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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비친 세상 풍경

화제의 웹툰 - 먹는 존재

“하여간 배고픔이란, 질 낮은 양아치새끼 같은 거야.”
- 프롤로그 중에서 -

바야흐로 ‘웹툰 전성시대’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는 이번 호부터 화제가 된 웹툰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 한 가지 현상이나 사물 혹은 무형의 생각조차 레테르를 붙이기 좋아하는 게 인간이다. 결코 거스를 수 없는, 유전자에 각인된 세대를 초월하는 명령을 수행하듯이. 그 범위는 실로 광대하지만 출발점은 인간 자체, 그러니까 인간 종족인 ‘나’에 대한 정의를 찾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 유희하는 존재, 배설하는 존재, 욕망하는 존재… 그리고 ‘먹는 존재’다.

《먹는 존재》는 ‘들개이빨’이라는 특이한 필명을 가진 작가의 첫 출세작이다.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내내 업데이트 요일인 수요일, 부동의 1위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며 유명세를 탔고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까지 수상했으니 독자와 전문가 양쪽 모두 인정하고 환영하는 작품임을 입증한 셈. 스토리는 간단하게 압축해서 설명 가능하다. 서른 조금 넘은 까칠한 여주인공 유양이 먹고사는 이야기. 그렇다고 주인공이 세기의 요리 실력 혹은 절대미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 만화는 밥도 먹고 떡도 먹고 욕도 나이도 먹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최루성 발라드는 듣기 싫고 ‘Fuck’ 같은 단어가 적힌 옷을 굳이 걸치며, 팔자걸음에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유양(본명)’은 서른 즈음의 싱글 여성이다. 사람들은 외모만큼이나 특이한 이름의 그녀를 쉽게 아웃사이더나 반골쯤으로 재단해버리지만, 그녀 스스로도 둥글게 지내려 굳이 애쓰지 않는다. 자발적 ‘아싸’랄까.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유양이 원하는 것은 밥맛 없는 상사를 포함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로부터의 고립, 아니 자유다. 원치 않는 회식 자리에서 진상을 부리는 상사에게 계급장 떼고 입바른 소리를 내지른 뒤, 접시에 담긴 생굴까지 투척해버린 뒤끝으로 해고를 당하는 유양의 에피소드는 《먹는 존재》의 클라이맥스가 아닌 오프닝이다. 그녀가 지옥 같은 회사에서 해방(?)되고 난 뒤 이야기 전개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인간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먹어야 사는 성가신 위장을 달고 있는 존재로, 유양의 생활의 흐름에 따라 이런저런 다양한 음식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성격이 극과 극인 친구와 유일한 접점인 음식(‘훠궈’ 편)을 나눠 먹으며 소통의 물꼬를 트는 이야기, 유양과 판박이인 그녀의 아버지와 남동생이 나누는 인간의 위장과 고기에 얽힌 철학적 대화(‘닭도리탕’ 편),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아무리 배고파봐라 내가 밥 사먹나, 술 사먹지”라며 퀭한 눈으로 음주공연을 즐기던 유양이 제 짝을 만나 정분을 쌓게 되는 에피소드(‘떡’ 편), 한 것도 없는데 누구나 1년에 하나는 꼭 먹어야 하는 것(‘나이’ 편)에 관한 유양의 독백 등 음식은 맛이 있건 없건, 대단하건 대단치 않건 극의 핵심으로 등극한다. 유양의 눈에 비친 온통 흑백의 세상에서 음식만이 총천연색을 뽐내는 이유도 그 때문일까? 음식은 그녀의 세상을 투영한다. 그녀와 타인과의 관계, 그녀의 이상과 현실의 대결, 당면한 현재의 과제와 미래의 계획까지도.

《먹는 존재》는 특별하다. 그 누가 당장 앞에 놓인 비엔나소시지로 서양철학을 논하고 “섹스보다 나은 치즈케이크가 여기 있다”고 콕 집어 이야기해줄까? 특별할 것 없는 메뉴 위로 지독하게 유머러스하며 시니컬한 이야기가 흐른다. 박수를 칠 만큼 통쾌하고 속이 시원하다가도 가슴이 뭉클한 감동이 뒤통수를 친다. 보지 않으면 아쉬운, 새로운 만화다.

《먹는 존재》 / 들개이빨 지음 / 레진코믹스 연재 완료, 애니북스 펴냄
  • 201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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