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웹툰 - 추억을 먹는다,
《오무라이스 잼잼》

“적당히 골고루 먹으면서 요령껏 편식합시다.
지금 당장은 못 먹어도 평생을 두고 새로운 음식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기쁨도 결코 작지 않으니까요.”
-《오무라이스 잼잼》 중에서
TV엔 온통 길고 가느다란 사람들이, 저 팔 같은 다리로 어떻게 걸어 다니나 싶은 몸매의 연예인들 투성이다. “하루에 세끼 다 먹으면 당연히 살쪄요”나 “먹고 싶은 것들, 이미 알고 있는 맛”이라는 등 연예인들은 몸매의 비결, 혹은 식욕을 이기는 방법을 선심 쓰듯 알려준다. 인기 걸그룹의 다이어트 식단이 공개되면 너도나도 그것을 따라 하려고 참고 또 참아가며 닭 가슴살에 샐러드, 삶은 달걀흰자에 고구마 100g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그들과 같은 얼굴은 어떻게 안 되겠지만 살을 빼면, 44 사이즈를 입을 수 있게 되면, 유행이 아닌 일상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스키니진을 소화하려면…! 이런 바람을 가지며 인생의 크나큰 즐거움 하나를 잠시나마 포기하려고 한다.

웰빙이니 슬림한 몸이니 채소 위주의 식단 같은 입바른 이야기들이 이 만화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다음 만화 속 세상에서 다섯 시즌을 연재한 장수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은 초콜릿이나 도넛, 양념치킨, 햄버거같이 주변에서 쉬이 만날 수 있고 영양 성분과 칼로리 같은 것을 따지며 먹는 이들은 감히 쳐다보기 두려워지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즐겁게 좋은 사람들과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식을 찾아 먹는 것만큼 섭생에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오무라이스 잼잼》은 작가의 유년기부터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현재까지 먹고 기억에 남았던 소소한 음식들을 이야기한다. ‘최강의 먹방 만화’라느니 ‘밤에는 클릭 금지 웹툰’ ‘본격 다이어트 방해 웹툰’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 작품은 아닌 게 아니라, 작품 속에 묘사된 음식을 참을 수 없이 먹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작가는 태블릿으로 척척 작업하는 요즘 웹툰 작가들과는 달리 스케치북에 꽉 차도록 밑그림을 그린 후 펜으로 덧그리고, 종이를 스캔해서 마우스로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채색한다. 짬뽕밥 한 그릇을 묘사하는 데 대략 스케치를 제외하고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하니, 그 정도로 노력을 하니 누구라도 먹고 싶게 만드는 만화를 그리는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징적 먹거리라면 무조건 본고장으로 찾아가 직접 먹어본 뒤 그리는 작가의 취재력도 그 섬세한 표현에 플러스가 될 것이다. 타코야키는 오사카에서, 훠궈는 중국에서, 와플은 벨기에에서 먹고, 찜닭은 안동으로 간다. 좋아하는 것을 먹겠다 그리고 그리겠다!는 신념이 결과물이 되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정작 《오무라이스 잼잼》의 진가는 침샘을 마비시키는 그림 이상으로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생활툰, 일상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나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기 마련이다. 주로 가족 이야기가 많은데, 소소하게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달걀프라이나 맥반석 달걀, 소시지 빵, 라면, 커피우유, 복숭아 같은 음식들을 직접 겪은 에피소드에 기막히게 버무려 놓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감기시럽이 먹고 싶은 나머지 열이 있다고 귀엽게 거짓말하는 것, 자신의 돌잔치 사진을 들여다보던 아들이 쌓여 있는 팥 경단을 미트볼이라고 단언하는 것을 보며 미트볼이 맞다고 온 가족이 하얀 거짓말을 해주는 장면들은 어떠한 산해진미에 대한 예찬보다 따뜻하고 소중한 개인의 추억일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를 마치 독자들이 직접 겪었던 일인 양 당시 감정과 온기까지도 고스란히 전달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음식에 얽힌 역사나 상식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단 것을 좋아해서 요즘 보통 사람들 보다는 몸무게가 ‘조금’ 더 나가지만,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가족들의 운동회 참여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초코바 ‘스니커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스니커즈의 창시자인 밀턴 허쉬라는 사람이 실은 초콜릿이 아닌 캐러멜 공장주였다는 사실을 곁들여 스니커즈의 탄생 비화까지 매끄럽게 이야기를 흘려 한 에피소드를 마무리짓는다. 어떤가? 《오무라이스 잼잼》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저 ‘먹방 만화’로 국한하지 말고 이야기에 한번 집중해서 보기를 권한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이 경이로운 일상 음식 이야기를 1시즌부터 천천히 음미해보자. 그러다 “아!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 감탄사가 나오면 적어뒀다 찾아 먹어보며 《오무라이스 잼잼》과 나와의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무라이스 잼잼》 / 조경규 지음 / 다음 만화속 세상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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