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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면 -
영원히 사랑하는 법

글 : 이상희 

‘영원히 사는 것’을 꿈꾸었던 진시황이 이 시대에 살았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서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무소불위 진시황제라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난에는 불로초조차 소용없다는 걸 알고 절망했겠지요. 철옹성 쌓는 일에 전심전력할 듯도 합니다. 불로초 동자도 이번엔 다름아닌 철옹성의 설계도를 구하러 떠나보내고요.

그림책 《영원히 사는 법》(콜린 톰슨 글, 그림)의 피터도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을 찾으러 떠납니다. 애초에 ‘영원히 사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자기가 사는 도서관에서 사라진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을 찾아다 제자리에 두기 위해서였지만, 피터는 ‘그 책을 찾는다면 영원히 늙지 않’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원래 피터가 사는 곳은 ‘방이 천 개가 있는 도서관’의 요리책 서가의 ‘ㅁ’칸입니다. 밤이 되어 이용객들이 떠나고 도서관 문이 닫히고 야간 경비 아저씨가 곯아떨어질 때에야 비로소 살아나는 세계입니다. 서가의 ‘책들 뒤쪽 너머로 문과 창문이 나타나고, 불이 켜지고, 책 안에서 목소리들이 흘러나옵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솟아오르고 굴뚝은 연기를 내뿜기 시작하지요. 계단과 사다리가 나타나고 책장은 거대한 도시로 변합니다.’ 요리책 《모과류》 속에 살고 있는 피터네 가족은 엄마 아빠와 루시와 고양이 브라이언입니다.

피터는 지금 2년째 밤마다 브라이언과 함께 집을 빠져나갑니다. 《영원히 사는 법》을 찾아 책으로 이루어진 도시 곳곳을 헤매어 돌아다녀요. 《금지된 책들이 꽂혀 있는 지하실 비밀 책장에서부터》 《잃어버린 도시들의 거리 안내서》까지 온갖 책 속을 헤매는 피터는 빨간 점처럼 보입니다. 원근법과 비례법을 뛰어넘어 사물과 건물을 마음껏 조합하고 투시하고 묘사하는 콜린 톰슨 특유의 현란한 판타지 세계는, 마침내 피터가 ‘영원히 사는 법’을 가진 네 노인을 만나 따라가면서 고즈넉한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피터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들 네 노인이 이 책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늙었을까? 피터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효과가 없나보지요?”

노인 중 한 명이 대답했습니다.

“아니지, 책은 진짜란다.”

“그렇다면, 왜…?”

“왜 우리가 이렇게 늙었느냐고?”

“네.”

“따라오너라. 보여줄 게 있단다.”

서가에 꽂힌 책 건물들이 이 장면에서는 처음으로 눕혀 펼쳐지고, 책 건물과 책 건물 사이로 헤매어 다니던 피터와 브라이언은 네 노인을 따라 처음으로 책 속 깊숙이 들어간 참입니다. 그래서 막 들어간 듯이 열린 문만 보이고, 피터와 브라이언을 비롯해 네 노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곳곳에 거대하게 부풀리거나 축소시킨 동물들, 펼쳐진 책 속의 구획 경계와 가장자리의 새와 곤충들이 풍경에 생기를 부여하고 있고요. 마치 독자가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려내는 세계처럼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 그러나 틀림없이 뚜렷한 지향과 방향과 사유하고 성찰하는 깊이가 빚어내는 층계가 존재하는 세계 말이지요. 다음 장면에서 피터는 그전과 전혀 다른 세계를 걷습니다.

《영원히 사는 법》을 숨긴 아이를 만나서 그 책을 절대로 읽어선 안 된다는 충고를 듣지요. 피터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이 그림책은 그 자체가 도서관입니다. 책 건물에 표기된 제목들은 우리가 알 만한 고전 명작과 흥미로운 책 제목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것으로, 뒷면지에 원래 책 제목을 실어 원전을 확인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콜린 톰슨은 심한 우울증을 치유하기 위해 스물다섯 살까지 농사일을 하며 지내다 50세부터 그림책을 쓰고 그려서 지금껏 50여 권에 이르는 책을 냈습니다. 시드니의 한 초등학교로 강연을 떠났다가 자기를 초청한 담당 교사와 결혼해 지금껏 호주에서 살고 있지요. 콜린 톰슨은 ‘영원히 사는 법’이 곧 ‘영원히 사랑하는 법’이라는 걸 알아챈 거지요.

《영원히 사는 법》
글·그림 콜린 톰슨 / 옮김 이지원
논장
  • 201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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