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소란’

우리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노래하며 공감을 얻고 싶어요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리코타치즈샐러드, 쉬림프파스타, 알리오올리오, 버터갈릭브레드, 에그베네딕트.” 레스토랑의 메뉴 같지만 밴드 ‘소란’의 2집 타이틀곡인 ‘리코타치즈샐러드’에 나오는 가사다. 삼겹살·설렁탕·삼계탕처럼 토속적인 음식을 즐겨 먹던 한 남자가 연애를 하면서 리코타치즈샐러드, 파스타같이 여자가 좋아하는 음식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위트 있게 그려낸 노래다. 이렇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리는 가사에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어우러지고, 퓨전재즈를 방불케 하는 연주가 곁들여지면서 음악 곳곳에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배어난다.

사진제공 : 레이블 해피로봇
왼쪽부터 이태욱·서면호·고영배·편유일.
각종 페스티벌과 콘서트, TV, 라디오에서 소탈한 매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밴드 ‘소란’의 멤버 고영배(보컬), 이태욱(기타), 편유일(드럼), 서면호(베이스)씨를 잠원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타이틀곡인 ‘리코타치즈샐러드’에 나오는 음식 이름만 스무 가지가 넘는다. 달콤한 멜로디에 재미있는 가사를 얹었는데, 이들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제 경험을 가지고 만든 곡입니다. 지금의 아내와 데이트할 때 리코타치즈샐러드를 처음 먹어봤는데, ‘연애를 하지 않으면 이런 음식을 먹기 힘들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친구가 없다면 경험하기 어려운 음식들을 나열하다 보니 연애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자신을 발견해가는 이야기를 가사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고영배)


“노래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남자들이 연애를 해야 맛보는 것들이에요. 전 녹음을 마치기 전까지도 리코타치즈샐러드를 먹어보지 못했어요(웃음).”(서면호)

실제로 설렁탕을 좋아하던 밴드 ‘소란’의 멤버들은 리코타치즈샐러드를 먹어본 후 그 맛에 빠졌고,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냈다.

“특별한 경험이나 거창한 것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법한 일이나 그 속에 스치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다른 수록곡 역시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평소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냈고요.”


특히 화제가 되었던 1집의 수록곡 ‘살 빼지 마요’는 치킨을 먹던 중 악상이 떠올라 쓴 곡이다.

처음에 SNS를 통해 공개했다가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조금 더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내 눈에는 완벽해 보이니 빼빼 마른 몸매를 강요하는 요즘 세태를 좇아 살을 빼지는 말라는 가사로 뭇 여성의 공감을 자아냈다.

“치킨을 먹기 전 고민하는 여자를 생각하며 ‘안 돼, 계속 그렇게 참으면 내 맘이 아프잖아. 엄마랑 동생이 널 말린다 해도 신경 쓰지 말아요. 오늘 밤엔 다 잊어줘요, 두 볼에 토실토실 살이 좀 있는 모습이 더 귀여워’라는 가사를 넣었죠. 여성 취향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남성들에게 연애지침서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가사였어요. 여자친구와 함께 콘서트를 찾았다 팬이 된 남성도 적지 않아요(웃음).”(편유일)


‘소란’ 이란 팀 이름만 보면 뭔가 소란스럽고 거친 기타 리프와 강렬한 드럼 비트가 연상되지만, 이들의 음악은 따끈한 핫초코처럼 달달하다.

앨범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 것은 단내를 뿜어내는 가사다. ‘작은 청혼’의 “저녁엔 같은 집에 퇴근하고 둘이 잠들고 싶어”, ‘유후(YouWho)’의 “널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 모든 게 완벽해 내겐”, ‘유어 러브(Your Love)’의 “아무것도 아닌 날 네가 가치 있게 해”처럼 명확한 노림수를 가진 생활밀착형 가사들은 여심을 부드럽게 파고든다. 듣기에 편안하고 가벼운 듯하지만 쉽게 질리지 않는 사운드도 매력적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하다 보니 섬세한 연주가 필요해 녹음 과정이 쉽진 않았어요. 앨범 전체를 몇 차례 반복해 들으면 스트리밍으로 몇 곡을 선택해 들을 때와는 달리 곳곳에 숨겨놓은 음악적 장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이태욱)


특히 시원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구름의 그림자 위에’와 역동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정교한 연주를 들려주는 ‘프린스’란 곡은 ‘소란’이 가벼운 팝의 범주에 놓여 있지 않음을 나타낸다. ‘다른 시작’이란 곡은 화려한 스트링이 곡의 웅장함을 더하면서 지금까지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소란’의 새로운 시도가 담겨 있다. 홍대 인디신에서 단시간에 대중성을 얻은 밴드 ‘소란’의 행보에서 차별화되는 건 단연 두드러진 공연 활동이다. 이들의 공연에는 언제나 확실한 테마가 있고, 라디오에서 쌓아온 입담이 더해진다. 그들의 콘서트는 티켓박스 오픈 3분 만에 매진되는 것으로 그 진가를 증명해왔다.

19금 콘서트, 영화의 재구성, 예능 따라잡기, 연말 시상식 등 다양한 콘셉트에 이어 지난 3월 단독 콘서트 <퍼펙트데이>에서는 또 다른 재미를 추가했다. 콘서트를 조금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팁을 넣어 ‘주보’를 만들었다. 공연 순서 하나하나에 어깨춤, 애틋한 눈빛, 감정 절제, 아쉬움 등 맞춤식 감정 표현을 하도록 써놓았다. 도저히 못 견뎌 자발적 스탠딩, 기타 전주 부분에 절규와 오열하기 , 멤버와 눈 마주치면 윙크 등의 위트 넘치는 주문을 해놓았다. <퍼펙트데이>라는 콘서트의 테마처럼 팬들에게 완벽한 하루를 선사하겠다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콘서트가 끝난 후 추첨을 통해 관객 한 명에게 ‘소란’ 멤버 중 한 명이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는 페펙트 딜리버리 이벤트를 마련한 것.

“완벽한 하루를 선사해드리고 싶었던 만큼, 콘서트가 끝난 후 멀리서 오신 분이라면 편히 가서 좋고, 저희들은 팬들에게 퍼펙트데이를 선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소란은 2009년, 팀의 리더인 고영배를 주축으로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 모여 밴드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EP앨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싱글,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 소소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낸 가사에 신선한 시도를 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무대로 관심을 모았다. 6월에 있을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각종 공연과 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페스티벌에서 이들은 관객을 일으켜 춤추게 하는 등 뛰어난 장악력으로 섭외 1순위로 꼽혀왔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공감이에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이태욱)

“한 장르에 치중하기보다 밴드 ‘소란’만이 잘할 수 있는 음악, 또 어울리는 음악들을 찾아서 다양하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편안하고 친근한 음악을 하는 것이 가장 ‘소란’스러운 음악인 것 같아요.”(편유일)

“소란의 최대 강점은 대중과 소통하는 공연이에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믿고 듣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고영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전국 투어 공연을 한 뒤 일본・미국 등지에서도 공연할 날을 꿈꿔봅니다.”(서면호)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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