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보컬리스트 정동하

<두 도시 이야기>에서 ‘순정의리파’ 찰스 다네이 역 열연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가수 정동하. 밴드 ‘부활’의 전 보컬리스트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는 어떤 가수의 노래든 소화하며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런 그가 뮤지컬 무대에서도 연기와 가창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요셉어메이징> <노트르담 드 파리> <잭 더 리퍼> 등 뮤지컬에 데뷔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지난 6월 막을 올린 <두 도시 이야기>에서 활약하고 있다.
<두 도시 이야기>는 1859년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8세기 프랑스대혁명을 배경으로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넘나들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 남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정동하는 뮤지컬에서 극중 프랑스 귀족이지만 귀족들의 횡포에 환멸을 느껴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버리고 양심을 선택하는 ‘찰스 다네이’ 역을 맡았다.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튼’ 이라는 두 남자의 삶을 조망하는데, 프랑스혁명의 격동지에서 굶주리고 억압받는 당시 피지배층이었던 농민의 삶도 잘 묘사하고 있다. 정동하가 해석한 찰스 다네이는 어떤 역할일까?

“다네이는 귀족 신분과 지위를 버리고 떠날 만큼 신념이 강한 캐릭터입니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가족 같던 하인을 구하기 위해 돌아가지만, 프랑스 시민군에 체포되어 죽을 위기에 처해요. 불공평한 세상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인물. 찰스 다네이가 딱 그런 배역이죠. 그 안에 이성, 가족, 동료 간의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다양한 감정 연기가 필요해요.”


찰스 다네이 역은 뮤지컬 <잭 더 리퍼>에서 호흡을 맞췄던 왕용범 연출가의 제의로 맡게 됐다. 그는 “연출자의 지도와 신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감정의 강약 조절을 다양한 버전으로 연습하면서 ‘찰스 다네이’를 녹여내고 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I can’t recall’ ‘let her be a child’ ‘without a word’ ‘Out of sight out of mind’ 등 고난도의 다양한 넘버가 매력적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버린 시드니와 함께 부르는 ‘I can’t recall’을 최고 넘버로 꼽았다.

“사랑하는 여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래예요. 부를 때마다 울컥하죠. 어린 시절에는 사랑을 소유하는 걸로 착각한 적이 있어요. 이번 뮤지컬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뮤지컬에는 이건명・서범석・한지상・이혜경・ 박성환 등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정동하는 “선후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연습할 때 캐릭터를 분석하는 모습, 동작 하나하나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며 배우는 게 많아요.”

그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그와르’ 역을 맡았던 브루노 펠티에의 연기를 보고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브루노 펠티에의 노래, 발성, 연기에 한눈에 반했어요. 막연하게 ‘그랭그와르’ 역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기회가 닿아 뮤지컬 <요셉어메이징>으로 데뷔했고, 이어서 꿈에 그리던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그랭그와르’ 역을 맡았습니다.”


뮤지컬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마흔 번 넘게 이사했다.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부족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또래임에도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어릴 때 사람들과 부딪치거나 공감한 과정이 없어서인지 백짓장처럼 삶에 굴곡도 없고, 마치 자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뮤지컬은 뚜렷한 자아를 가진 캐릭터의 옷을 입어볼 수 있어 좋아요.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은 기분이랄까요? 역할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어 좋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록그룹 ‘퀸’의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밴드부, 대학교 록 동아리, 홍대 등에서 공연하다 한 작곡가의 추천으로 밴드 ‘부활’에 영입돼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다. 올초 솔로 선언을 한 그는 단독 콘서트를 비롯해 7월 20일에 있을 정동하・정준영의 합동 콘서트를 준비하는 등 가수와 뮤지컬 배우를 병행하고 있다. 줄곧 록 가수로 활동해왔으니 뮤지컬 배우의 발성과 톤, 감정 연기가 어렵지 않을까?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발성이나 톤, 연기에 집중하기보다 관객에게 전달해야 할 역할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요. 노래할 때 톤에 변화를 주려는 테크닉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노래뿐 아니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본질적인 걸 먼저 보려고 노력해요.”


그가 느끼는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소통’이다.

“밴드 활동할 때 멤버들과 함께 호흡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걸 잘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뮤지컬은 소통할 수밖에 없어요. 대화하고, 감정을 주고받아야 극이 전개되니까요. 대사와 노래, 감정 등으로 소통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그는 공연 후 리뷰도 꼼꼼히 하는 편이다.

“많은 분이 뮤지컬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을 보지 말라고 하는데 비판적인 댓글은 꼭 리뷰해요. 부족한 부분을 더 노력할 수 있고, 비판하는 글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거든요. 비판의 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웃음).”

“매 순간 후회하지 않는 것이 목표이자 꿈”이라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최선을 다하고 싶고, 또 열심히 준비하되 무대에선 한 걸음 물러서 더 넓게 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기간 : 6월 25일 ~ 8월 3일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문의 : 1577-3363
  • 201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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