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인기 상승 <뭐라꼬> 부른
래퍼 술제이 & 보컬 김보선

경상도 사투리로 부르는 달달한 사랑 노래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해 보인다. 하지만 속까지 그런 건 아니란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긋나”라고 답답해하는 경상도 남자와 그런 경상도 남자와 사랑하느라 애타는 여자들에게 반가운 노래가 나왔다.
서로 마음을 몰라준다고 느낄 땐 ‘당황하지 말고’, 이 곡을 들려준 뒤 “이제 내 맘 알제?” 하면 ‘끝’.
(voal) 뭐라꼬 니 내 사랑한다고 / (rap) 와 이리 예쁘노 니 땜에 진짜 돌아삐긋다 / 뭐든지 말만 해라 니한테 뭐 돈 아끼긋나 / 가시나야 확신한다 내 같은 놈 다신 없데이 / 오늘 날씨도 따시고 기분 억시 좋네이 / 걱정 말고 고마 내 옆에만 딱 붙어라 / 달콤한 말은 잘 못해도 내는 항상 니부터다 / 챙겨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다 /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거 내도 싫다 / 그란데 우짜긋노 닭살 돋고 넘사시럽다 / 니 좋아하는 서울남자 사실 다 실없다 / 투박하게 구박해도 니 내 맘 알제 / 내가 국밥처럼 소박해도 솔찌 니삐 없데이

래퍼 술제이(본명 김성훈・31)와 보컬 김보선(30)이 부른 노래 <뭐라꼬>의 일부다. 두 사람은 아직 이 곡으로 정식 방송을 한 적은 없는데, SNS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렇게 SNS의 파도를 타고 지인에게 추천받은 이 곡을 듣는 순간 ‘느낌이 왔다’. 가사는 귀에 착 감기고, 멜로디는 감미로웠다. ‘사투리가 이렇게 로맨틱할 수 있나’. 경상도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내 아를 나도~”처럼 유머코드로 소화된 적은 있지만, 무뚝뚝해서 더 달콤하게 들리니 신선했다. 더 신선했던 건 인터뷰를 위해 두 사람을 만났을 때였다. 힙합 하는 사람 그러니까 랩을 하는 뮤지션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종의 선입견이 깨졌다. 작업실은 깔끔하다 못해 아기자기했고, 두 사람의 입담은 시종일관 젠틀하고 유쾌했다. 술제이는 현재 ‘프리스타일 타운’이라는 조직(?)의 대표이자 일원으로 몸담고 있는데, 이 조직의 목표는 하나다. 많은 사람이 힙합을 좀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마음으로 프리스타일 랩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간다. 그 때문인지 그의 제자 중에는 원더걸스의 혜림이나 티아라의 전 멤버 화영 같은 아이돌도 있고, 문화센터에 소일하러 나오신 50~60대 어르신도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박자에 맞춰 이야기하는 법”만 배우면 된다고 그는 말한다. 랩으로 가는 문턱이 한결 낮아진 듯하다.


“니 좋아하는 서울남자 사실 다 실없다”


김보선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MBC)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뭐라꼬>는 오디션 과정 당시 김보선이 직접 만든 노래 <뭐라고>가 재탄생한 노래다. <위대한 탄생>은 뮤지션 김보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고, 실제로 김태원, 용감한 형제 등 심사위원들은 “작곡 실력도 출중하고, 보컬로서의 자질도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단시간에, 그리고 한꺼번에 쏟아부어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양날의 검’이었다. 김보선의 <뭐라고>와 술제이 앤 김보선의 <뭐라꼬>가 닮은 듯 다르게 들린 이유는 작업 방식의 차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자는 절박한 중에 탄생했고, 후자는 두 사람이 많이 웃고 충분히 즐기며 만들었다. 마음에 맞는 음악 파트너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아버린 30대 뮤지션들, 이들이 부르는 사랑 노래도 가볍지만은 않다. ‘혹시라도 친구들이 내 어떻다고 안 하’는지 궁금해하고, 누가 물으면 ‘가가 내다’라고 확실하게 답하라고 못박는다. ‘썸만 타다’ 끝나는 연애와는 다르다.

“저희는 지난해 송년회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희 둘을 같이 아는 친구가 소개해줬어요. 보선이 앨범에 <뭐라고>라는 노래를 듣고 이 노래 사투리로 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다음 날 바로 작업에 들어갔죠. 그게 올해 초예요.”(술제이)

김보선은 부산 남자다. 그의 여자친구는 원곡 버전과 사투리 버전의 노래를 모두 들어보았는데, 처음 노래도 좋아했지만 두 번째 노래를 듣고는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술제이의 고향은 거제도다. 창원과 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시절 부산에서 잠시 래퍼로 활동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뼛속까지 경상도 사나이’인 셈이다.

“원래 저희는 선물도 잘 못 주거든요. ‘아나 이거 받아라. 오다 주웠다. 싫음 버리든가’ 이러죠.

이 부분도 처음엔 가사 중에 있었어요.”(술제이)

“서울 사람들은 ‘안겨~’ 이러는데, 부산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말하죠. ‘뭐하노, 안 앵기고’ 이렇게. 가사 작업할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술제이 형이 “니 땜에 돌아삐긋다” 하는 부분은 너무 웃겨서 저도 돌겠더라고요.”(김보선)

술제이의 평소 랩 스타일은 조금 더 강한 편이다. 이번엔 사랑 노래인 만큼 힘을 빼고 했다. 김보선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는데, 덕분에 ‘진짜 사랑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낌’이 잘 살았다.

“노래 낸 지 두세 달 지났는데 처음보다 지금 더 반응이 오고 있어요. 심지어 어머니가 모바일 메신저로 아는 분한테 노래를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어? 이거 우리 아들 노랜데!’라고 자랑도 하시고, 이렇게 들으면 돈이 되느냐고 걱정도 하시고요(웃음).”(술제이)


랩 중에는 ‘시’ 같은 가사가 많아요


힙합이나 랩에 문외한인 사람도 <뭐라꼬>를 듣고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지인들은 “가장 술제이다운 노래”라고도 했다고 한다. 술제이의 힙합은 어렵지 않다. 가사를 수없이 쓰고 지우기 때문이다. “랩은 많이 할수록 느는 것이 아니라 글을 많이 써야 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국제대학교, 뮤직아카데미 등에 출강하며 ‘프리스타일 랩’을 가르치기도 한다. ‘프리스타일’ ‘랩’이 누군가에게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은데 그의 말은 다르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흑인음악 동아리를 하면서 힙합을 접했어요. 처음엔 박자를 맞추는 것도, 랩을 배우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악바리처럼 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노력했던 과정이 지금 강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프리스타일 타운의 설립 목적이 ‘많은 분들께 프리스타일이 얼마나 즐거운 문화인지 알려드리자’였어요. 3주 전쯤 50대 어르신들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문화 강의를 듣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글을 쓰셨는데, 내용이 굉장히 깊어요. 그걸 박자에 맞춰서 읽어보는 연습을 했어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하시더니 즐겁게 하시더라고요”(술제이)

많은 사람이 랩 하면 서로 ‘디스(부정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꼬집는 일)’를 떠올리는데, 실제 그 세계(?)는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칭찬 배틀’을 할 때도 있다.

두 사람은 요즘 노래를 들으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바로 ‘가사’다. 오래 여운이 남는 가사를 찾기가 어렵다. 그 부분을 래퍼들이 채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랩은 일종의 시(詩)니까 말이다.

두 사람에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들과 사랑하는 여자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여자분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하잖아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래요, 형? 티 안 나게 챙겨주는 거죠.”(김보선)

“그래? 나는 다 주는 편인데. 다 줘서 지금은 다 채우는 편인데. 제 생각에는 경상도 사람이 속정이 좀 깊은 것 같아요. 무심한 듯해도 챙겨주는 편이에요. 이 노래를 들은 여성들 반응에는 ‘설레임’이 있어요. 그 느낌을 믿으세요. 경상도 남자는 맘이 있어도 표현을 못 합니다. 속마음은 다를 테니 이 노래 들으시며 마음을 짐작해보시면 좋을 듯해요. ‘이게 내 맘이야’라는 마음으로 들려주는 걸 테니까요.”(술제이)
  •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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