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 장면 - 달님처럼 피어나리

글 : 이상희 

그림책의 마지막 결말은 등장한 인물 동물이 모두 함께 모여 맛난 음식을 먹는 장면이거나 신나게 춤추는 장면이기 쉽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모두가 행복해진 국면에 이르면 자연히 맛있는 음식을 차리고 잔치를 벌이거나 다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되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결말의 상징인 셈이지요. 우리 그림책 《달 떠온다 강강술래》는 좀 다릅니다. 중반부에서 춤이 시작됩니다. 달맞이하러 집을 나선 아이가 아기며 제 또래 아이며 아낙이며 할머니를 만나 손에 손잡고 가는 길에서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맞기 때문이지요. 엄마 잃은 아기도, 아버지 봉양에 지친 아이도, 생업에 찌들린 아낙도, 근심 걱정 끝없는 할머니도 달 기운에 신명이 납니다. 어깨가 들썩들썩 엉덩이가 들먹들먹, 타박타박 걷던 걸음이 뛰고 구르며 내달리게 됩니다.

달 떠온다, 달 떠온다, 강강술래
우리 마을에 달 떠온다, 강강술래
하늘에는 별도 총총, 강강술래
대밭에는 댓잎도 강강술래

동네 사람 모두 모여 손에 손을 잡으니
어깨는 들썩 엉덩이는 뜰먹
잔치 마당 한 마당 놀이마당 펼쳐지네.
뛰어보세 뛰어 보세, 강강술래
옥신옥신 뛰어보세,
옅은 마당 깊어지게, 강강술래
깊은 마당 더 깊어지게, 강강술래


짙푸른 밤 하늘에 별이 총총, 달이 두둥실 떴습니다. 깡뚱하니 짧은 치마 입은 이들이며 허리께를 질끈 묶은 긴 치마 입은 이들이 흥겨워 자기도 모르게 들썩들썩 뜰먹뜰먹, 춤추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허공을 떠가듯 화면 오른쪽을 향해 나아갑니다. 놀이마당을 향해, 잔치마당을 향해 나아가는 거지요. 어둠 속 댓잎도 춤추고, 별들도 춤춥니다.

다음 장면에서는 본격적으로 강강술래 놀이가 펼쳐집니다.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라’ 하며 문지기 놀이를 한바탕, ‘고사리 대사리 꺾자, 나무 대사리 꺾자’며 고사리꺾기 놀이를 한바탕, ‘청 청 청어 엮자, 위도 군산 청어 엮자’며 청어엮기 청어풀기 놀이를 한바탕, ‘잡았네, 잡았네, 쥔쥐새끼 잡았네’ 하는 쥔쥐새끼 놀이를 한바탕 하지요. 아이 돌보랴, 살림하랴, 뭍 농사 물 농사 지으랴, 해 지고 달 뜨는 줄 모르고 일하던 이들이 달 기운에 들려 그렇게 밤새도록 놀고 나면 온갖 슬픔 시름이 사라질 터, 이런 노래가 절로 나오는 거지요.

술래 따라 소리 높여 노래하고 춤추면
마음에 낀 얼음이 말캉하게 녹아나고
아이 어른 모두가 달님처럼 피어나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을지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 문화유산 ‘강강술래’는 먼 옛날의 고대 부족국가 마한에서부터 유래된 음력 팔월 한가위 풍속입니다. 커다란 보름달 아래 꼭 그 보름달 같은 원을 그리며 둘러서서 춤추고 노래했던 옛사람들, 그 장면을 떠올리자니 문득 가슴이 뜁니다. 먼 시간 너머로부터 지금껏 변함없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노래와 춤과 음악에 나도 한번 어우러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데 어울려 노는 것이 참된 잔치라면, 이 그림책은 제대로 잔치를 벌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의 흥겨운 동세와 구성진 노랫말이, 화려한 동영상을 능가한다는 실감이 즐겁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이러한 마법적 감동은 특히 문화전통 기반의 창작물에서 일어나는 듯합니다. ‘아이 어른 모두가 달님처럼 피어나’는 한가위가 되시길.

《달 떠온다 강강술래》
글 한미경 / 그림 정현지 / 웅진주니어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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