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권장 도서 - 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가짜’세상을 향한 자학적 절규

《topclass》는 이번 호부터 글로벌 권장 도서를 선정해 소개하는 새로운 코너를 선보입니다. 국가 간 경계가 의미 없어진 시대, 국경 밖 청년들은 어떤 도서를 많이 읽고 영향을 받는지 살펴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_편집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1919〜2010년)
《호밀밭의 파수꾼》은 발간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일순간 젊은 세대들의 경전으로 떠올랐다. 1950년대 당시 전후 젊은 세대가 느꼈던 좌절과 분노를 이 소설이 정확하고 속 시원히 드러내주었기 때문이다. 작가 샐린저가 1961년 9월 15일자 《타임》지의 표지로 선정될 정도였다. 작품의 명성과 달리 샐린저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졌다. 1965년 이후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켰고 세상에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다. 절필한 채 글도 쓰지 않았다.
영어권 국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읽는 소설

영화 〈플레전트빌(Pleasantville)〉(1998)을 본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케이블에서 재방영되는 1950년대 TV 드라마 〈플레전트빌〉에 중독된 1990년대 소년이 기이한 계기로 〈플레전트빌〉 속 주인공이 되어 벌이는 모험담을 그린 영화다. 흑백과 컬러의 이미지를 유려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마을의 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 세력은 마치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처럼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불에 태운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책이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1951)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1885)이다.

이 두 소설이 미국 정신사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1999년 미국도서관협회가 발표한 ‘50권의 위대한 금서’ 목록에 이 두 작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13위를 차지한 《호밀밭의 파수꾼》은 “나쁜 청소년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금지됐다고 밝히고 있다. “욕설을 비롯한 공격적인 언어의 사용, 혼전 성관계, 알코올과 담배의 남용, 매춘의 등장 등으로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러나,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배우는 필독서일 뿐 아니라 지금도 미국에서 해마다 30만 부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영미 문화권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은 대표적인 청소년 권장 도서이다.

미국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1919~2010)의 자전적 장편인 《호밀밭의 파수꾼》은 줄거리만 놓고 보면 아주 단순한 소설이다.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 나온 문제아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3일 동안의 기록이 전부다. 16세의 콜필드는 네 번째(!)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친구들과 다투고서 “영원히 학교라는 제도를 떠나겠노라”며 집이 있는 뉴욕으로 간다.

그에게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여동생 피비(Phoebe),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 형 D. B.가 있다. 뉴욕에 도착한 콜필드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싸구려 호텔에 투숙한 후 시내 나이트클럽을 돌아다니면서 ‘밤의 오디세이’를 시작한다. “오빠는 무엇이 되고 싶냐”는 여동생 피비의 물음에 “아이들이 호밀밭에서 놀다가 절벽에 떨어지지 않도록 돌보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주인공이 대답하는 데서 소설의 제목을 따왔다.


‘순수한 동심’의 파수꾼이 되고자


이 소설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phony’, 즉 ‘가짜’ 또는 ‘짝퉁’이다. 늘 외롭고 고독한 콜필드는 자주 현기증과 구토를 느끼는데 그 이유는 그가 보는 성인들의 세상은 모두 ‘phony’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콜필드가 다니는 사립고교의 홍보물에는 언제나 영국 귀족들의 놀이인 폴로 경기를 하는 사진이 들어가는데, 사실 그 학교엔 폴로 경기는커녕 말도 한 마리 없다.

주인공의 눈에는 그런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또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의 은사인 안톨리니 선생님은 비록 교육 제도는 나쁠망정 교육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해준다. 즉, 창의력을 저해하는 ‘제도로서의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진정한 교육과 지식은 좋은 것이며, 학식을 갖추고 교육을 받은 사람이 창의력과 재치만 있는 사람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은사의 입을 빌어 작가 샐린저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조선일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영국 저널리스트 팀 알퍼는 2016년 벽두에 젊은 층에게 권하는 필독서로 이 소설을 추천하면서 이 책을 읽는 누구든 “내가 홀든 콜필드야. 이 소설은 바로 내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 거라고 말했다. 20세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필자 또한 분명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한글 번역본은 민음사에서 2001년에 번역한 책이다. 다른 번역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읽히고 있는 이 책은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명색이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펴낸 책임에도 ‘작품 해설’이나 ‘옮긴이의 말’이 없다. 결정적으로 오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원서 읽기를 적극 권한다.
  • 2016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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