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메시지 (23)
‘외국인’을 배척하는 나라가
‘자국민’에게는 잘할까?

그해 여름 나는 몇 번이나 가게에 가보았지만 그때마다 그 외국인의 가게를 보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상황은 똑같았다. 외국인은 “와타시, 니혼, 다이스키데스(나, 일본, 많이 좋아합니다)”라고 반복하여 말했지만 면도기는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트집을 잡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놀림을 받더라도 그는 그저 쓸쓸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대에 외국인이 노점을 열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무척이나 다급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왜 모두 그렇게 냉정하게 했을까? 똑같은 사람이지 않은가?’ 라고 언제부터인가 후회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그 외국인을 본 것은 그해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전쟁이 확대되면서, 야간노점도 점점 한적해졌다.

‘외국인’을 배척하는 나라가 ‘자국민’에게는 잘할까?

그 반대다.

내셔널리즘은 국가와 민족 그 자체를 ‘성스러운 것’이라고 해서 자국민을 국가를 위한 수단으로서 희생시킨다.

그해 나의 큰형이 징병되었다. 다음 해는 둘째, 셋째 형까지 전쟁터에 끌려갔다. 쌀과 사탕, 된장, 간장 등 생필품도 배급제가 되었다.

국수화도 해와 더불어 격해지고, 영어는 ‘적성어’라고 해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지금부터 ‘스트라이크’라는 말은 ‘요시(좋아)’로 바꾸고, ‘볼(Ball)’이라는 말은 ‘다메(허사)’라고 하는 거야”라고 떠들썩하게 이야기했다.

연필의 HB는 ‘중용’으로 바뀌고, ‘체리’라는 담배는 ‘사쿠라’로 바뀌었다. 재즈도, 미국 영화도 금지되었다.

그리고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는 ‘하, 니, 호, 헤, 토, 이, 로, 하’ 로 바뀌고, 러시아인이었던 거인의 빅터 스타핀(Victor Starffin) 투수는 스다 히로시로 개명했다.

점점 더 시야를 좁게 보는 일본 사람과는 반대로 미국에서는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알아야 한다’며 일본어 학습과 일본어 연구를 추진했다.

최근 또다시 ‘민족의 자부심’을 포함해 ‘일본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말이 늘고 있다.

배경에는 일본 경제의 실속(失速·비행기가 비행에 필요한 속도와 양력을 잃고 추락할 지경에 이름을 말함)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반동(反動)이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에 있어서도 자신이 없는 사람은 허세를 부리고 싶어 한다.

열등감이 강하기 때문에 자랑하고 싶어 한다.

일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라’와 ‘핏줄’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인권이나 세계 종교 등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보편적인 가치관’을 확고하게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Is the Nation More Important Than Humanity?

I visited the night fair several times during the summer of 1937, and each time I couldn't resist checking on the tall foreigner's stall.

It was always the same. He kept repeating "Watashi, Nippon, daisukidesu," and he never sold a single razor. Sometimes people gave him a hard time or made fun of him. He only responded to this harassment with a sad smile.

As I look back on the struggles of a foreigner running a stall at the night fair during an era like that, it's clear he really must've been in dire straits. I wondered then why everyone was so cold to him. Wasn't he a human being just like us? The way he was treated both angered and saddened me.

That summer was the last time I saw the razor vendor. As the was intensified, the lights of the night fairs gradually began to fade away.

Is a nation that rejects foreigners therefore kind to its own people?

No, on the contrary-nationalism regards the nation or race as sacred, and sacrifices its citizens as a means for the nation's ends.

In my family, my eldest brother was drafted in 1937 and, in the following year, two of my older brothers were called into military service.

At about this time, essential foodstuffs such as rice, sugar, miso and soy sauce began to be rationed.

The ultranationalistic mood in Japan intensified as the year went by, and eventually English was banned as "an enemy language." At school, my friends talked about how from now on in baseball we would have to use Japanese words instead of the familiar "strike" and "ball" borrowed form English. Even the "HB" mark on penccils, indicating the hardness of the lead, was renamed "Sakura," the Japanese word for that tree. Jazz and American movies were also banned. The syllables of the musical scale do-re-mi-fa-sol-la-ti-do were replaced in favor of the Hapanese version, ha-ni-ho-he-to-i-ro-ha, And a pitcher for the Tokyo Giants baseball team, Victor Starffin, originally from Russia, was forced to take the Japanese name Hiroshi Suda.

In contrast to Japan, with its ever-narrowing inward focus, the American government at that time was conducting Japanese language training and research on Japan, in the belief that one needed to know one's opponent in order to win.

Recently in Japan, we are once again hearing with increasing frequency phrases that deliberately stress "ethnic pride" and "the superiority of Japanese culture." This may be a reaction to the loss of confidence accompanying the decline in the Japanese economy. Individuals, too, tend to put on a tough front when they lack self-confidence. They behave arrogantly because they have a strong sense of inferiority. But, even so, why so many Japanese fixate on the nation and racial heritage? Is it because they have not embraced the kind of universal values that transcend the nation and race, such as human rights or those found in the great world religions?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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