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제언 ⑦
현대 문명과 시심(詩心)의 복권1

‘하늘 바다에 구름 물결치고 달배(月船)는 별 숲을 저으며 숨어 본다.’ 이 시는 1300년 전에 쓰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歌集)인 《만요슈》[만엽집(萬葉集)]에 수록되어 있는 한 구절이다. 이 시를 읊조리노라면, 멀리 대기권 밖으로 인간을 보내 달 표면에 발자취를 남긴 오늘날보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이 달이나 별을 더 가깝게 느끼며 넓디넓은 마음으로 산 듯하다. 물질적으로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풍족해도 하늘을 쳐다볼 마음의 여유조차 지니지 못하는 현대인과 비교한다면 과연 어느 쪽이 정말 풍요로운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방대한 물질과 소음으로 둘러싸인 현대인의 마음은 광대한 우주와 영원한 시간의 흐름에서 분리되어 고독과 소외감에 떠는 듯하다. 그런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려고 쾌락에 빠져도 갈증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나의 견해로 이런 단절과 불화는 현대 문명의 근원적인 비극이다. 즉 우주·자연·사회와 인간이 서로 분리되고 말았다. 확실히 인간은 과학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일찍이 없던 힘을 얻었고, 생활이나 건강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외부 현상을 자신과 분리해 대상화하고, 거리를 두며 바라보거나 ‘사물’이나 ‘숫자’라는 요소로 환원하려는 사고의 경향성이 강해진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는 자칫하면 인간이나 생명조차 사물로 환원하여 전쟁 희생자마저 숫자로 통계를 내고, 말로 다할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슬픔과 괴로움은 무시해버린다.

이런 추세 속에서 ‘누구나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인간이다’라고 주시하는 것이 ‘시인의 눈’이라 해도 좋다. 거만한 지식인이 세상을 조종하고 조작하려는 반면, 시심(詩心)은 세상의 신비스러움에 경의를 표한다.

지상에 사는 인간도 천공(天空)에 펼쳐지는 대우주에 호응해 확고한 법칙을 따르는 하나의 소우주다. 이 대우주와 소우주가 공명할 때 시가 탄생하지 않을까.

옛날 사람은 모두 시인으로서 대자연과 대화를 나눴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요슈》에는 모든 계층 사람이 읊은 시가 실렸다. 그중 절반 가까이는 ‘작자 미상’, 즉 무명의 사람들이 읊어서 남긴 시다. 이름을 남기려고 읊은 것이 아니다.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의 발로(發露)에서 읊은 시가 영원한 생명을 지니며 시대와 나라를 초월해 많은 사람에게 읊어지고 계승됐다.

이 ‘시심’은 인간의 어떤 영역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진리 탐구에 몰두하는 과학자에게도 시심은 약동한다.

시인은 사물마저도 단순한 사물로 보지 않는다. 그 시선은 ‘마음’을 향한다. 꽃은 그냥 꽃이 아니다. 달도 하늘 위에 떠도는 어떤 물질이 아니다. 시인은 달이나 꽃을 주시하면서 인간과 세상의 측정할 수 없는 연대감을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시인이라 해도 좋다. 어린이의 시심을 소중히 키우는 일은 어른에게도 신선한 세계를 발견하는 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Restoring our connections with the world1

The cloud-seas of the heavens are riled by waves. The moon a ship rowed into hiding behind a forest of stars.

This waka-style poem was written some 1,300 years ago. It is included in the Manyoshu(A Collection of Ten Thousand Leaves), the oldest extant collection of Japanese poems. Today, we have sent human beings beyond the reaches of Earth's atmosphere; we have stood on the surface of the moon. Yet, reading this poem, one has to wonder if people in ancient times didn't sense the presence of the moon and stars more intimately than we do today. Is it possible they lived richer, more expansive lives than we, who for all our material comfort, rarely remember to look up to the sky? Immersed in material concerns, clamor and bustle, contemporary humanity has been cut off from the vastness of the universe, from the eternal flow of time. We struggle against feelings of isolation and alienation. we seek to slake the heart's thirst by pursuing pleasures, only to find that our cravings have grown that much more fierce.

This separation and estrangement is, in my view, the underlying tragedy of contemporary civilization. Divorced from the cosmos, from nature, from society and from each other, we have become fractured and fragmented. Science and technology have given humanity undreamed-of power, bringing invaluable benefits to our lives and health. But this has been paralleled by a tendency to distance ourselves from life, to objectify and reduce everything around us to numbers and things. Even people become things. The victims of war were presented as statistics; we are numbed to individual realities of unspeakable suffering and grief. The eyes of a poet discover in each person a unique and irreplaceable humanity. While arrogant intellect seeks to control and manipulate the world, the poetic spirit bows with reverence before its mysteries.

Human beings are each a microcosm. Living here on Earth, we breath the rhythms of a universe that extends infinitely above us. when resonant harmonies arise between this vast outer cosmos and the inner human cosmos, poetry is born.

At one time, perhaps, all people were poets, in intimate dialogue with Nature. In Japan, the Manyoshu collection comprised poems written by people of all classes. And almost half of the poems are marked poet unknown. These poems were not written to leave behind a name. Poems and songs penned as an unstoppable outpouring of the heart take on a life of there own. They transcend the limits of nationality and times as they pass from person to person, from one heart to another. The poetic spirit can be found in any human endeavor. It may be vibrantly active in the heart of a scientist engaged in research in the awed pursuit of truth. When the spirit of poetry lives within us, even objects do not appear as mere things; our eyes are trained on an inner spiritual reality. A flower is not just a flower. The moon is no mere clump of matter floating in the skies. Our gaze fixed on a flower or the moon, we intuitively perceive the unfathomable bonds that link us to the world. In this sense, children are poets by nature,
by birth. Treasuring and nurturing their poetic hearts, enabling them to grow, will also lead adults into realms of fresh discovery.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5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10

201910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0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