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배우 조정석

좋은 작품이라면 어떤 배역이든 맡을 거예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로 친숙해진 배우 조정석. 이후 그는 드라마 〈더킹투하츠〉에서는 반듯한 ‘은시경’역을 맡았고, 영화 〈관상〉에서는 ‘팽헌’이라는 캐릭터를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소화해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달달한 남자 ‘영민’을 보여줬는가 하면 8월 말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며 종영한 드라마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선 강선우로 ‘츤데레’(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말의 신조어) 매력을 발산했다. 이 모든 게 최근 3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는 틈틈이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 다양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는 배우 조정석을 만났다.

사진제공 : 문화창고
얼마전 종영한 tvN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은 음탕한 처녀귀신(김슬기)이 빙의된 소심한 주방 보조(박보영)와 스타셰프(조정석)가 펼치는 로맨틱 드라마였다. 〈오나귀〉에서 스타셰프 강선우 역을 맡은 조정석은 납득이 역을 넘어서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강선우는 잘난 척에다 허세로 가득한 스타셰프였다. 평소 작은 실수조차 용납 못하는 성격이라 주방에서는 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로맨틱했다. 극 중 손을 덴 박보영에게 “널 왜 싫어하는지 아느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다가도 연고를 바르라고 챙겨주는 ‘츤데레’의 매력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드라마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는데 이에 조정석・박보영의 ‘케미’가 한몫했다.


작품할 때 중요한 건 앙상블

조정석은 케미가 좋은 배우 중 한 명이다.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아이유와,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신민아와, 심지어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이제훈과 발산한 남남 케미까지. 그는 “케미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건 ‘배려’라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역할에서 더 튀는 행동을 해볼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작품을 할 때 앙상블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만 튀어 보이려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죠. 앙상블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작품이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나귀〉에서 그와 나봉선(박보영 분)의 이른바 ‘티격태격 로맨스’는 이목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은 박보영의 눈웃음과 애교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연기를 하는 조정석에게 “극한 직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워낙 사랑스러우니 웃는 장면에서는 엄청난 도움이 됐지만 화를 내야 하는 장면에선 힘들었어요(웃음).”

오히려 국민 여동생 박보영의 이미지를 여성의 이미지로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기분 좋은 이야기”라며 “상대 여배우를 예뻐 보이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게 예의고 매너가 아닐까. 보영씨가 잘해줬기 때문에 멋있어 보인 것 같다”고 했다.

조정석은 강선우의 감정을 모두 눈에 담아냈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눈빛으로 뭔가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봉선이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쳐다봤고, 누구보다 안쓰럽게 쳐다봤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쳐다봤어요. 배우의 눈빛은 감정에서 나오니까요.”

그는 작품을 선정할 때 이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느낌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오나귀〉 역시 ‘빙의’라는 독특한 소재에 끌렸다.

“흥미를 못 느끼면 못할 것 같아요. 캐릭터에 빠지기도 어렵고요. 제가 선택한 작품을 보는 분들도 그 흥미로운 이야기의 매력을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연기 12년차에 접어든 조정석. 그는 연기할 때 배우의 말이 대사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본은 작가가 쓴 문어체예요. 배우는 문어체 문장을 구어체로 바꿔낼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생동감 넘치는 극중 가상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고, 보는 이도 작품에 빠질 수 있고요.”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조정석은 “애드리브가 강한 배우”라는 얘길 많이 듣는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애드리브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본은 작가의 권한이라고 생각해요. 필요한 경우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하고, 상대 배우에게도 충분히 알려야 하고요.”


공연 무대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다


조정석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부터 뮤지컬 〈펌프보이즈〉 〈대장금〉 〈헤드윅〉 외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보장하는 배우로 통했다.

“뮤지컬은 배우가 무대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이기 때문에 치밀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요. 호흡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관객의 몰입도도 떨어져요. 그럼 다시 그 극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게 여러 번 반복된다면 공연 자체가 흥미롭지 않죠. 설령 무대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가 아닌 척 캐릭터 자체에 반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순발력도 배어 있어야 해요. 이런 걸 항상 염두에 둡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메커니즘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매력도 다 달라요. 어떤 장르든 잘 넘나들며 열심히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탤런트, 영화배우, 뮤지컬 배우 나누는 게 전 싫어요. 배우 조정석으로 좋은 작품이 있다면 찾아가고 싶습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조정석, 현재 그는 배우 조정석과 인간 조정석 사이에서 부딪치는 부분을 절충하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고 했다. 그 둘이 만나는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인 그도 슬럼프가 있었을까.

“2005년도 뮤지컬 〈그리스〉를 할 때였어요. 원캐스팅으로 9개월 동안 공연하면서 체력적인 고갈을 느끼던 게 정신적으로 왔죠. 유쾌한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정작 제 자신은 그러지 못했어요. 과연 내가 지금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게 재미있는 건가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뭐든 멘탈 싸움이더라고요. 데뷔 전 가족사로 많이 아프고, 힘들고 괴로웠던 적이 있어요. 그때 울 만큼 울어서인지 지금은 눈물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그때를 떠올리면 이건 힘든 것도 아니야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그 순간을 이겨내요(웃음).”

그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을 묻자 ‘신 스틸러’라는 찬사를 받았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역을 꼽았다. 대본엔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재수생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의 아이디어로 때론 엉뚱하고 지나치게 과장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승민이 괴로워할 땐 가까이에서 위로를 건네는 납득이의 모습을 연구했다.

“무대경험이 많아서 유리한 앵글이었을지도 몰라요. 첫 영화 출연작이기도 했고, 의미가 남다른 작품입니다.”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그는 사회부 기자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역이에요. 사건에 대한 무용담을 스릴러와 코미디로 녹여낸 작품입니다.”

배역이며 활동 영역까지 참 유연해 보이는 배우 조정석. 그는 화려한 배경이나 겉치레 없이 작품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그 역할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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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Ji Ye Hwang   ( 2015-09-22 ) 찬성 : 74 반대 : 74
안녕하세요. 탑클래스 기사 잘보고 있습니다^^ 조정석씨 팬이에요 드라마페스티벌 어워즈 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르셨던데 그때 꼭 뵙기를빕니다. ^^ (이제훈->이재훈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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