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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 선수’의 프로 재도전 프로젝트

화제의 웹툰 - 나처럼 던져봐

“수호 저 녀석은 여기 직원이기 전에 아직 은퇴하지 않은 선수다. 도전자라 특별 대우해주자는 게 아니야.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도전자지.
그냥 작은 바람은… 비록 흐린 꿈을 먹고 있는 삶이라도, 스스로 넘어지고 스스로 멈출 때까지 우리만큼은- 그들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자.”
- 《나처럼 던져봐》 중에서
그, 전설적인 투수. 다소 이른 때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프로야구 구단의 투수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해 감독으로 승격된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때, 사람들은 “역시”라고 했다. 그가 우승감독이 된 후, 나이는 있지만 아직 기량이 떨어지지 않은 팀의 상징이던 간판 스타를 라인업에서 빼는 일이 늘었다. 그 팀이 아니면 프로생활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던 선수는 숱한 말을 삼키고 은퇴했다. 감독은 팀을 옮겼다. 현역시절 친정팀이었다. 올드팬들은 열광했지만, 최고 선수로 이름 날리던 선수를 개막전 라인업에서 빼고 납득할 수 없는 2군행을 통보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선수는 은퇴했다. 팀 성적은 좋지 못했다. 열광하던 팬들이 비난을 쏟아냈지만, 감독은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다.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야구를 하는 것이 선수의 영예라 여기는 이도 있다는 걸 그는 무시했다. 적어도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씩 매일 야구만을 생각하고 달려온 선수의 마지막은 적어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했다.

현실이 이러한데, 만화는 어떨까? 《나처럼 던져봐》의 주인공 공수호는 보기 드문 스위치 투수였다. 우완은 좌완에 비해 제구가 좀 덜 잡히지만 구속이 15km 정도 빨랐다. 프로에 가기 위해서는 선택해야 했다. 우완투수로 한화 이글스에 2차 12번째, 그러니까 거의 마지막이라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는 순번에 뽑혀 입단한다. 선수시절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고, 왼팔을 포기한 대가였을까. 현역시절 내내 ‘유리몸’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오른쪽 팔꿈치 인대를 두 번 날려먹었다. 세 번째 인대가 찢어진 날, 그는 팀 유망주의 10승을 날려먹었고, 방출되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나이와 경력은 실력 앞에 무기력해진다. 《나처럼 던져봐》는 방출당해 세간의 뇌리에서 잊힌 수호의 4년 뒤를 뒤따른다. 방출당했을지언정 아직 은퇴하지 않은 그는 서른여섯 방출된 그때부터 프로 재도전을 위해 재활에 매달렸다. 스포츠 용품점을 운영하는 고교시절 은사를 찾아갔다. 뜯겨나간 인대가 아파서가 아니라, 삶을 건 도전이 타의로 끝나버리는 것이 마음 아파서였다. 좌완을 포기시키고 프로에 밀어 넣은 게 끝내 마음에 걸렸는지, 은퇴할 나이에 다시 야구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도움을 구하러 찾아온 제자를 차마 내치지 못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선수시절 부상으로 채 피우지 못한 당신의 도전이 떠오른 건지도 모르겠다. 수호는 은사의 스포츠 용품점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한편, 새벽부터 밤까지 혹독한 훈련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마흔 살 먹은 퇴물 선수, 사회인 야구 타자에게도 얻어맞는 배팅볼을 던지는 투수에게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젓기만 할 ‘프로 재도전’ 프로젝트의 본격 막이 오른다. 은사는 단계별로 테스트를 설계한다. 사회인 야구팀과의 경기에 나와서 성적 내기, 프로에서도 탐내는 선수가 득시글한 고교 야구팀에게 5이닝 던져 이기기, 끈기와 근성으로 버티는 대학야구팀에게 던져 승리하기. 단, 구종은 너클볼(변화구의 일종) 한 종류만 쓰기. 이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미션에 실패하면 프로 도전을 위한 훈련은 멈추는 조건이었다. 프로야구에서 마흔이면 은퇴를 생각해야 할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사회에서는 정력적으로 일하고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면 가족을 부양하고 부모를 부양할 수도 있는 나이. 공수호는 오직 자신의 꿈을 위해서 어쩌면 최후의 도전이 될 일구 일구를 던지는 데 모든 걸 건다.


무모해 보이는, 덧없어 보이는 그의 도전은 극적인 해피엔딩은 아닐 것 같다. 야구는 인생이다. 공짜로 얻어가기 힘들고,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 진짜 인생이다. 작가는 생생한 인생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넘어지고 스스로 멈출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힘껏 응원할 뿐이다.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면서까지 간절히 구하는 것에 어쩌면 도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도전자’ 수호의 뒷모습에 우리의 모습을 덧씌우면서.

* 덧붙이기 - 장이는 야구와 소시민의 삶을 더없이 멋지게 그려내는 작가다. 전작인 다음 만화속 세상 연재작 《퍼펙트 게임》 역시 생생한 경기 장면과 사람 냄새 나는 서사가 일품이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나처럼 던져봐〉 / 장이 지음 / 네이버 수요웹툰
  •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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