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듀오 ‘랄라스윗’ 박별·김현아

“푸르지 않은 봄 마주쳐도 나는 축복의 아이”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이름에서 달콤함이 물씬 느껴지는 여성 듀오 랄라스윗. 멤버들의 얼굴에서도 상큼한 향기가 묻어났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마치 다크 초콜릿처럼 달콤한 맛과 쌉싸래한 맛이 함께 느껴진다. 특유의 서정성과 묵직한 밴드 사운드, 가사엔 일상의 아픔을 녹여내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사진제공 : 해피로봇레코드
김현아(왼쪽)·박별.
박별(건반)은 “여성 듀오로서 예뻐 보이는 음악은 우리와 맞지 않는 옷 같아요”라며 “팀 이름은 안 그런데 노래는 왜 그렇게 우울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랄라스윗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달콤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도 여행길에서 맛본 전통 음식점 이름에서 이름을 따왔기 때문이다.


2008년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

당시 고1이었던 박별(건반)과 중3이었던 김현아 (보컬・기타)는 록 음악을 즐겨들으며 각각 일렉기타, 베이스기타를 배우기 위해 음악학원을 찾았다. 같은 장르의 음악을 공유하며 친해진 둘은 함께 합주를 하다 청소년 밴드를 꾸렸다. 3~4년 동안 청소년 록페스티벌과 거리공연을 하다 여느 10대처럼 대학입시 준비를 하며 자연스레 밴드 활동을 중단했다. 대학생활은 무미건조했다. 그러다 문득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해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다시 만나 악기를 잡았다.

그렇게 둘이 다시 만나 처음으로 만든 ‘나의 낡은 오렌지 나무’란 곡으로 2008년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음악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2010 EP 〈랄라스윗〉, 1집 〈비터스윗〉 , 2013 〈말하고 싶은 게 있어〉 , 2014 2집 〈너의 세계〉 앨범 발매, 각종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각각 사학・심리학 전공으로 작사・작곡 등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찾아 듣거나 동영상을 보고 독학한 게 다지만 그렇기 때문에 곡 작업을 할 때 어떤 제약도 없는 것 같다고 한다.

“종종 음악이 ‘과감하다’는 말을 들어요. 여기서 이런 코드를 쓰네? 하면서요.”(박별)

랄라스윗은 가사에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다. 평소 일기 쓰고 메모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기록해둔 주제를 바탕으로 곡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사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비슷한 얘기라도 어떻게 풀어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꼭 랄라스윗이 쓴 것 같아’라는 저희만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하죠.”


수많은 오월 지나고 초록은 점점 녹이 슬어도
따스했던 봄날의 환영을 기억해 나는 오월의 아이

검은 구름들 몰려와 거친 비가 내려
질퍽대는 땅 위에서 비척거렸지 난 조금은 더러워졌지만
수많은 오월 지나고 푸르지 않은 봄 마주쳐도
아주 오래전 그 날 눈부시게 빛나던
나는 축복의, 나는 오월의 아이
‘오월’ 中


김현아가 작사·작곡한 ‘오월’은 5월에 태어난 김현아가 지금의 시점에서 “아주 오래전 그날 눈부시게 빛나던” 자신의 탄생을 돌아보며 느낀 다양한 감정을 담은 노래다. 박별이 만든 ‘컬러풀’이란 곡은 둘이 오래전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2007년 어느 날이었어요. 저희가 다시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때였죠. 어릴 적 우리가 원하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라며 답답한 마음을 현아와 얘기했죠. 어릴 적 컬러풀하던 표정들과 웃는 모습에서 어른이 된 지금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저희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때 현아가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했던 게 이 곡의 가사가 됐어요.”(박별)

랄라스윗은 곡 작업을 할 때 멤버가 각각 작곡과 작사를 모두 맡는다.

“신기한 건 따로 작업을 해도 들어보면 마치 한 사람이 쓴 것 같아요. 앨범을 구성할 때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요.”(김현아)

중학교 때부터 함께한 이들은 좋아하는 음악 취향을 공유해왔기 때문일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통할 정도다. 인터뷰 동안에도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


그들에게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물었다. 2집 발매 기념 콘서트 때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멘트 없이 죽 이어진 공연을 꼽았다. 랄라스윗 홈페이지엔 비밀게시판이 있다. 랄라스윗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한 페이지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공연을 보러 왔는데 이제 공연 못 볼 것 같다는 메시지였어요. 그동안 신나는 록 밴드 공연만 보다 앉아서 보는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힘들고 복잡했던 감정들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나서 천장만 보고 있었다고요. 결론은 힘들어서 못 볼 것 같다는 거였죠.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또 생각이 날 것 같다며 그때 다시 만나자’고요.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성격인지 장문의 메시지를 남겨주셨어요. 그걸 읽는데 마치 그분과 제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분 덕분에 저 또한 잊지 못할 공연이 되었죠.”

랄라스윗은 둘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지만 어떤 이에겐 또 다른 의미로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저희 음악이 희망이나 용기를 심어주는 스타일은 아니에요(웃음). 랄라스윗 음악을 들으며 ‘나 같은 사람이 여기 또 있구나. 이런 일은 나만 겪는 게 아니구나’ 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별)

랄라스윗의 공연에는 혼자 오는 관객이 유독 많다고 한다.

“팬은 가수의 성향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 저희는 둘 다 친구가 없었어요. 서로 의지하며 지냈죠. 혼자 있는 시간엔 늘 음악을 들었어요. ‘난 혼자야. 날 알아주는 사람은 없어’라고 생각할 때마다 음악이 위로가 됐거든요. 그 음악처럼 저희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께 힘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박별)

랄라스윗의 성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한다.

“음악을 하다 중간에 그만 두는 밴드들을 보는데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하고 싶은 얘기들을 노래로 만들고 싶어요.”(김현아)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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