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부지영 감독

작품 속 인물들, 눈물 나게 사랑스러웠죠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부지영 감독은 서른이 되던 해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그 후 홍상수 감독의 연출부에 있었고, 〈스캔들〉의 이재용 감독과는 스크립터로 인연을 맺었다. 홍 감독에게서는 배우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법을, 이 감독에게는 이야기를 이끄는 힘을 배웠다. 두 감독에게는 없는 것이 부 감독에게는 있었는데, 생의 변방에 선 여성과 약자에 대한 시선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니마〉 〈산정호수의 맛〉에 담겨 있던 그 눈길은 〈카트〉에서도 이어진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흐느낀 이들이 있었다. 영화는 선희(염정아)와 혜미(문정희)가 쏟아지는 물대포 사이로 카트를 미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이들의 흐느낌은 멈출 줄 몰랐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오르고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선 이들은 2007년 그 현장에 있던 마트 직원들이었다. 부지영 감독은 2012년 처음으로 〈카트〉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명필름에서 2009년부터 준비하던 작품이었다.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담는다는 무게보다, 이것이 ‘우리’ 이야기라는 걸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영화의 디테일을 위해 여러 자료와 사건을 찾아봤는데요.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 법대로 안 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최저임금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파업’은 노동자의 고유 권리인데 이때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불법이 빈번히 일어나고요. 정해진 법만 지킨다면 ‘이런 억울한 일이 좀 줄어들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저임금, 노동3권… 이런 용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화는 이것이 ‘우리 이야기’임을 충분히 담아낸다.

“저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값 아니고”라고 말하는 선희의 대사는 그 생활비가 끊겼을 때 당장 수학여행을 갈 수 없게 되고 급식비를 낼 수 없게 된 아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솔직히 집에서는 이제 그만하고 돈 벌어왔으면 좋겠다고 해요”라는 옥순은 결국 갈빗집 알바를 시작한다. 가족에게조차 지지받을 수 없는 여성노동자 파업의 단면이다.

“이 영화가 상업영화로서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려면 인물의 감정이 과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의 서사는 최대한 담담하게 가려고 했어요. 마지막 함께 카트를 미는 장면까지 관객과 함께 가기 위해서요. 힘든 것을 전시한다거나, 먼저 배우를 통해 감정을 터뜨리는 일은 없으려고 했죠.”

배우가 직접 말하지 않는 대신 영화적인 언어는 더 세심하게 다듬었다. 이번 작품에 함께 작업한 김우형 촬영감독은 현장의 베테랑이자 부지영 감독의 남편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지향점이 같았기에 현장에서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부부라고 24시간 〈카트〉 이야기만 한 건 아니고, 집에 가면 집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도 했어요. 남편이 말이 참 없어서 현장에서는 사실 소통이 더 어려웠죠(웃음). 하지만 워낙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캐릭터나 스토리를 보여주는 최적의 앵글을 잘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함께 꿈꾸는 과정을 담았다

〈카트〉의 현장은 리허설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대포를 맞을 때나 용역에게 끌려갈 때, 이들은 현장에서 실제로 겪고 바로 반응한다.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잘 살았지만 다치는 줄 모르고 연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나중에 혼자 편집본을 보면서 감동한 경우도 많았어요. 정아씨는 몽타주 신(카메라가 멀리서 잡아 배우의 행동이나 대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에서도 정성을 다해요. 이분은 스무 살부터 연기했기 때문에 20년 넘게 한우물을 판 사람이에요. 그 정도라면 어떤 역할을 맡겨도 할 수 있는 프로고, 장인이거든요. 특히 염정아씨는 캐릭터를 보여줄 때 ‘날것의 느낌’을 잘 표현해요. 가식이 없죠. 제가 좋아하는 정아씨 작품이 〈범죄의 재구성〉과 〈오래된 정원〉인데 거기서도 꾸민다는 느낌이 없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지금은 거기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아줌마로서 보여줄 수 있는 공감력이 있고요.”

부지영 감독은 “영화는 2시간 동안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물론 영화는 빨리 찾지만 우리 인생에서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저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주부인데요. 주부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시간이 굉장히 길어요. 주부로서 영화를 찍는다는 건 ‘나로 살아가고 싶어서’예요.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로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이에요. 현장에서는 엄청나게 희열을 느껴요. 힘들지만 너무 행복해요.”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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