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모세혈관을 여는 이문세의 ‘NEW DIRECTION’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흔히 여름 노래와 겨울 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음원시장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는 건 ‘봄캐럴’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로이킴의 ‘봄봄봄’을 듣다 보면 어느새 봄이 이만큼 와 있다. 여기에 최근 봄노래 한 곡이 추가됐다. 이문세의 ‘봄바람’, 따끈따끈한 2015년 버전이다.
“말하듯이 노래하고 노래하듯 말하라”.

〈KPOP STAR〉 심사위원인 박진영이 참가자들에게 “공기 반 소리 반”에 이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문세의 노래를 들어보면 안다. 말에서 노래로, 또 노래에서 말로 넘어가는 데 위화감이 없다. “슬픈 노래는 이미 슬프기 때문에 슬프게 부르지 않는다”는 그는 듣는 이의 공간을 반 정도 남겨두고 노래로 반을 채운다. 그의 공연을 본 누적관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문세의 노래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의 15번째 음반이 나왔다. 2002년 〈빨간 내복〉 이후 13년 만이다. 새 앨범의 타이틀은 〈NEW DIRECTION〉, 새로운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담았다.

앨범이 발매되던 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는 질문에 “추억 팔이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라고 답했다.

“과거에 멈춰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불렀던 방식과는 다르게, 다른 느낌으로 가보고 싶었어요.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 해체 후에도 새로운 음악을 계속 해왔습니다. 스티브 원더나 마이클 잭슨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작업이 ‘뉴디렉션’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작업한 이들은 이문세의 꼼꼼함에 두 손 들었다. 밤샘 작업을 마치고 새벽에 데모파일을 보내면, 아침에 피드백이 온다. 가수 나름대로 다양한 해석을 담아 여러 버전으로 보내온다.

“이번에는 집 안에서 녹음하는 홈레코딩 방식을 택했어요. 쉬어야 할 때는 푹 쉬고, 최상의 컨디션일 때 앨범에 담고 싶었거든요.”

앨범을 총괄한 이훈석 프로듀서는 자우림·정재일· 임헌일·스윗소로우·메이트 등을 발굴한 이다. 원래는 작곡가 고 이영훈이 있어야 할 자리인데, 그의 부재 역시 ‘뉴디렉션’의 일부가 됐다. 2008년 이영훈이 세상을 떠났고, 2014년 이문세에게는 갑상선암이 재발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음악을) 쉬어갈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말의 노래, 노래의 말

1986년 동아일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가수 생활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으나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어 그늘에 묻혀 있던 통기타 가수가 최근 노래가 뜻밖의 히트를 해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이 통기타 가수는 이문세. 3집 앨범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로 ‘사랑이 지나가면(1987)’ ‘깊은 밤을 날아서(1987)’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1988)’ ‘옛사랑(1991)’ 등이 이어졌다. 이 주옥같은 노래들은 이문세에게 훈장과도 같았다. 지난 20년 동안 숱하게 불렸고, 조성모·이수영·성시경·서영은·빅뱅 등이 그의 노래를 잇따라 리메이크 하면서 다시 한 번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새 앨범을 앞둔 그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멜로디가 나오면 여러 사람에게 보냈다. 어떤 가사가, 어떤 감상이 떠오르는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많은 이야기를 완성한 건 정미선 작가였다.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와 〈두 시의 데이트〉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까지 함께한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정미선 작가가 쓴 노래는 ‘그대 내 사람이죠’ ‘꽃들이 피고 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었어’ ‘집으로’ ‘러브 투데이’ ‘사랑 그렇게 보내네’ 등 5곡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녹음은 셀린 디온, 마이클 잭슨, 마돈나, 휘트니 휴스턴 등의 앨범에 참여한 랜디 왈드먼과 함께 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작곡가 조규찬이 선물한 노래 ‘그대 내 사람이죠’는 “랜디 왈드먼과 조규찬의 역량이 결합돼 새로운 라틴 음악이 탄생했다”며 이문세가 자랑한 노래이기도 하다.

열일곱 그때 그대는 어디 있었죠 / 스물셋 그때 그대는 누구와 달빛을 거닐었나요 / 괜찮아요 그대 마지막 사랑은 나일 테니 / …나 그대의 미래가 되겠소 /
나 이 마음 변하지 않겠소

‘그대 내 사람이죠’ 中

1986년 열일곱이던 ‘소녀’든, 이문세를 모르는 지금의 소녀든 이들의 미래가 되고 싶은 게 이문세의 바람이다. 이들이 봄밤을 걸을 때, 훗날 결혼식을 올릴 때 그의 노래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질 수 있다면, ‘멈춰 있던 감정의 모세혈관을 열 수 있다’면 아직 다 제거하지 못한 암세포도 평생 안고 살 수 있단다. 새 앨범을 들고 공연장을 모두 자신으로 채우고 싶어 공연 제목까지 〈2015 씨어터 이문세〉라고 지은 그는 지금 전국을 누비고 있다. 추억과 미래가 공존하는 그의 공연은 서울·부산·경산·성남·춘천을 거쳐 6월 27일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 201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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