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만난 사람 - ‘생각하는 뇌’ 하나로 우주론 설계한
스티븐 호킹

인간의 노력엔 어떤 한계도 없습니다

스물한 살, 케임브리지 대학원에서 우주물리학을 전공하는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 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진단받는다. 모든 근육이 위축되고 손발을 움직일 수 없어 남의 도움이 없으면 한시도 살 수 없는 병이다. 의료진은 그에게 2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선고했다. 죽음 앞에서 오히려 삶의 강한 의욕을 확인한 그는 하고 싶은 일들이 있음을 깨닫고 우주론 연구에 매진했다. 최근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감독 제임스 마쉬)이 개봉한 뒤 그의 삶이 재조명받고 있다. 호킹이 71세에 쓴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까치글방)를 통해 그가 절망을 딛고 일어나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과정을 살펴보았다.

사진제공 : 까지글방, 봉봉미엘
1962년 옥스퍼드 대학 졸업사진.
두 번 결혼, 세 자녀의 아버지

스티븐 호킹은 갈릴레오가 죽은 지 꼭 300년 후인 1942년 1월 8일 영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학을 전공한 엘리트였고, 어머니도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한 재원이었다. 호킹은 17세에 옥스퍼드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 진학할 무렵 몸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의사를 찾아갔지만, 의사는 “한동안 맥주를 끊으라”는 말만 했다.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결국 루게릭 병 진단을 받았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병원에 머무는 동안 맞은편 병상의 잘 모르는 소년이 백혈병으로 죽는 것을 보았다. 나보다 더 못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내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려고 할 때마다 그 소년을 떠올린다.”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스티븐 호킹 지음 / 전대호 옮김 / 까치글방
퇴원한 직후 스티븐 호킹은 ‘처형을 앞둔 죄수’가 된 꿈을 꾼다. 그리고 사형집행이 연기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좋은 일을 하다 죽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그에게 삶의 의지가 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서전에 “나를 제대로 변화시킨 것은 제인 와일드라는 소녀와의 약혼이었다. 약혼으로 나는 삶의 목표를 얻었다”고 썼다. 호킹은 1965년 결혼해 세 자녀를 두었다. 그의 러브스토리는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호킹은 첫 부인과 이혼하고, 1995년 자신을 돌봐주던 간호사와 재혼했다. 지금은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독신으로 살고 있다.


수학이라는 언어로 우주를 해석

스티븐 호킹은 2014년 자신의 젊은 시절을 영화로 만든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촬영 현장을 방문해 배우들과 만났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스티븐 호킹이 평생 화두로 삼고 있는 질문이다. 다행히 두뇌는 루게릭 병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우주를 해석하는 작업, 곧 이론적 우주론을 연구하는 것이다. 종이와 연필조차 사용할 수 없는 호킹은 ‘생각하는 뇌’와 직관만으로 우주론을 정립했다.

1960년대 초 우주론의 중대한 질문은 ‘우주의 시초가 있느냐’였다. 많은 과학자가 우주의 시초가 있다는 생각에 반발했다. 호킹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에 시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예측했다. 이 결론은 교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호킹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빅뱅과 블랙홀의 특이점에서 깨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후 그는 시간의 시작과 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양자이론으로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셋째 아이가 태어난 뒤 찍은 가족사진.
호킹의 가장 중요한 연구 업적은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의 존재를 설명한 것이다. 호킹 복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블랙홀이라는 아주 독특한 천체가 마치 달궈진 쇠막대가 뻘건 빛을 내듯 미약하게나마 빛을 낸다는 뜻이다. 양자역학이론에 따르면 작은 블랙홀들은 입자를 방출한다. 블랙홀에 대해 밖으로 향하는 양의 에너지복사는 음의 에너지입자가 블랙홀로 유입되는 양과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음의 에너지가 블랙홀에 들어오면 블랙홀의 질량이 서서히 줄어 블랙홀 자체도 증발하듯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호킹 복사는 지금도 우주를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호킹은 우주가 경계없이 닫혀 있다는 ‘무경계 제안(no-boundary proposal)’을 정식화했다. ‘무경계 제안’은 우주가 거의 완전히 매끄럽게 출발하며 출발 시의 일탈은 미세하다고 예측한다. 그 일탈은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커져서 결국 은하와 별과 생물을 비롯한 우주 속의 모든 구조물의 형성을 유발한다.

호킹은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자발적 창조야말로 무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는 이유,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우주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에게 호소할 필요는 없다”며 신의 우주 창조론을 부정했다.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1980년대 초 동료 물리학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아랫줄 맨 왼쪽이 영화 〈인터스텔라〉를 자문한 킵 손이다.
1990년 미국 물리학자 킵 손은 웜홀들을 통과하여 과거로 가는 여행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킵 손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은 세계적 물리학자로 호킹과 절친한 사이다. 한때 호킹도 물리학 법칙들이 시간여행(time travel)을 허용하는지 탐구했지만 킵 손과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 미래에 어떤 다른 이론이 발견된다고 해도 시간여행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으로 결론지었다. 호킹은 그 이유를 부조리한 상황을 의미하는 ‘할아버지의 역설(grandfather paradox)’로 설명했다. 만일 당신이 과거로 돌아가서 당신의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낳기 전에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당신은 현재 존재하게 될까? 결국 당신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당신은 과거로 돌아가서 당신의 할아버지를 죽일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타임머신 지평을 통과하여 타임머신에 진입하려는 사람과 우주선은 복사 번개에 맞아 흔적도 없이 파괴될 것”이라며 “이는 과거를 집적거리지 말라는 자연의 경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킹은 극단적인 신체 장애를 딛고 우주론 분야의 선도적 이론가로서 큰 업적을 이뤘다. 2009년 정년 퇴임 때까지 30년간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루카스 수학교수를 역임했고, 물리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기초물리학상을 받았다. 1982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과학서적 《시간의 역사》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찾아갔다. 한국을 포함, 40여 개국을 방문해 대중 강연을 했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영국 노동당의 오랜 지지자이며 핵무기 감축운동에도 오래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해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학회에 불참했고,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전쟁 범죄”라고 불렀다. 대중 강연 때마다 “인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하는 스티븐 호킹. 그의 인생은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뭔가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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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경환   ( 2015-02-16 ) 찬성 : 43 반대 : 41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뭔가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음이란 내가 현재까지 가장 동의 하는 의식의 최고의 중심입니다. 그걸 물리학을 통해 보여준 스티븐호킹에 경의를 표합니다. 더구나 아주 설득력있는 설명은 버릴 수 없어 아직도 음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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