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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냄새를 볼 수 있다면?

화제의 웹툰 - 냄새를 보는 소녀

“나… 냄새가 보여요. 아저씨, 범인 잡고 싶죠?
모판 고등학교 1학년 1반, 윤새아. 웬만하면 빨리 와요.
냄새와 기회는… 금방 사라지는 거니까.”

- 만취, 《냄새를 보는 소녀》 중에서

느껴본 적 있는가?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오면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모습이 떠오르고, 그 사람만의 냄새가 어디선가 나는 듯 착각에 빠지는 것. 빵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 나도 모르게 배를 슬슬 문지르며 입맛을 다시는, 그런 것. 와인 한 모금 마시고 프랑스 남부지방의 소박한 마켓을 거니는 여인의 뒷모습을 묘사하는 《신의 물방울》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런 현상들을 ‘공감각’적 경험이라고 부른다. 눈으로 냄새를 맡는 소녀에 대한 만화를 소개한다.
올레마켓웹툰(http://webtoon.olleh.com/)에서 연재 중인 《냄새를 보는 소녀》는 시작부터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다. 첫 화를 업데이트한 뒤 열렬한 반응에 담당 편집자가 놀라 작가에게 전화를 했다는 후문이 들리고, 몇 개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진행된 후에는 SBS 드라마로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무엇이 《냄새를 보는 소녀》에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여고생, 새아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2년 전 집에서 난 의문의 화재로 양친을 잃고 이웃집 오빠의 도움으로 혼자 살아가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 살았던 그녀는 화재가 났을 때,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던져져 목숨을 건진 케이스. 사고 후유증으로 그녀는 후각을 잃어버렸다. 후각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곧, 미각을 상실했다는 말과 같다. 시럽 열 스푼 넣은 커피의 맛조차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사고 후 치료 과정에서 냄새를 ‘맡지’ 못하는 대신 ‘볼 수’ 있는 특별한 눈 한쪽을 얻었다.


방금 먹은 오징어 버터구이 냄새, 라벤더 향 화장실 방향제 냄새, 막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온 자의 몸 냄새와 미세하게 공기 중을 떠도는 휘발유 입자까지. 새아가 볼 수 없는 냄새는 없다. 재활 과정에서 눈앞을 떠도는 입자들이 어떤 냄새를 의미하는 건지 철저히 공부해 상당히 많은 종류의 냄새를 눈으로 분간할 수 있게 됐다. 냄새의 입자가 눈으로 보인다니! 고유의 형태를 가진 냄새들이 눈앞을 떠다니는 광경은 환상적으로 표현되지만, 정작 새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남들과 다르게, 싫어도 눈을 감아버릴 수 없으니까.

만화는 성큼성큼 전개된다. 첫 화부터 극장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거기에는 잘 세팅된 메뉴처럼 냄새를 보는 새아와 범인 잡는 경찰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범과 접촉한 그녀는 남들이 알 수 없을 그 방법으로 범인을 알아보고, 경찰과 연계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한다. 어쩌면 싫고 불편한 그 능력으로,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한 화재의 범인을 붙잡을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극장 방화범을 시작으로 새아는 경찰과 손발 맞춰 사소하게는 동네에서 사라진 개들을 찾아주는 일부터 교내 휴대전화 도난사건, 연쇄살인이라는 엄중한 사건까지 관여하며 능력을 뽐낸다. 마치 ‘나를 봐요’라는 것처럼. 그러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기도 하고, 그 후 오랫동안 송사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만화를 시작할 무렵보다 훨씬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 마치 삶의 의미를 찾아낸 것처럼.


《냄새를 보는 소녀》는 평범한 판타지 물은 아니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데이터”로 사건을 해결하는 새로운 추리물이다. 또한 자신을 좋아할 수 없었던 그녀가 수사에 참여하면서부터 스스로를 알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물이다. 버터구이 오징어를 씹었던 극장 옆자리 남자는 사건을 함께 들여다보는 경찰이 되고, 머리를 맞대고 사건을 풀어나가며 경찰은 새아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되는 연애물이기도 하다. 김평안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오징어 모양으로 각인되며, 시각은 감정을 타고 촉각이, 청각이 된다. 《롤리타》를 쓴 러시아의 문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글자에서 색깔을 보았다고 전해지며,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는 소리를 색깔로 받아들이고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새아가 될 순 없지만, 지나쳐 깨닫지 못했던 시간들을 곱씹어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만이 가졌던, “냄새를 보았던” 찰나들이.

《냄새를 보는 소녀》 / 만취 지음/ 올레마켓웹툰 매주 화, 토 연재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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