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화제의 웹툰 - 나쁜 남자들과 한배를 타다, 《파인》

아마도 이제, 대한민국에서 〈미생〉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미생〉으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미생’과 직장인들을 웃고 울게 했던 윤태호 작가는 〈미생〉을 끝낸 후, 몇 년간 빠져들어 있던 신안 앞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계약직으로, 성과를 내고도 결국 대기업의 시스템에서 튕겨져 나오는 장그래의 뒷모습을 그렸던 작가는 180도 방향을 바꾸어 찐한 짠 내가 코앞에 훅 끼치는 거친 사내들의 넓은 등을 그리기 시작했다. 《파인》은 거센 파도에 못 이겨 좌초된 배들이 가라앉아 있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몇 세기에 걸친 보물들이 잠들어 있는 그 바다에 매혹된 사내들의 이야기다.
국기기록원의 자료 〈신안해저유물도굴단 검거〉 항목에는 “1975년 5월 어부 최씨의 그물에 항아리 몇 점이 걸려들었다. 청자와 백자들이었다. (중략) 이후 신안 앞바다에는 보물선이 가라앉아 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 1976년 도굴범들은 바다에서 도자기들을 건져 올려 일본에 몰래 팔았다. 뒤늦게 낌새를 챈 경찰이 도굴범들을 붙잡아보니 그들의 창고에서 국보급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 《파인》은 신안 앞바다에서 어부가 도자기를 발견한 뒤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1976년의 목포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오희동은 유년시절부터 삼촌 ‘오관석’을 따라 소소하게 삥뜯기 망을 봐주는 것으로 시작해 사람을 때리는 것까지 두루 겪으며 착실하게 건달의 단계를 밟다가 결국 중학교 졸업할 때쯤 소년원에 들어가고 만다. 출소 후 밑천 없고 학벌 없는 사지 멀쩡한 건달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다양하지 않았다. 그를 소년원행으로 이끌어준 삼촌의 조언에 따라 여자를 꼬셔서 등쳐 먹는 이른바 ‘제비’가 되었지만 유독 여자에게 약한 그는 그 마저도 제대로 못한 채 스물네 살이 된다. 희동을 이렇게 만든 삼촌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싶은데, 유달리 발달한 하관과 거친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인상이 상대를 압도시키는, 어쨌든 인상 나쁘지만 꼼꼼하고 이재에 밝은 건달이다. 둘 앞에 ‘신안 앞바다 도자기 건지기’라는 미션이 던져졌고, 돈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 삼촌은 슬슬 판을 키워 크게 한탕 하기로 마음먹고 희동과 함께 목포로 향한다. 둘은 서울 토박이로, 배 띄우고 물질해서 그릇을 실제로 캐낼 바다사내들이 필요했고, 그릇에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이가 필요했다. 이 ‘사업’의 윗선의 지원 약속을 받아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을 모았지만 범죄와도 같은 일에 모여든 이 사람들 역시 한탕의 환상에 젖은 건달들.


《파인》에는 단 한 명도 선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릇을 건져오라 시킨 ‘윗선’인 천 회장은 대규모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불리고 사학재단을 세워 더 큰 부를 거머쥐려 숱한 뇌물을 바치는 자이며, 그의 아내는 회장의 뒷배를 이용해 딴 주머니를 차고 일수놀이를 하며 희동을 가지고 노는 듯하더니, 도굴판 자체를 쥐고 흔들려 한다. 그릇에 정통한 자칭 ‘교수’는 사기꾼으로 쫓기는 몸이고 하다못해 희동이 몇 번 만나지도 않은 다방의 레지는 희동에게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해 상경을 꾀한다. 작은 악당과 큰 악당, 더욱 큰 악당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만남으로 생겨나는 긴장감은 《파인》을 여느 범죄 스릴러물보다 음험하고 끈적하게 만든다.


모든 인물이 내밀하게 품은 거친 욕망은, 격렬하게 부딪히며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할 계획은 덩치만 불리며 한없이 미뤄진다. 도대체, 그릇 구경은 언제쯤?!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한 45화에 이르러 그들은 드디어 배를 탔다. 한 번의 출항으로 그들의 욕망을 채울 순 없을 것이니 수차례 일을 치를 것이다. 그때마다 그들은 욕망을 위해 싸울 것이고, 누군가는 물고기 밥으로 신안 앞바다에 그릇과 함께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꽤 많은 회차가 흘러갔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1976년 신안 앞바다, 바다 밑을 흐르는 격류와 소용돌이에 나쁜 사내들과 함께 몸을 맡기고 감상해보길 바란다.



《파인》 / 윤태호 지음 / 다음 만화속 세상 / 화, 금 연재 / (단행본)재미주의 펴냄
  • 2015년 05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 article

화제의 웹툰 - 이태원 클라쓰

[2017년 04월호]

화제의 웹툰 - 나노리스트

[2017년 03월호]

화제의 웹툰 - 골든 체인지

[2017년 02월호]

화제의 웹툰 - 나빌레라

[2017년 01월호]

화제의 웹툰 - NPC는 전기용의 꿈을 꾸는가?

[2016년 12월호]

화제의 웹툰 - 공기심장

[2016년 11월호]

화제의 웹툰 - 체크포인트

[2016년 10월호]

화제의 웹툰 - 게임회사 여직원들

[2016년 09월호]

화제의 웹툰 - 모범택시

[2016년 08월호]

화제의 웹툰 - 너의 돈이 보여

[2016년 07월호]

화제의 웹툰 - 너클 걸

[2016년 06월호]

화제의 웹툰 - 금세 사랑에 빠지는

[2016년 05월호]

화제의 웹툰 - 아이돌 연구소

[2016년 04월호]

화제의 웹툰 - 혼자를 기르는 법

[2016년 03월호]

화제의 웹툰 - 좋아하면 울리는

[2016년 02월호]

화제의 웹툰 - 단지

[2016년 01월호]

화제의 웹툰 - 하푸하푸

[2015년 12월호]

화제의 웹툰 - 국민사형투표

[2015년 11월호]

화제의 웹툰 - 나처럼 던져봐

[2015년 10월호]

화제의 웹툰 - 죽어도 좋아♡

[2015년 09월호]

화제의 웹툰 - 《모두가 아름다워진 세상》

[2015년 08월호]

화제의 웹툰 - 성별 반전 대하드라마 《여자 제갈량》

[2015년 07월호]

화제의 웹툰 - 추억을 먹는다, 《오무라이스 잼잼》

[2015년 06월호]

화제의 웹툰 - 여탕보고서

[2015년 04월호]

화제의 웹툰 - 냄새를 보는 소녀

[2015년 03월호]

화제의 웹툰 - 먹는 존재

[2015년 02월호]

하단메뉴

상호 : (주)조선뉴스프레스 | 대표이사 : 김창기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2015-서울마포-0073호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34 DMC 디지털큐브빌딩 13층 Tel : 02)724-6834, Fax : 02)724-682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현선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