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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이 궁금하세요?

화제의 웹툰 - 여탕보고서

좁은 창문 너머로 여자 목욕탕 안을 훔쳐보다가 뜨거운 물세례에 후다닥 달아나는 소년들을 우리는 (만화에서!) 종종 보아왔다. 만약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면 여탕에 당당히 들어가 구경하겠노라 꿈꾸는 남자들의 멘트는 이미 오래전에 클리셰가 되었다. 남녀가 엄격하게 구분된, 절대금남의 구역 여자 목욕탕. 남자들이여 여탕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만화를 보자. 네이버에서 1주일에 두 번 연재 중인 웹툰 《여탕보고서》는 제목 그대로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여탕의 이모저모를 샅샅이 알려준다.
《여탕보고서》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기 작품을 올리는 ‘도전만화’란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이 시스템을 조금 설명하겠다. ‘도전만화’에서 인기를 얻으면 상위 코너인 ‘베스트 도전’으로 승격된다. 이른바 정식 데뷔 직전 단계. 같은 코너에서 경쟁 중인 여타 작품들에 비해 남다른 지점이 있다면, 열심히 모니터링 중인 각 웹툰 플랫폼의 담당자가 작가에게 연재를 제의한다. ‘베스트 도전’은 네이버 웹툰에서 운영하는 코너지만 반드시 네이버 정식 연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 포털과 연재처마다 선호하는 작품의 취향이 어느 정도 갈리고, 기존 연재작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므로 사실, 어디에서 가장 먼저 제안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작가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기존 연재분은 서비스를 종료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탕보고서》는 ‘베스트 도전’ 입성 후 빠르게 정식 연재가 결정되었다. 현재 네이버에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연재 중이며, 늘 상위 랭킹에 포진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앞에서 남성들에게 여자 목욕탕이 궁금하다면 《여탕보고서》를 보라고 했지만 실은 남성 독자들이 알길 ‘원하는(?)’ 여탕과 작가가 풀어내는 ‘사실적인’ 여탕 사이에는 냉탕과 열탕 정도의 간극이 있다. 이 점을 잊지 말고 여탕을 훔쳐보러 가자.

우선 여탕에 들어온 여성들은 남탕과 달리 옷을 입고 목욕을 하진 않는다. 옷을 입은 채 씻을 수는 없으니까. 목욕탕은 모두가 공평하게 몸에 걸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기에 나를 맡기는 곳이다. 어쩌면 인류는 한갓진 세상에서 한 조각 평화를 얻기 위해 목욕탕을 개발했는지도 모르겠다. 에로틱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작가도 작가의 언니도 엄마도 모두 벗었지만 살색 전신 쫄쫄이를 입은 양 딱히 어떤 성별을 가진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관능을 쫙 뺀 담백한 그림이 이 만화는 태생부터 개그물이라 선언한다.

목욕탕에 가본 이라면 “그래 맞아!”라고 할 정도로 거의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내용은 목욕인들이 들고 챙기는 아이템으로 보는 여탕 최신 트렌드, 욕탕의 온도는 어째서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는가, 목욕탕에서 파는 커피, 망사 속옷을 위아래로 착용한 세신사, 냉탕에서 놀던 어릴 때의 기억 등 하나같이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재미있겠다’ 싶은 것도 있지만 ‘이걸 어떤 이야기로 풀었을까?’ 궁금증이 고개를 드는 아이템도 있게 마련.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적중하는 때도 있지만, 《여탕보고서》의 재미를 결정짓는 요소는 다름 아닌 독자가 쥐고 있다.

누구나 한 번은 목욕탕에 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멋모르고 들어간 그곳에서 우리는 발가벗겨지고, 강제로 눕혀지고, 살갗이 벗겨질 듯한 고통에 비명 섞인 울음으로 호소하지만 “시끄러! 어이구 때 봐라 때!”라며 호통치는 엄마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냉탕에서 바가지를 둘 겹쳐 튜브 삼아 논 적도 있고, 온탕이 너무 뜨거워 찬물을 틀었다 어르신들에게 한소리 들은 기억도 아마, 있을 거다. 《여탕보고서》는 작품을 본 독자의 공감 섞인 피드백까지가 오롯이 한 회차다. 거기에 남성 독자들의 “아니 여탕에는 진짜 이게 없어요?” “사실 남탕은 이런 시스템이라 당연히 여탕도 마찬가지일 줄 알았는데 달랐구나” 같은 깨달음의 댓글까지 합쳐진다면 금상첨화. 주거니 받거니, 보편적 공감대란 이렇게 큰 힘을 가졌다. 여탕이 궁금하다면 《여탕보고서》를 보아도 좋다. 큰 재미와 작은 깨달음을 얻을지니. 다만 마지막 한 조각의 환상이 사라져도 책임은 지지 못한다.





《여탕보고서》 / 마일로 지음 / 네이버 웹툰 / 화, 금 연재
  • 201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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