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칭찬은 진세연을 춤추게 한다

〈위험한 상견례 2〉에서 영화 첫 주연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영화 〈위험한 상견례 2〉는 배우 진세연이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가정의 달, 가족들과 보기에 딱 좋은 ‘코미디 영화’라고 하는데 대진운은 썩 좋지 않다.
이미 〈어벤져스〉 군단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진세연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평범함’이 가진 힘을 잘 알아서다.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자란’ 진세연이 최초로 저지른 일탈은, 학원 보충수업이 있다고 집에 거짓말한 뒤 친구들과 춤 연습을 한 일이다. 굳이 친구 9명을 모아 군무를 짰던 이유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학교 장기자랑에서 선보일 무대였다. 이 작은 일탈이 진세연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잠원동 윤아’라는 별명이 일대에 퍼졌고, 교문 앞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 평범한 여고생이 스포트라이트 안으로 들어온 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춤추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집에서 찍은 홈비디오를 보면 꼬마가 무슨 흥이 그렇게 많은지 혼자 격렬하게 춤을 추더라고요. 연예인이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저와는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계라고 생각했죠. 부모님은 당연히 걱정을 좀 하셨죠. 제가 기가 세거나 남들보다 잘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그런 모습이 없어서요.”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서 윤종신은 “연예계에 진세연보다 ‘잘 자란’ 스타는 없을 것 같다”고 농담했다. 사는 동안 이렇다 할 일탈도 없이, 큰 기복도 없이 걸어왔는데 자연스럽게 스타가 됐다.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연극 〈클로저〉에 출연할 때였다.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가 “목소리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이 담긴다. 순한 대사를 해도 거칠게 나오는 발성이 있고, 거친 말을 해도 맑게 나오는 발성이 있는데 네가 그렇다”고 했다.


의리 있고 강단 있는 줄리엣

진세연에게 목소리는 양날의 칼이다. ‘목소리가 좋다’는 사람과 ‘목소리 때문에 싫다’는 사람이 갈린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소리가 크지는 않은데 집중하게 하는 울림이 있다. 또래들에게는 중저음인데 맺음이 여성스럽다.

“다행히 음악감독님이 제 목소리가 좋다고 하셔서 영화 OST도 부르게 됐어요. ‘주르르’랑 ‘평생 너만’이요. 노래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서 걱정스럽지만 철수(홍종현)와 영희가 직접 부르니까 두 사람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거 같아요.”

철수와 영희가 출연하는 〈위험한 상견례 2〉는 2011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후속편이다.

전편이 송새벽과 이시영을 내세워 화합할 수 없는 지역감정을 코믹하게 다루었다면, 이번엔 ‘경찰 가족’과 ‘범인 가족’을 맞붙여 쫓고 쫓기는 원수지간을 만들었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철수와 영희, 극중 진세연이 맡은 영희는 의리 있고 강단 있는 줄리엣이다.

“두 사람이 7년 된 연인으로 나오는데 그 세월 동안 어떻게 사랑을 지켜왔을까를 고민했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사랑에 빠질 때야 ‘이 사람은 백마 탄 왕자구나’라는 드라마틱한 설정이지만 첫눈에 반하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다 안 되니까요.”

화염에 휩싸인 차에서 영희를 구하는 철수, 두 사람은 그날 첫 만남에서 전류가 흐르듯 사랑에 빠진다. 철수는 희대의 사기꾼 부부의 아들, 아빠도 언니도 형부도 모두 경찰인 영희 가족은 “반드시 경찰이 되어 가족의 일원이 되겠다”는 철수의 노력을 끝내 받아주지 않는다.

“영희처럼 집안의 반대를 겪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영희처럼 짐을 싸서 집을 나가는 게 쉽지는 않죠. 저라면 연락을 끊고 친구 집이나 철수 집에서 지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게 가출이라고 하자 “그런 거예요?”라더니 해맑게 웃는다. 부모님과 불화가 없었으니 일탈 경험도 딱히 없다. 부모님뿐 아니라 두 살 터울의 오빠에게도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오빠를 워낙 좋아해 오빠처럼 반장이 되고 싶어 초등학교 때는 반장선거에 내리 나갔을 정도다.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원래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반장은 또 줄곧 했어요. 아마 저한테는 내향적인 면과 외향적인 면이 같이 있나 봐요. 반장이라고 리더십 있는 학생은 아니었고요. 친구처럼 지냈어요. 다행히 아이들이 제 말을 잘 따라줬고요.”

진세연의 내향적인 면은 일이 없을 때면 나타난다. ‘집순이’가 되는 것이다. 약속이 없으면 몇 날 며칠이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다. 몇 시간을 꼬박 침대에 누워 있기도 한다. 밖에 나가는 걸 귀찮아하기도 하지만, 침대에 붙어 있는 습관은 연예계에 발을 디디면서 생긴 것이다. 혼자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전보다 많이 필요해져서다.

“스트레스 받으면 아무 생각 없이 방 안에서 누워 있어요. 가족들도 제가 그러고 있으면 잘 안 건드려요. 그러다 보면 좀 풀리고요. 평소엔 잘 안 누웠는데 일 시작하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되더라고요. 일을 하다 보면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냥 착해서도 안 되니까, 착한 여우가 되려고요.”


열아홉에 TV 드라마 주연으로 주목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었는데, 대중의 주목을 받는 직업을 갖게 됐다. 광고 모델이 된 건 우연이었다. 촬영장에서 사람들이 “예쁘다” “잘한다”고 해주는 말들이 굉장한 힘이 됐다고 했다.

“다른 사람한테 칭찬받는 걸 좋아했어요. 모든 사람에게 주목받는 걸 원하진 않지만 제가 인정받고 싶은 분들한테는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어요. 어릴 적 좋아하는 선생님이 저를 많이 바라봐주길 바라서, 수업도 열심히 듣고 리액션도 크게 하고 그랬어요. 이제 연기자인데 현장에서 잘못하면 창피하잖아요. 정말 신기한 게 열 번 칭찬을 받아도 한 번 ‘별로인데…’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이 남아요.”

진세연은 열아홉에 〈내 딸 꽃님이〉의 꽃님이 역을 맡으며 등장했다. 그 후 3년 동안 〈각시탈〉 〈감격시대〉 〈닥터 이방인〉의 주연을 맡았다. 일일드라마 주인공, 사극, 현대극, 1인 2역… 한 번도 쉬운 역할이 없었지만 ‘연기력 논란’ 없이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연기자가 되기 전 드라마틱한 과거는 없지만 평범하게,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성장기가 진세연의 저력이다.

“코미디 영화지만 누군가를 웃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저도 이렇게 밝고 환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웃기는 건 선배님들이 워낙 잘하셔서 저도 ‘와~’ 하고 있었죠. 영희의 변신하는 느낌이 좋았어요. 룸살롱 신에서는 정말 업소 언니처럼 나오고, 비키니 신에서는 정말 잘 노는 여자의 모습이었으면 했고요, 철수랑 같이 있을 땐 한없이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이고요.”

맡겨진 배역을 충실히 채워가다 보면 다음 작품은 더 잘할 거란 자신감이 생긴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도 ‘평범’하다.

“운동은 매일 해요. 집에서 덤벨로 근력 운동을 하고, 자전거로 유산소 운동을 해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는 간접경험으로 채우려고 해요. 책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요. 음식점에 가면 항상 창가 자리에 앉아요. 지나는 사람들을 관찰해요. 그렇게 유심히 보면 다음번 연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잘 자란 배우가 연예계에서도 이렇게 잘 자라고 있었다.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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