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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가 만든 사랑 풍속도

화제의 웹툰 - 좋아하면 울리는

말하지 않아도 내 사랑을 그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가서서 눈을 보며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기에 나는 용기가 부족하고, 응답받지 못할까 봐 두렵고,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지, 내 존재라도 알고 있는지, 나를 의식하고 있는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지 궁금해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낸다.
- 《좋아하면 울리는》 중에서
데뷔 이래 ‘천계영’ 이라는 이름은 늘 ‘새로움’과 동의어였다. 순정만화를 보지 않는 독자라도 9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다면 ‘슬플 때 힙합을 추는’ 《언플러그드 보이》의 현겸이를 알고, 현재 난립한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상 격인 《오디션》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유독 스트레스가 많았던 작가는 긴 시간 공들여 3D 맥스(max)로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는 소재나 내용의 새로움을 넘어 만화를 그리고 보여주는 방식에서 또다시 새로움을 추구하는 행보로 귀결되었다. 지금 천계영의 작품들은 아날로그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매끈하고 대칭이 완벽한 그림이다. 처음엔 ‘손맛’이 없어 낯설어 보였지만 시간의 흐름이 그 낯섦을 익숙함으로 받아들이는 때가 되었다. 작가는 다시 완벽히 낯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소개할 만화 《좋아하면 울리는》은 천계영 작가의 최신작이자,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는 이 세대를 정조준한,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혹시 이런 고민 해본 적 있는가? 말하지 않아도 내 사랑을 그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좋아하면 울리는》은 시계의 알람 기능처럼 일명 ‘좋알람’이 보편화된 사회를 그린다. 좋알람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짜로 받아 쓸 수 있는 어플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10m 밖으로 나가면 배터리 잔량이 표시되는 자리 옆에 있던 꽉 찬 하트가 빈 하트로 바뀐다. 한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1이, 열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10이 표시된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고교생들은 나의 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무리 지어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는 알아내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누가 만들었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전혀 밝혀진 바 없지만 좋알람은 인류 최대의 난제인 ‘사랑’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변환시키며 모든 이의 스마트폰에 안착한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주인공인 ‘김조조’는 부모님이 아닌,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에게 얹혀산다.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안하무인 동갑내기 사촌 ‘굴미’와 이모에게 조조의 존재는 짐덩어리 그 자체다. 꼬박꼬박 이모의 일을 돕고, 학교 급식은커녕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을 매일 점심으로 먹고, 배고픔을 잊으려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뛰면서도 늘 밝고 씩씩한 조조. 그에게는 스마트폰이 없다. 모두가 자기 알람을 신경 쓰며 인사 대신 “좋알람 켰어? 울렸어?” 같은 질문을 하지만 그는 좋알람의 범위 밖에 있다. 어느 날, 좋알람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친구에게 스마트폰을 선물받고, 더불어 ‘좋알람 방어 패치’ 그러니까 감정이 어플에 잡히지 않도록 막는 방패를 선물받는다. 그걸 설치하면 영원히 타인의 좋알람을 울리지 않게 되는 것. 누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자기 처지에는 사치스러운 거라 여겼던 조조는 그걸로 복잡한 감정 소모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좋알람은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가 되었고, 그에 맞게 애정 풍속도도 바뀌었다. 누구도 나의 마음에 확신을 갖고 용기를 내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않게 되었다. 어플을 켜면 그만이었다. 좋알람이 연인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좋알람을 울리지 못해 치정 사건이 일어났고, 좋알람에 집착하다 사고가 발생했으며, 좋알람이 울리지 않아 외로워졌다. 좋알람이 바꾸어놓은 것은 비단 마음을 전하는 방식만은 아니었다. 하트에 새겨진 숫자는 권력이 되었다. 아이돌은 팬들이 더 많이 자신의 알람을 울리도록 도발했고, 큰 숫자를 받은 사람은 공식 기록으로 인증받은 다음 명예의 전당 같은 ‘좋알람 배지 클럽’이란 특별한 칭호를 얻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말할 용기가 없어 곁을 지나는 걸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좋알람을 쓰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이제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 어린 눈이 아닌, 좋알람의 알람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좋알람 퇴출을 주장하는 여론도 한쪽에서 들끓기 시작한다. 조조는 ‘방패’로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꽁꽁 싸매고 산다. 고교 시절 좋아했던 아이는 ‘방패’로 떠나보낸 지 오래다. 그 오해와 균열에 시간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 아팠지만, 야속하게 시간은 똑바로 흐르기만 한다. 8년 후, 좋알람의 획기적 신기능 추가 발표가 한국을 들썩이게 한다.


현재 《좋아하면 울리는》은 3부 연재를 매듭짓고 2월 중 시작하는 4부 연재 준비를 위해 짧은 휴식기에 들어간 상태다. 장막 뒤에 숨은 좋알람 개발자의 진짜 개발 의도, 신기능 발표 이후 다시 한 번 바뀔 모두의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다. 그러니, 4부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정주행 해두도록 하자. 새로운 시대의 사랑을 하고 있다면, 하고 싶다면 더욱더.

《좋아하면 울리는》, 천계영 지음, 미디어 다음 수·일요일 연재
  • 2016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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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ilijoru   ( 2016-07-24 ) 찬성 : 29 반대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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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zocudubez   ( 2016-07-24 ) 찬성 : 13 반대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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