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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eam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참 많은 팀이 있습니다. 회사에는 영업팀이니 재무팀이니 각자 속한 팀이 있겠고, 일요일 아침마다 나가는 조기축구회 팀도 있겠고, 각자 응원하는 야구팀도 있겠고, 가수팀도 있겠고, 그 팀을 좋아하는 팬클럽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팀도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팀은 팀원들의 목적이 동일한 지점에 있을 것이고 얼마나 그 팀원들이 잘 뭉쳐서 나아가느냐에 따라 결과의 질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 팀의 장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모두가 동일하게 얻어낸 결과가 어느 정도로 공평하게 나뉠 것인가도 달라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팀플레이를 좋아합니다(주로 개인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팀플레이를 좋아하죠). 어릴 때는 게임을 못해서 잘하는 친구랑 팀 먹고 못하는 친구를 부셔버리는 걸 즐겼고, 게임방을 나와서 그 친구에게 부셔버려지는 수모를 겪긴 했어도 ‘갠플’보단 ‘팀플’을 좋아했습니다. 소속감을 즐겼고, 다 같이 한곳을 보고 달려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일곱 시 방향 테란으로 저글링 가진 거 다 보내” 같은 말에 희열을 느끼고 마우스를 일곱 시 방향으로 미친 듯이 누르는 거 말입니다.

영화 촬영현장에도 많은 팀이 있습니다. 연출팀, 촬영팀, 조명팀, 그립팀, 사운드팀, 제작팀, 분장팀, 의상팀, 미술팀, 소품팀 등. 그리고 여기에 배우들이 합세, ‘좋은 영화’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그래서 이들을 하나의 ‘영화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주〉라는 영화 촬영이 끝났습니다. 이준익 감독님의 새 영화이고,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읽어봤을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윤동주라는 이름이 가진 먹먹함, 억울했던 그 시대의 무게를 〈동주〉팀의 일원들이 사이좋게 짊어지고 촬영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영화는 네 것 내 것이 없다. 이건 내 거네, 저건 네 거네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영화는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가운데 두고 모두가 같이 보고 있으면 영화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이준익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모두가 같이 가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배우가 이 영화는 내가 주인공이니까 내 거야! 혹은 감독이 이건 내가 만드는 거니까 “내 영화야!” 하는 순간 영화는 없다는 겁니다. 소유하려 들면 안 되고 나눠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내 것만 하는 데 급급하던 과정들이 조금은 반성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난 후 팀을 믿고 가는 순간, 팀원들 사이의 유기적인 끈끈함이 오히려 그전보다 더 정답을 찾아가는 데 수월하더라는 걸 알았습니다.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하려고 무슨 일이든지 하게 되더라는 것도 말입니다.

투수가 공을 맞아도 그라운드에는 그 공을 잡아줄 8명의 야수가 있는 것처럼, 팀원들을 위해 인대가 끊어질 때까지 공을 던지는 투수처럼 팀을 믿고 간다는 것, 굉장히 멋있는 일입니다. 이번 현장에서 내가 동료들을 믿고 인대가 끊어질 정도로 공을 던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팀을 위해, 팀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제법 멋졌다는 건 확실합니다. “영화에 인생을 걸지 말고 그 영화를 같이 찍는 사람에게 인생을 걸라”던 감독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보는 영화, 저도 그 사람을 위로하고 그 사람을 위해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과정이 너무나도 값지고 행복한 현장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 윤동주. 그의 친구 송몽규. 그 둘도 어쩌면 한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팀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독립’이라는 한 목적만 바라보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꽤나 부담스럽고 무게가 나가는 소재인 만큼 조심스럽고 세심하고 겸손하게 다뤘습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지배하던 시기’ 식의 교과서적인 표현으로는 절대 나타낼 수 없는 그들의 한을, 그리고 그들의 목표와 그 과정을 일부나마 표현하기 위해서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이 말들은 조금 아꼈다가 영화가 나온 후에 더 쓰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팀이 있을 겁니다. 2005년 결성 이후로 무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야탑동 오합지졸 축구팀 ‘타이거 블레이즈 범범’. 우리 골대를 노리는 저 팀도 적이지만, 내게 패스를 주지 않는 저 새끼도 내 적이었던 그 팀. 근데 저 새끼가 주장인 그 팀. 자살골을 넣었다고 집단 린치를 가하던 그 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2015년의 〈동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적재적소에 패스를 주는 동료들과 자살골을 넣어도 만회해주는 능력 있는 동료들을 만난 이 시간이 앞으로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타이거 블레이즈 범범’을 잊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좋은 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어도 언젠가 좋은 팀에 속해 있을 수는 있을 겁니다. 모두가 강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신의 팀을 강팀으로 만들 수는 있을 거고요. 뒤에서 받쳐주는 동료들을 믿고 지금 하고자 하는 일들 모두 다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늘 그렇듯, 결국엔 다 잘될 거니까요.

박정민은 영화 〈신촌좀비만화〉 〈들개〉 〈전설의 주먹〉 〈파수꾼〉, 연극 〈G코드의 탈출〉 〈키사라기 미키짱〉,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사춘기 메들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언희(言喜)’는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의 필명이다.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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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 2016-02-21 ) 찬성 : 9 반대 : 10
저는 반대로 개인적인 과제를 좋아하는 편 이었는데.. 왜냐하면 늘 팀플일땐 제가 왠만한 모든걸 다 맡아서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친구, 팀원들의 소중함을 깨달아요.. 세상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걸 깨닫는거죠.. 정말 언제나 좋은팀에 속해 있을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좋은팀에 속해 있을수는 있는것 같아요.. 정말 느끼는 바가 많네요..
   은짱   ( 2015-08-27 ) 찬성 : 13 반대 : 12
마지막 단락이 참 와닿습니다. 늘 그렇듯이 글에 진심이 담겨 있어서 자꾸 찾아 읽고싶어져요. 빛나는 배우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23.9   ( 2015-06-12 ) 찬성 : 24 반대 : 29
팀이라는 단어로 영화라는, 조금 먼 이야기를 가깝게 끌어와주셨네요. 영화 소품팀 막내로 일하던 친구한테 들었던 이야기와 겹쳐져서 더 와닿게 들리나봐요. 모쪼록 제 팀에서도 좋은 팀원이길 바라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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