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천국의 문〉 김경욱 작가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다

글 : 임현선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대중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 2016년 제40회 이상문학상 대상은 김경욱(46) 작가의 〈천국의 문〉이 차지했다. 이 소설은 요양 병원에서 치매로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딸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노인의 병과 죽음, 가족공동체의 해체 등 한국의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겹의 문제들을 한데 응축해놓고 그 현재와 미래를 응시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아웃사이더〉가 당선되어 등단한 김경욱은 제37회 한국일보문학상, 제40회 동인문학상, 제53회 현대문학상, 제3회 김승옥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단의 중진 작가이다.
노인의 병과 죽음, 가족의 해체

“아버지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는 기별을 들었을 때 여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을 고치는 것이었다. (중략) 옷도 여러 벌 입어보았다. 고심 끝의 선택은 중요한 자리에 입고 가려고 사둔 까만 벨벳 원피스였다.”

소설의 첫 문장을 읽으며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가장 먼저 하게 되는 행동으로 여겨지지 않아서였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소설은 계속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도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서른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다. 이혼 후 재가한 어머니와 먼 나라로 떠난 동생은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주인공만이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지상에서 반지하로 이사하고, 보험을 해약하며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킨다. 연애와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작가는 이러한 문제들을 비정하리만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치밀하게 구성하고 묘사한다.

김경욱 작가는 등단 후 지금까지 열세 권의 소설집을 냈다. 이 가운데 장편이 절반, 중단편이 절반이란다. 보통 소설집 한 권에 중단편 6~7개가 들어간다고 했을 때, 김 작가는 꽤 부지런한 작가임이 틀림없다. 소설의 모티프는 대부분 자신의 경험이 아닌 사회 이슈에서 나온다. 수상작인 〈천국의 문〉뿐 아니라 최근 소설 〈양들의 역사〉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같은 사회 문제에서 영감을 얻었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노인 문제를 다루는 경우가 꽤 늘었어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데, 사회 시스템이나 인식의 준비는 전혀 안 되어 있어요. 심각한 상황이죠. 노인 문제를 주제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의 주제는 쉽게 정했지만 막상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쓴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이 고쳐 쓴 작품이라고 했다.

“제 또래(40대)나 제가 이미 살아온 세대(20~30대)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세계에요. 그런데 부모 세대의 삶은 제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잖아요. 6・25전쟁을 겪은 세대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가족은 어떻게 이별을 준비할 것인지, 우리 사회는 어떻게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지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소설을 썼는데, 글을 쓰면서 소설 속 인물들과 같이 많이 헤맸어요(웃음). 끝까지 물음표를 갖고 썼어요.”

작가의 말처럼 〈천국의 문〉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 소설 전개의 실마리가 되었던, 아버지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에 대해서도 설명이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왜 경찰서에 전화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서 돌아가시면 경찰에 신고할 필요는 없거든요. 스스로 자기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양한 해석은 가능하죠.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 상황 자체가 복잡하니까. 해석은 독자의 몫이에요. 제가 쓴 소설이라도 세상에 내보내는 순간, 독자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개 소설에 열 개 이상의 해석이 가능하죠.”

그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소설을 쓰고 싶다”며 빙긋 웃었다.


마음속 벽돌을 글로 옮기다

김 작가는 이미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번 받았지만, 매번 수상자로 호명될 때마다 “노력의 대가”라고 여기기보다 “과분한 격려를 받아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이번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견디기 위해서 글을 써요. 글을 쓸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평화로워지거든요. 글쓰기는 번뇌를 견디는 방법이죠.”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학창 시절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모범생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 일기 쓰기를 끔찍이 싫어했고 백일장 등에서 상을 받은 적도 없다. 작가를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물두 살 때 처음 글을 썼어요. 그 나이 때 다 괴롭잖아요.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힘든 시기였어요. 어느 날 학교를 나서는데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거예요. 노트와 펜을 사서 하숙방에 앉아 글을 썼습니다. 저는 말주변이 좋거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혼자 꾹꾹 눌러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글로 터져 나온 거예요. 마음속에 있던 벽돌을 글로 옮긴 거죠.”


김 작가는 1년 뒤 정성껏 쓴 글을 정리해 《작가세계》에 투고했다. 이 작품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평생 글을 쓰며 살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되었지만 꿈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거는 기대가 컸어요. 어릴 때부터 법률가가 되길 바라셨거든요. 아버지의 은퇴 이후 가정 경제에 대한 책임도 무거웠고요. 그러나 글을 쓰면서 체험한 마음의 평화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부모님께 작가로서 청사진을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했죠. 부모님은 제 간절한 바람을 이해해주셨어요.”

서울대에서 영문학를 전공한 김 작가는 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6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글쓰기 강의와 소설 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소설 〈양들의 역사〉에서 주인공을 통해 “다른 인생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나를 흥분시켰다. 특히 가공의 삶을 진짜처럼 만드는 디테일을 지어낼 때가 짜릿했다”고 밝혔다. “내 소설은 모두 창작”이라고 말한 작가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에게 소설은 ‘가짜 이야기’이며 소설 쓰기는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김 작가가 의식적으로 자주 읽는 책은 사회과학, 역사학, 심리학, 자연과학, 우주과학, 전기 등 논픽션 장르의 책들이다. 이런 책들을 읽는 이유는 문학 작품이 줄 수 없는 새로운 시선, 새로운 방식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한 것을 다르게 보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기본 자세”라며 “소설가는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저는 직접 취재를 하는 대신 책을 많이 읽고 거기에 상상을 덧씌웁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을 글로 쓰면 재미가 없어요(웃음). 오히려 상상력을 제약한다고 할까? 뉴스를 보면서 현상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를 생각해요. 사회 현상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소설적으로 말을 걸어 오는 주제가 있어요. 이걸 영감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재료로 삼아 소설을 씁니다.”

김 작가가 요즘 관심을 두는 주제는 ‘불신’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지닌 사람들뿐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졌음을 걱정하고 있었다. ‘불신’을 염려하는 그에게서 ‘신뢰 회복’을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의 새 소설이 기다려진다.
  •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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