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나의 동반자 ‘덕’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때는 바야흐로 2009년,
자취방에서 홀로 지내는 것이 쓸쓸해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간 답십리의 애견숍에서 푸들 한 마리를 데리고 왔지요. 15만원.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오는 데 드는 돈이 달랑 15만원이었습니다(15만원도 없어서 친구한테 5만원 빌린 건 비밀). 그래도 하나의 생명인데 15만원은 좀 너무하다 싶기도 했죠. 그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가 외로우니까 그 아이를 자취방에다 데려다놓는 수밖에.

그리고 머지 않아,
“엄마, 엄마! 생일 선물. 완전 귀엽지!” 하고 그 아이를 엄마한테 넘겨버렸습니다. 나 하나도 간수 못 하는 스물세 살 청년은 강아지를 키우기엔 너무 무능력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 아이는 ‘복’이라는 이름을 갖고 지금까지 엄마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15만원을 주고 데려온 복이는 6년째 아주 건강하게 집 구석구석 똥을 싸지르고, 왜 여기다 똥 쌌냐고 혼내면 엄마를 제외한 가족들을 물어버립니다. 정재영 여사는 50년 만에 조자룡과 같은 충신을 얻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충성 +1 되셨습니다.
자취방에서 나와 엄마 집으로 들어가면서 강아지와 본격적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내가 먹던 것을 훔쳐 먹고, 그래서 개가 먹던 것을 같이 훔쳐 먹으면서 쌓아온 우정. ‘우리 엄마 내 꺼’라고 하면, ‘그래? 그럼 네 것 중 하나를 부셔버려야겠어’ 하며 이어폰을 물어 뜯는 그를 보며 길러온 분노. 아.. 아니.. 그렇게 길러온 우정(내 분노 연기의 8할은 너로 인해 맹글어졌어). 그러면서 저는 강아지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2015년 5월. 뭐 때문인지 모를 상당한 우울감에 빠져 (다시 시작한) 자취방 앞의 카페에 앉아 있는데, 털이 덥수룩한 개가 내 앞을 지나갑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역시나 주인이 없는 개였죠. 난데없이 찾아온 우울감과 동정심이 겹쳐 먹고 있던 과자를 들고 그 녀석에게 달려갔습니다.

“먹어.”
먹지 못합니다. 한동안 밖에 있었던 모양인지 사람이 먹는 딱딱한 쿠키는 씹을 수 없을 정도로 이가 많이 상해 있습니다. 입에 들어가서 그대로 흘러 나오는 쿠키가 안쓰러워 손으로 가루를 내서 줘도 무서운지 먹지 못합니다. 병원에 데려가야겠다 싶어서 손을 갖다 대니 무작정 차도로 줄행랑을 칩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고, 다행히 아무 사고 없이 그렇게 유유히 도망갔습니다. 그리고 도망을 가면서도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봅니다. 혹시 제 주인이 아닌가 싶어서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사료와 구충제라도 사서 길거리에 놔둬야겠다 싶어 찾아간 동물병원에 녀석이 들어와 있더라구요. 검사를 해보니 이 4개가 빠져 있고, 심장사상충, 피부병 등 여러 질병이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꽤 오래 밖에서 살았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가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치료비 디씨 좀 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연예인 디씨는 아닙니다. 의사선생님은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처음 보는 청년에게 그냥 ‘유기견 디씨’를 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찌 됐건, 데리고 온 지 1주일째, 점점 저와 이 집에 적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달이면 이사갈 조금 더 큰 집에서 ‘덕(사진)’이와 저는 좀 더 재밌게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죠. 이름은 ‘덕’입니다. 동생에게 이름을 덕이라고 지었다고 했더니 그럼 다음 개는 ‘방’으로 지으랍니다.

‘복덕방’. 껄껄.
‘셔틀랜드 시프도그’ 영국의 셔틀랜드 지방에서 목양견으로 키우던 개라고 합니다. 현명하고 얌전하고 용맹한 견종이라네요. 그래서일까요. 집에선 조용하다가 밖에 나가면 진돗개와 맞짱을 뜹니다.
‘녀석, 나를 지켜주려고 저 진돗개와 그렇게 싸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덕’이는 마치 벤치클리어링을 일으킨 메이저리그 선수처럼 끈질기게 그 진돗개를 향해 달려갑니다. 나 때문이 아니었어. 그냥 너 때문이었어.

그렇게 우리는 또 친해집니다.
밖에서 고생했을 덕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집니다. 오랫동안 밖에서 먹고 잤을 녀석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너무 착한 눈으로 꼬리를 흔드는 이 녀석이 왜 버림을 받았는지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직도 치석이 많이 껴 있고 각질이 떨어지지만 사상충 치료 때문에 스케일링도 피부치료도 뒤로 미뤄야 한다고 합니다. 입냄새가 진동하고 집안에 각질이 부스스 떨어져 있어도 덕이의 평생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말썽을 피워도 가끔 우울감에 토라져 있어도 전부 다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강아지 버리지 마세요. 인터넷을 뒤지다가 어떤 글을 봤습니다. “어떻게 개를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있지만, 어떻게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개는 없습니다.” 당신이 키우고 있는 그 강아지는 당신을 위해 목숨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집에다 똥오줌을 싸놓는 것, 마구 짖어대는 것, 밥을 축내는 것은 그 개를 버릴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집에 똥오줌을 싸놓고 소리를 지르고 밥을 축내도 그 강아지들은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래 영역표시를 위해 변을 여기저기 싸고, 위험하면 짖고, 배고프면 먹고, 이것저것 물어 뜯는게 개입니다. 그런 강아지들을 사랑하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키우지 마세요. 당신은 개를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강아지 버리지 마세요.


박정민은 영화 〈신촌좀비만화〉 〈들개〉 〈전설의 주먹〉 〈파수꾼〉, 연극 〈G코드의 탈출〉 〈키사라기 미키짱〉,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사춘기 메들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언희(言喜)’는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의 필명이다.
  • 2015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 2016-02-21 ) 찬성 : 21 반대 : 22
저도 예전에 강아지는 아니지만 고양이를 길렀는데 엄마는 없고 남매들이랑 딱 셋이 있는거 학교 동생들이랑 나눠 데리고가서 무작정 키웠는데 한 2년뒤 제가 이사를 가면서 아는 집에 맡기고 왔는데 얼마 안 있고 집을 나갔더라고 하더라구요.. 이름이 '별' 이었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미안해요ㅠㅠ
   구독   ( 2015-09-13 ) 찬성 : 22 반대 : 23
마음까지 이쁜 정민님의 글 잘 읽고 갑니다 섣불리 개를 키우고싶어했던 제 자신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되네요
   23.9   ( 2015-07-30 ) 찬성 : 29 반대 : 30
끝까지의 책임이 스스로도 불확실하다면 시작하지 마세요. 숨쉬는 생명을 팔을 이리저리 꺾어대던 어렸을적 장난감정도로 치부하지 마세요. 당신이 사는 세계를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는걸 잊지마세요. 지나가다 들렀던 기사에서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오토바이에 묶어 90km로 질주했다던 주인의 "어차피 먹을 갠데" 라던 인간이 맞는지 의심케했던 한 마디가 하루종일 마음을 화나게해 슬픕니다.

related article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안녕

[2017년 05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아빠의 청춘

[2017년 04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오사카

[2017년 03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불행

[2017년 02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무대

[2017년 01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악몽

[2016년 12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인터뷰

[2016년 11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이름

[2016년 10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untitled

[2016년 09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모르는 세상

[2016년 08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상(賞)

[2016년 07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마이너리그

[2016년 06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볶음밥 만드는 법

[2016년 05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7년 동안

[2016년 04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동주

[2016년 03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서른

[2016년 02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응답하라 그게 언제든

[2016년 01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페루 소녀 루스

[2015년 12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방콕

[2015년 11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인터뷰

[2015년 10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잘 듣고 있습니까

[2015년 09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이사

[2015년 08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one team

[2015년 06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2015년 05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바이오맨의 추억

[2015년 04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열정 페이’는 없다

[2015년 03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이미 네가 나한테 복덩이야~”

[2015년 02월호]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나 혼자 산다

[2015년 01월호]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