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신해철!

도전과 실험 멈추지 않았던 ‘마왕’

“전 어떻게 하면 예측을 빗나가게 할까를 늘 생각해요.
다음 앨범도 대중의 생각에 따라 예측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나갈 거예요.
즉, 대중이 저희 앨범에 대해 ‘이게 뭐냐. 이것도 음악이냐’ 하면 그 앨범과 비슷한 음악을 할 거고요.
‘앨범 괜찮다’ 하면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하는 거죠. 전에도 그랬어요.
원래는 메탈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테크노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어 테크노 음악을 했죠.
만약 그 이후 테크노 그룹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면 전 아직도 테크노 음악을 했을지도 몰라요.”

- 1994년 7월 N.EX.T 인터뷰 中
그야말로 ‘청개구리 마인드’다. 신해철은 그랬다. 분명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그러나 남들이 하지 않은 음악에 늘 도전하고 실험을 멈추지 않는 보기 드문 아티스트였다.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특히 30~40대의 추모열기가 끊이지 않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10~20대 시절 신해철의 음악을 듣고 성장한 이들이 마치 청춘의 한 자락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상실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신해철은 본격 ‘팝 키드(Pop Kid)’ ‘록 키드(Rock Kid)’ 세대가 어릴 때부터 접해온 외국의 팝-록 음악을 제대로 구현한 첫 세대다. 물론 한국 대중음악사는 그 옛날 전통가요부터 ‘청년문화’의 상징인 포크송, 신중현으로 대표되는 록음악, 1980년대 후반부터 주류 가요가 된 발라드, 90년대 이후 폭발한 댄스뮤직에 이르기까지 서구 대중음악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신해철 세대’가 그 이전 세대, 선배 세대들과 다른 것은 음악이 생활의 일부가 된 첫 세대였다는 것이다. 70년대는 이른바 통기타-청바지-생맥주로 대표되는 청년문화의 시기였지만, 이들은 라디오를 통해 혹은 음악다방이나 음악감상실에서, 그리고 함께 모여 ‘싱어롱(Sing Along)’ 하며 음악을 접하던 세대다. 이에 비해 80년대 혹은 그 이후에 10~20대 시절을 보낸 ‘신해철 세대’는 FM 라디오는 기본이요, 스스로 LP나 테이프를 적극적으로 구매하거나 음악을 위한 필수 도구(‘워크맨’으로 대표되는)를 통해 능동적으로 음악을 즐기고 해외 음악 역시 거의 실시간으로 접하던 첫 세대였다. 그 첫 세대인 신해철은 해외 음악의 문법을 채택하였으되 자기 스타일로 음악을 만들고 자기의 목소리를 냈던 획기적인 음악인이었다.

자신의 음악과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알린 솔로 2집 〈마이셀프(Myself)〉(1991)부터 최근작 〈리부트 마이셀프(Myself)〉(2014)까지 신해철은 본격 테크노 음악, 프로그레시브 메탈, 재즈, 아카펠라 등 자신의 의도대로 대중의 허를 찌르는 새로운 음악적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세속적 성공에 매몰된 획일적 가치관, 꿈 대신 돈을 좇는 서글픈 세태를 꼬집는 가사와,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가사,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젊은이들의 감성과 의식을 깨어나게 했다.

웅장한 키보드 전주와 후주로 듣는 이를 사로잡은 대학가요제에서의 충격적 첫 등장,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본격 록밴드 구성으로 프로그레시브 메탈, 하드록 등 어려운 음악으로도 록의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넥스트(N.EX.T), 전자음악이 이렇게 세련되고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윤상과의 프로젝트 ‘노 땐스(No Dance)’, 그리고 1000번 이상 레코딩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로만 구축해낸 ‘아따(A.D.D.A)’의 놀라운 신세계 등 신해철의 음악은 그 자체로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이자 소중한 유산이다.
  •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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