, 백아연, 슈퍼주니어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뮤지션, 작사, 작곡, 프로듀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는 에피톤 프로젝트를 만났다.
2월 말부터 〈이른, 봄〉이라는 테마로 소극장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고 있는 그의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 전체를 벚꽃으로 꾸민 모습이 〈이른, 봄〉이라는 테마와 잘 어울렸다. 벚꽃이 흩날리는 무대에서 뮤지션 에피톤 프로젝트를 알린 곡 〈봄날 벚꽃, 그리고 너〉의 연주곡을 들으니 봄꽃 축제에 온 기분이었다.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살리는 피아노, 기타, 멜로디언, 탬버린 등 최소한의 악기 편성 그리고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에피톤 프로젝트만의 감성의 결이 더 빛났다.

“지난해 여름에는 장마를 주제로 한 달간 소극장 콘서트를 했어요. 전에는 공연에서 음반과 똑같은 음악을 들려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운드, 스트링 등에 집착했었는데 소극장 공연 때 그런 강박을 비워낼 수 있었어요. 기타, 피아노 최소한의 악기 구성으로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 얘기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공연을 했어요. 소극장 공연 후 여운이 오래 남더군요. 관객들의 반응, 표정, 제가 실수 했던 부분들을 떠올리며 다음 공연 땐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른, 봄〉 콘서트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기타를 잡았다. 공연을 위해 몇 달 전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기타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시는 관객분 중 훨씬 잘 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요(웃음). 늘 피아노만 치다가 기타를 배워보니 곡이 뭔가 더 시원하게 나가는 느낌이 들어 좋더군요. 공연 후반쯤엔 기타 실력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늘지 않을까요(웃음).”

서울 공연이 끝난 후 대전, 대구, 부산, 제주로 무대를 옮겨 4월까지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자양분이 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

그의 집엔 음악 애호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1만여 장의 LP가 있었다고 한다.

“클래식, 팝, 가요, 민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했던 게 또래 친구들이 들었던 것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재즈 거장 팻 메스니를 접했을 정도니까요. 이렇게 접한 음악들이 음악을 만드는 데 더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큰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쳐 음악을 전공할 수 없었던 그는 군 복무를 마친 뒤 혼자서 작곡 공부를 했다.

“따로 작사, 작곡을 배운 적은 없지만 여섯 살 때부터 배운 클래식, 재즈 피아노가 뮤지션이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또 미디 음악*에 빠져 온라인 포럼, 잡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잡학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어떠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악기가 필요한지 찾아보고, 컴퓨터로 그 소리를 구현해 내는 음악 작업에 빠져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어요.”

그렇게 해서 만든 첫 곡이 그의 이름을 알린 〈봄날 벚꽃 ,그리고 너〉란 곡이다. 이 곡은 당시 SNS 배경 음악, 휴대폰 컬러링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포털 사이트에서 ‘에피톤 프로젝트’를 검색하면, 그와 컬래버를 하고 싶다는 아이돌과 유명 가수, 그의 음악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배우 등의 인터뷰가 연관 기사로 뜰 정도로 에피톤 프로젝트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2년 가수 이승기의 요청으로 작업한 〈되돌리다〉는 5주 연속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로부터 공동 작업 의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컬래버 작업은 제가 생각한 대로 나올 때도 있고, 의외의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어 재미있어요. 이승기 씨는 동남아 팬 미팅 일정 중에도 편곡에 참고하면 좋을 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틈틈이 연락을 하는 등 주말에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도 달려와 잠깐 맞춰보고 갔어요. 승기 씨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2AM 등 바쁜 해외 일정 중에도 꼼꼼하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작업하면서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것도 많죠.”


컬래버레이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뮤지션


그는 가수 이선희의 요청으로 30주년 기념 앨범 〈세렌디피티〉 수록곡 중 〈너를 만나다〉의 작사를 맡았다.

“제 앨범 작업과 맞물려 있을 때여서 아쉽게 작사만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어휘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가수가 발음할 때 불편하거나 걸리는 게 없도록이요.”

그는 노래를 만들 때 멜로디와 가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따라하려면 멜로디와 가사가 좋지 않으면 안 돼요. 편곡을 아무리 잘해도 바탕이 되는 가사, 멜로디가 별로면 좋은 곡이 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주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지하철, 버스 등에서도 순간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 걸 휴대전화에 틈틈이 기록하고, 곡 작업을 할 때 소스로 사용한다.

8년 동안 꾸준히 음반 작업,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 다작을 해오고 있는 그의 음악적 고민을 들었다.

“한때는 하루에 4~5곡씩 만들 정도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곡을 쉼 없이 만들고 다른 가수들의 프로듀싱을 하면서 어느 날 ‘내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분들이 이런 지적을 해주었어요. 전주만 들어도 에피톤 노래인지 알겠다고요. 좋게 말하면 제 스타일 이지만 같은 테마가 반복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음악적 영역을 넓혀보고자 〈각자의 방〉이라는 앨범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감성적인 멜로디가 주를 이뤘던 것에서 탈피해 재즈 밴드의 합주와 같은 느낌을 넣었다.

“앨범 발매 후 어렵다, 신선하다 등 호불호가 갈리더군요. 그때 ‘난 어떤 음악을 해야 하나’ 고민에 휩싸였죠.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제가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 결국 듣는 이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제 음악의 어떤 점을 좋아했었는지 잘 안 떠올라요. 그 마음을 되찾으려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한동안 집, 작업실, 녹음실만 전전하며 생각할 틈이 전혀 없었거든요. 얼마 전 이선희 선배님께서 절 보자마자 ‘왜 안 떠나?’ 하시더라고요. 어두운 작업실에만 있으면 건강만 상한다고 어디든 떠나서 곡을 써도 쓰라고요. 노래도 만들 겸 여행을 떠나는 걸 송캠프라고 하는데 이번 공연을 잘 마치고 떠날 계획이에요. 여행하며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에피톤 프로젝트는 2008년 데뷔 이후 방송에 출연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낯가림이 심한 아티스트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만나본 그는 달랐다. 시종일관 밝게 웃고 재치 넘치는 입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재밌는 사람이 방송에 나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제가 말을 잘했나요? 공연 때가 다가와서 그런가. 평소에는 일정이 없으면 말을 잘 안 해요. 집에서 말 안 하고 있다가 전화 올 때 ‘여보세요?’ 하면 목소리가 갈라지잖아요. 제가 그래요(웃음). 사실 제가 방송이란 걸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어요.”

그가 지향하는 음악은 멋진 음악, 좋은 음악이라고 한다.

“누가 들어도 멋진 건 멋지고, 좋은 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공연 때 아홉 살, 일곱 살 자매가 〈이화동〉이란 노래를 좋아해 부모님과 함께 왔었어요. 세대를 넘어 계속해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아홉 살, 일곱 살 친구들이 들어도 좋을 노래들이요.”

*미디(MIDI) 음악 :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말. 미디로 컴퓨터와 악기, 신시사이저를 서로 연결하여 디지털 사운드를 만들고 합성할 수 있다.
  • 2016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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