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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 ‘무사(無事)’ 낸 가수 요조

책방 ‘무사(無事)’는 오늘도 무사합니다

글 : 한정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종로구 계동, 북촌에 위치한 중앙고 정문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여전히 ‘진미용실’ 간판을 달고 있는 작은 책방 ‘무사(無事)’와 만난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책방 주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의 주인은 가수 요조(34)다. 요즘은 ‘가수 요조’로 살기보다 ‘책방 주인 요조’로 살고 있다. 책방 ‘무사(無事)’는 약 300권의 책을 파는 작은 책방이다. 독립출판물과 중고책, 신간 등을 판다. 책방이지만 모든 책을 다 들여놓는 것은 아니다. 주인의 취향에 맞는 책만 선택받는다. 일종의 공개된 개인 서재다.
“지금 하면 왜 안 돼?”

“2년 넘게 살고 있는 동네는 여기가 처음”이라고 말하는 그는 북촌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신도시의 아파트에 살았었다.

학교 앞 책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책방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부동산 사장님까지도 그를 말렸다.

“아가씨, 요즘 누가 책방을 해? 그거 해서 돈 못 벌어.”

중앙고 앞 언덕길에 미용실이었던 빈 가게를 구하고 직접 내부 공사를 할 때도 우려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부터 동네 사람들한테까지 축하 인사보다는 걱정의 말을 더 많이 들었다. 그래서 ‘무사(無事)’라는 책방 이름에는 ‘망하지 말고 무사하게’라는 염원이 담겼다.

“어렸을 때부터 책방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동네에 서점이 있었는데 자주 놀러가서 책을 봤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팔자 좋아 보이는 사람이 책방 주인 아저씨였어요. 책에 파묻혀서 유유자적하며 하루 종일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것 같았죠.”

마흔 이후에나 이룰 수 있겠다 싶은 꿈이었다. 틈만 나면 우리나라 소도시 여행을 떠났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자리를 잡고 책방 낼 곳을 찾아볼 겸해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친구도 거들었다.

“지금 하면 되잖아?”


그는 내세를 믿지 않는다. 죽음은 곧 존재의 소멸이다. 게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먹고 싶은 건 먹고,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죽어야지’

그런 생각이 마음을 재촉했다. 평소 느긋한 성격이지만 ‘하고 싶은 일’ 앞에서만큼은 실행력에 불이 붙는다. 책방 ‘무사(無事)’를 오픈한 지 한 달 여. ‘책방 주인’으로 산 한 달의 시간은 어떻게 채워졌는지 물었다.

“생활 반경이 확 줄었어요. 방송과 공연이 있는 날을 빼곤 책방에서 하루 종일 보내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어렸을 때 가장 팔자 좋아 보이던 ‘책방 아저씨’는 저의 오해였어요. 재미있는 책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기도 하고 그렇게 다 팔리면 또 주문해야 되고, 그사이에 다른 좋은 책을 또 찾아야 해요. 신간이 나오면 좋은지 어떤지 모르니까 일단 읽어봐야 하죠. 책을 입점해달라고 출판사 담당자나 독립출판물 저자가 찾아오는 일도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작은 책방임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덕분에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책 읽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그의 말을 빌리면 “치열하게 읽고 있다”고 한다.

개업 첫 달은 주변 지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매상을 올려줬다. 그럼에도 수익은 크지 않다. 간신히 가게를 유지할 정도. 그래도 책방은 계속할 생각이다.

“득실을 따질 거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겠죠. 저뿐만 아니라 책방을 하는 다른 친구들도 보면 경제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은데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저 역시 만족스럽고 유익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은 새로운 인연의 끈


그는 책방 주인이 된 이후 “책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지금까지 무대에서 만난 관객과는 다른, ‘책’을 매개로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에게 있어 ‘책’은 인연의 끈이다.

“책이라는 물건을 팔고 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거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어디서 왔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혀 기대하지 못한 인연을 만날 수도 있고, 그게 제 인생을 또 새로운 길로 이끌어준다고 믿어요.”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 중에 유독 문인이 많다. 최근에 나온 에세이집 《연애 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에 김소연 시인, 정세랑 작가 등과 함께 필진으로 참여했다. 《어떤 날1》과 《요조 기타 등등》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책이다.

책방을 찾아오지 못하는 책 애호가들과는 책방 sns 계정으로 소통한다.

“최근에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를 재미있게 읽고 sns에도 올렸는데 어떤 분이 마침 그의 책을 읽고 있다며 그분이 읽고 있는 책 사진을 보내줬어요. 제가 아직 못 읽어본 책이라 그분에게 재미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그다음에는 목차 사진과 함께 이런 내용이라며 설명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그분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어요. 이런 재미가 쏠쏠해요. 한 권의 책에서 또 다른 책을 알게 되고, 그런 식으로 가지치기를 해나가는 것이요.”

요즘 새롭게 밀고 있는 책은 《출판, 노동, 목소리》다. 출판사에서 편집자, 북디자이너 등으로 일한 저자들이 쓴 일종의 출판현장 고발르포다.

“필진 중에 아는 분께 선물 받아 읽은 책인데 제가 생각했던 출판계와는 너무 다른 거예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출판사에 대한 판타지가 있잖아요. 박사님 같은 사람들이 고상하고 우아하게 일할 것만 같다는 그런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열악하고 착취가 존재한다는 거, 지금까지 한 번도 듣지 못했고, 알지 못하던 세계를 알게 돼서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디펜던트 북샵》이라는 독립출판물도 추천 도서 중 하나다. 전국 방방곡곡, 전혀 예상치 못한 동네에 위치한 독립출판서점을 소개하는 책이다.

“대구・포항・울산・대전 등 생각지도 못한 동네에 작은 책방이 있어요. 여행 갔다가 들러보면 좋잖아요.”

책방을 하다 보니 책 만드는 사람, 책 파는 사람, 책 사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깊어졌다.

“다들 바보 같아요. 돈도 되지 않고 세상이 알아주지도 않는 일이잖아요. 사실 동지애가 생길 필요가 없는데 워낙 책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넘쳐나니까 동지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책방에 와서 책을 고르고 사가는 사람의 모습을 볼 때 그는 감동을 받는다.

“음악을 하는 사람한테는 그런 게 있거든요. CD를 사는 사람을 보면 감동 받는 거. 그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음악으로 돈 벌기 얼마나 힘든지, 우리나라 음원 시스템이 뮤지션한테 얼마나 불리한지, 음원 다운로드보다 CD 한 장 사주는 게 큰 힘이 된다는 걸 알리고 싶지만 잘 안 돼요. 그런 면에서 책을 사는 사람을 보면 똑같은 감동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는 지금 《이구아나》라는 동화를 쓰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자비를 들여 독립출판물 형태로 내년쯤 나올 예정이다.
  •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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