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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그린라이트(green light)란?
사전적 의미로는 ‘허가, 승인’을 나타내는 단어로, 남녀 사이에서 호감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관용어로 사용한다.
1. 안녕하세요? 저는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 남자입니다. 요즘 2차 성징이 오면서 이성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같은 반에 인해라는 여자애가 있는데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귀엽고 집도 잘살아… 좋아해요. 수업 시간에 인해를 쳐다보면 인해도 가끔씩 절 쳐다보고 눈도 마주치고 막 그랬어요. 집에 가면 잠도 안 오고 인해 생각만 나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3일 전에 용기를 내서 이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았어요.

“안녕?” “응, 안녕? 넌 누구니?” “…” “우리 반?” “응.” “아, 그래. 근데 왜?” “나 요즘 눈높이 한자 하는데, 니 이름은 인천 인자에 바다 해자 맞지? 그럼 인천 바다라는 뜻이네? 이름이 너무 예쁘다.” “인천바다?” “응. 난 바를 정에 백성 민을 써서 바른 백성이라는 뜻이야.” “인천바다?” “응, 그리고 저기 남궁수는 이름이 궁수가 아니고 성이 남궁인데 이름은 물 수자를 써서….” “인천 바다?”

인해가 저의 초등학생스럽지 않은 유식함에 반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그날부터 인해는 설레는지 저를 쳐다보지 않고, 같은 반 여학생들은 저를 인천바다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저랑 인해랑 이루어주려고 하는 건가요? 이거 그린라이트일까요?



2. 안녕하세요. 3년 동안 한 여자아이만 짝사랑하고 있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입니다. 이 여학생은 눈이 크고, 입도 시원시원하게 크고, 키도 또래에 비해 크고, 가슴도 또래에 비해… 마음이 넓어요. 그런데 저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는 안경잡이 개병신인 데 반해, 그 친구는 일진이에요. 우리 학교 옆에 상고가 있는데 거기 형들이랑 막 놀고 그래요.

근데 어느 날, 이 친구가 저한테 “양아치가 되면 널 만나는 걸 생각해볼게”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저는 혼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뭐니뭐니 해도 양아치는 담배잖아요. 그렇게 며칠 담배를 피우고 그 아이 주변을 얼쩡거렸는데요. 그저께 제 교복에 밴 담배 냄새를 맡은 것 같더라고요. 너무 설레었어요. 그리고 어제,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데 그 아이가 상고 3짱 형이랑 손잡고 가다가 저랑 딱 마주쳤어요. 처음엔 솔직히 좀 심장이 내려앉고 그랬는데, 자세히 보니까 질투 작전을 쓰는 것 같더라고요. 저를 지나쳐 가면서 여자아이가 상고형한테 쑥덕쑥덕 귓속말을 하고 저를 힐끔거리는데 질투 작전이 거의 백퍼 맞는 것 같았어요. 이거 그린라이트일까요?

(아, 참고로 1학년 때 걔랑 교환일기 한 12일? 13일? 정도 썼었어요.)


3.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에 빠진 고등학교 2학년 남잡니다. 제가 기독굔데요, 이번에 여름성경학교를 다녀왔어요. 은혜받고 싶어서 열심히 기도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돌아봤어요. 아니나 다를까 제 이상형에 가까운 여학생이 열심히 찬양을 하고 있는 거예요. 명찰을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름도 ‘찬양’이더라고요(솔까 너무 빨리 은혜받아서 좀 놀랐어요). 어쨌든 예배 시간이라서 말 걸기도 좀 뭣하고, 결정적으로 제가 휴대폰이 없어서 좀 찌질해 보일까봐 엄청 고민했어요. 그래도 은혜받았는데 이렇게 넘어가는 건 아니다 싶어서 예배가 끝나고 쪽지에 제 이메일 주소를 적어서 전해줬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박정민이고요. 배우가 꿈이에요. 근데 오늘 꿈이 바뀌었어요. 그 꿈은 바로 찬양씨 메일이 도착하는 거예요. 메일 보내줘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고, 제가 요즘 운이 좀 텄는지 시도 때도 없이 은혜를 받더라고요. 바로 다다음 날 메일이 온 거예요. 버디버디 아이디를 교환하고 쪽지로 대화 좀 하다가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렇게 약속 날짜가 됐고, 저는 클라이드 청바지에 쿨하스 베이지색 재킷, 배용준 스타일 안경에 베이지색 베레모까지 쓰고 갔어요. 길 가는 사람들도 막 쳐다볼 만큼 좀 괜찮았어요. 안양역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까 찬양씨가 두리번거리면서 나타났어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생각하며 쳐다보고 있는데 눈이 딱 마주친 거예요. 근데 찬양씨가 절 보고 ‘와 생각보다 멋지네, 난 오늘 그냥 별로 안 꾸몄는데. 아 망했다’ 하는 표정을 짓더니 눈을 피했어요. 그러곤 다른 출구로 나가더라고요. 저는 조금 당황해서 쫓아갔는데 찬양씨는 사라진 후였어요.

집에 돌아와서 버디버디 접속을 했는데 부재중으로 돼 있길래 메일을 보냈어요.

‘우리는 은혜 받은 거니까 얼마나 꾸미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나 실망하지 않았어요. 다 이해하니까 연락해요.’

평소 같으면 바로바로 메일을 읽는 찬양씬데, 이번 메일은 바로 읽지 않네요. 너무 미안하고 한편으론 설레서 그런 것 같은데, 만약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거 당연히 그린라이트겠죠?



4.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에 막 들어간 새내기 남학생입니다. 오티에 갔다가 같은 학교 무용과 여학생에게 한눈에 반해서 전화번호를 따왔어요. 연락을 좀 하다 보니 잘 통하는 것 같고 어느새 이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십 평생 살면서 진정한 사랑을 처음 해보는 느낌?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이 친구의 수많은 장점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집에 일찍일찍 들어간다는 거였어요. 같이 있다가도 8시 정도면 집에 가야 한다고 일어나는데, 정말 가정교육이 잘돼 있고 우리 부모님도 참 좋아하시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네 번 정도 만났을 때 고백하기로 마음먹고 이 친구를 명동에서 만났어요.어떻게 고백을 할까 고민하다가 정말 괜찮은 방법을 찾아냈는데 바로 ‘헤드폰 고백!’. 저는 헤드폰으로 음악 듣는 걸 좋아해서 항상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녔는데, 꽃샘 추위 때문에 아직 춥다고 배려하면서 귀마개용으로 그녀의 귀에 제 헤드폰을 씌워주고 미리 녹음해놓은 목소리를 재생시키는 거였죠. 명동 한복판에서 계획대로 헤드폰을 씌워주고 배경음악으로 김연우의 ‘연인’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미리 녹음해놓은 고백을 재생시켰어요.



“8시다. 나 집에 가야 돼.”

집에 가야 한다는 핑계로 그 감동을 조금 더 혼자 간직하고 싶은 눈치였어요. 저도 당장은 붙잡지 않았죠. 대신 호주머니에서 비타500을 꺼내주며 추우니까 감기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그녀를 보냈어요. 걱정은 안 해요. 그녀는 제게 촉촉하게 젖은 눈시울과 제 고백을 들으며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를 들켰거든요. 내일 정도면 확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 그린라이트일까요?


위 네 가지 상황은 필자의 경험 90%와 허세 10%가 들어간 사연입니다. 그린라이트는 먹는 건가요?

박정민은 영화 〈신촌좀비만화〉 〈들개〉 〈전설의 주먹〉 〈파수꾼〉, 연극 〈G코드의 탈출〉 〈키사라기 미키짱〉,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사춘기 메들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언희(言喜)’는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의 필명이다.
  • 201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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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하지희   ( 2016-12-02 ) 찬성 : 5 반대 : 6
귀여우셔ㅎㅎㅎ
   우편물   ( 2016-09-01 ) 찬성 : 5 반대 : 7
인천바다 ㅋㅋㅋㅋㅋㅋㅋ
   박소현   ( 2016-03-27 ) 찬성 : 12 반대 : 7
여자분들 엄청 부럽네요!
      ( 2016-02-21 ) 찬성 : 6 반대 : 9
네 먹는겁니다 하하
   23.9   ( 2015-05-20 ) 찬성 : 81 반대 : 42
쓸데없이 꾸준한 찌질함에 웃다말고 눈가가 촉촉하네요. 못난건 죄가 아니니까요! 우리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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