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인터미션]
뮤지컬을 보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가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은 ‘비싼 예술’이다. 오죽하면 ‘덕후 중의 갑(甲)은 뮤덕(뮤지컬 덕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일까. 공연 한 편에 적어도 십만원은 써야 하고, 특정 배우에게 꽂혀 ‘입덕(덕후의 길에 입문한다는 뜻)’이라도 하는 날엔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티켓 값을 감당해야 하니 이건 뭐, 비싸도 너무 비싸다. (실제로 뮤덕들은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하는 공연을 마르고 닳도록 본다. 오케스트라 피트석에 앉아 내 배우의 땀방울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기도 하고, 위에서 내려다본 그의 모습이 궁금할 땐 3층 좌석을 예매한다. 1층 중앙에 앉아 그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기본이다.)

기자 역시 흔한 뮤덕 중 하나였다. 특정 배우의 팬은 아니지만, 한때는 온라인 예매사이트에 구입한 티켓이 쌓이는 것을 기쁨으로 여겼고, 각종 할인이 되는 유료 회원에 이중, 삼중으로 가입할 정도였다. 돈이 남아도느냐고? 그러면 정말 (명품백도 사고)좋겠다만 기자는 이제 겨우 사회생활 4년 차인 꼬꼬마다. 없는 돈을 쪼개고, 쪼갠 걸 또 쪼개 떨리는 손으로 티켓을 샀다는 얘기다. 왜냐? 뮤지컬만이 줄 수 있는 감흥과 전율, 그게 좋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다. 노래와 춤, 연기가 한 곳에 녹아 있다.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터뜨리며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 그 노래를 살아있게 만드는 춤, 그리고 노래와 춤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칼날 같은 메시지를 담은 대사까지. 뮤지컬은 이 모든 요소의 매력을 한 곳에 버무려 놓은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홍광호의 ‘둘시네아’와 윤형렬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들으며 모든 감정의 찌꺼기를 씻어내렸던 순간의 감동을 아직 잊지 못한다. 물론 남자 배우 노래에만 감동받는 건 아니다.)

기자는 앞으로 이 코너를 통해 뮤지컬을 좋아하는, 혹은 좋아하게 될 사람들과 뮤지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그것은 리뷰가 될 수도 있겠고, 작품과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고, 뮤지컬에 관한 잡다한 정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코너에서만큼은 기자이기보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 남을 생각이다. 한 마디로 여기에 실릴 글들이 때로는 주관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심지어 편파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차피 객관적이려 해도 객관적일 수 없을 테니.) 코너의 이름인 인터미션은 공연 중간의 휴식 시간을 뜻한다. 뮤지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깐 쉬어가자는 뜻에서 이렇게 정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뮤지컬을 보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가지-

1. 유명한 작품부터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첫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다. 당신이 뮤지컬 덕후가 되느냐 아니냐는 처음 어떤 작품을 감상했느냐에 달려 있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면 ‘잘 알려져서 별로 실망할 것이 없는’ 작품을 골라야 한다. 유명한 작품은 유명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내 경우 미국식 유머 코드가 낭자한 뮤지컬을 첫 작품으로 접했고, 이후 한동안 뮤지컬을 멀리해야 했다.) 유명 뮤지컬을 몇 편 본 후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나면, 그때 입맛에 맞는 작품을 찾아가며 보면 된다.

2. 연기보다는 노래다
연기가 좀 부족해도 노래가 되는 배우를 골라라. 뮤지컬에서 춤과 노래의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극중 인물은 자신의 감정이 극에 달할 때 노래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극 전체로 봐도 그렇다. 가장 인상적인 넘버는 극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노래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연기는 어느 정도 포기가 가능하다. (아니, 포기해야만 한다. 뮤지컬 배우에게 송강호급 연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 의미의 연기와 뮤지컬 연기는 다르다. 몸짓 하나, 손짓 하나는 물론 순간의 눈 깜박임마저도 신경 써야 하는 방송·영화 연기와 3층에 있는 관객에게까지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는 뮤지컬 연기가 같을 리 없다. 그러니 하나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면, 과감하게 연기를 포기하라. (고음에서 힘겨워하는 배우를 보며 덩달아 긴장하는 느낌이란.)

3. 오리지널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라이선스 공연을 얕잡아보는 관객이 많다. 그러나 국내 라이선스 공연의 퀄리티는 결코 오리지널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대학 수업에서는 연극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도 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오리지널 버전과 라이선스 버전을 모두 관람하게 한 후, 평가기준에 근거해 어떤 작품이 더 훌륭한지를 고르게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다수 학생이 라이선스 공연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유는 ‘연기’였다. 오리지널 버전 배우들의 연기력이 국내 배우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던 것. (그도 그럴 것이, 라이선스 버전의 주인공은 ‘조지킬’ 조승우였다.) 물론 해당 학생들은 뮤지컬 전문가가 아니기에 저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할 수 없을뿐더러, 학생들의 생각에 대중이 동의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라이선스 버전의 주인공이 국민배우 조승우였다는 사실도 선택에 큰 변수가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자가 말하고 싶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리지널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4. 작품만큼 중요한 것이 공연장
앞자리에 앉은 사람 때문에 시야 방해를 경험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두 장에 30만원 하는 푯값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러 갔는데 앞사람이 시종일관 머리로 무대를 가린다면. 혹은 등받이에서 10cm가량 떨어져 앉은 채로 공연을 관람한다면...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리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순간, 집중도는 떨어지고 감동은 저 멀리 도망하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비슷한 일이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난다는 데 있다.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연 전 포털사이트 후기를 통해 시야 방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좌석을 찾아야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뮤덕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공연장에 따라 ‘명당’도 다르다. 공연에 지불할 수 있는 최대 비용(willingness to pay)을 정했다면, 그 안에서 어느 블록, 어느 열의 뷰가 가장 좋은지 꼼꼼히 따져보자.


짤막한 공연장 한 줄 평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뛰어난 부대시설. 1층이 진리.
샤롯데씨어터 시야 방해는 없다. 음향 방해는 있다.
디큐브아트센터 가까워진 무대와 객석. 장내가 좁다.
충무아트홀 대극장 앞사람 머리 크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층은 피하시길. 무대가 너무 멀다.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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