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 가족을 말하다] 수필집 《엄마 덕분입니다》 펴낸 이연숙 작가

20대 아들을 둔 엄마가 되어, 어린 시절 살갑지 않았던 엄마를 이해하다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가장 가깝고 소중한 관계, 가족. 대다수 사람에게 가족은 삶의 든든한 울타리지만, 한편으로 가장 아픈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평소 남들에게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이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더 쉽게 더 아프게 말하고 행동한 뒤 후회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topclass〉는 한가위 명절을 맞아 가족을 주제로 인터뷰 세 편을 준비했다.
《엄마 덕분입니다》를 펴낸 이연숙 작가, 아버지를 주제로 작업하는 화가 이상권,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EBS <용서> 제작팀의 최남숙 PD가 그들이다.
때로는 한없이 기대고 싶고, 때로는 한없이 멀어지고 싶은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족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글은 자기성찰의 도구다. 하루의 끝 무렵에 쓰는 일기도, 인생 막바지에 쓰는 회고록도 모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수단이다. 글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은 쓰라린 상처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잊고 싶은 기억을 꺼내 기록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 인생에서 가장 쓰라린 상처를 꺼내 글로 옮기며 비로소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중년 여성이 있다. 이연숙 작가다.

이연숙 작가가 최근 출간한 수필집 《엄마 덕분입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엄마들의 이야기다. 그는 자식으로, 또 엄마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진솔한 언어로 풀어냈다. 시작은 2003년이었다. 남편이 직장 일로 지방에 내려가게 되면서 그 역시 낯선 땅에 자리 잡았다. 그가 외로움을 이기려 시작한 것은 일기처럼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글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엄마였다.

“여섯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삼남매를 혼자 키우셨어요.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제게 살갑지 않았죠. 오빠는 자라는 내내 아버지 역할을 해 인정받았고, 어린 막내는 마냥 예쁨받는 존재였어요. 중간에 끼인 저는 잃어버린 엄마의 시간을 보상해줘야 하는 존재였죠. 엄마 넋두리를 듣는 것도, 화를 받아내는 것도 제 몫이었어요.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우울한 시절이었죠.”

그는 잘못을 하지 않아도 눈치를 봐야 했고, 엄마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늘 노력해야 했다. 한번 움츠러든 어깨는 밖에서도 펴지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두려웠어요.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조차 몰랐어요. 그저 좋은 직장 들어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고만 생각했죠. 어쩌면 결혼 역시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방편이었는지도 몰라요(웃음).”


글쓰기를 통해 어린 시절 엄마 모습과 조우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회피만 했던 그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상처를 다시금 마주하고, 비로소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러 가자”고 말하는 스무 살 아들을 보며, 그는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또 그런 자신을 홀로 키웠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 책에는 이런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니가…… 쉰이냐?’ 쉰이 된 나보다 딸이 쉰 살이 된 것이 엄마에게는 더 큰 의미로 자리하는 것 같다. 구태여 세고 싶지 않은 나이라는 숫자를 머리카락 희끗해진 자식의 나이로 확인하게 되는 심정은 생각보다 복잡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내가 물끄러미 엄마 얼굴을 들여다봤다. ‘우리 엄마, 참 예뻤는데…….’”

어릴 적 아픈 기억들은 어느덧 ‘이해의 도구’가 됐다. 그의 수필집 제목처럼, 엄마에게 ‘모든 게 엄마 덕분’이라는 인사를 건넬 수도 있게 됐다. “글을 쓰려면 결핍이 있어야 하고, 결핍이 클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 역시 이 모든 게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기로 했어요. 엄마가 저를 항상 지지해주고 예뻐만 했으면 못 했을 일 아닌가요(웃음).”

그는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과정에서 자아를 찾고, 과거에서 미래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간 써온 것들을 책으로 출간하자는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내가 무슨…’ 이었어요. 하지만 그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더니, 이젠 또 다른 꿈이 보여요. 이 모든 게 엄마 덕분이죠(웃음).”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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