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인터미션]
뮤지컬 〈고스트〉 리뷰

솔직히 말해서 〈고스트〉의 음악은 별로다. 극장을 나와서도 흥얼거릴 만한 넘버가 없고, 주제곡인 ‘Unchained Melody’도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배우들 연기도 아쉽다. 여주인공 타이틀을 달기에 아이비의 연기는 많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 추천할 만하다. 한 마디로 스토리와 무대 미술의 승리다.

소설이 영화가 되면서, 만화가 영화가 되면서, 혹은 영화가 뮤지컬이 되면서 스토리 자체의 탄력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봤다. 하지만 영화 〈사랑과 영혼〉을 무대로 옮겨온 뮤지컬 〈고스트〉는 완급 조절에 성공했다. 처지지도 않고, 급하게 진행되지도 않는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얼렁뚱땅 넘겨버리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길게 늘여 관객을 졸리게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덕분에 후반부에 나오는 ‘오다메’의 솔로곡이 유난히 길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영화 〈사랑과 영혼〉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명화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영혼〉은 국내에서도 168만이라는, 당시로써는 깜짝 놀랄 만한 수의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받았다.) 죽어서도 연인의 곁에 있고 싶고, 영혼의 몸으로라도 연인을 지키고 싶은 주인공의 애타는 마음이 시종일관 관객을 울린다.

무대 미술은 별 다섯 개를 주어도 모자라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술 효과를 담당한 폴 키에브가 특수효과를 맡았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언어로 옮길 수 없는 마술 같은 장면들이 정신없이 등장한다. 〈고스트〉가 ‘매직컬’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대를 메운 700개의 LED 판이 만들어내는 영상은 관객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장면, 샘이 지하철에서 다른 영혼과 싸우는 장면, 몰리를 지켜낸 샘이 이승을 떠나는 장면 등은 놓쳐선 안 될 장면 중 하나다.


뮤지컬에선 장면 전환을 할 때 스크린을 자주 사용한다. 바다, 사막 등 재현하기 힘든 극의 배경을 스크린에 쏜 이미지로 갈음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관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기자는 이런 말해주기(telling)식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공연이라면 인물의 대사나 행동, 소품을 통해 배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어야(showing) 한다. 영상을 볼 거라면 영화를 보지, 비싼 돈을 주고 왜 공연을 보겠는가. 그러나 고스트에 활용되는 모든 영상 기법들은 이런 말해주기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인물을 돋보이게 하고, 작품과 유기적으로 호흡한다. 이것만으로도 〈고스트〉는 무대 미술에 한 획을 그은 셈이다.

기자가 〈고스트〉를 관람한 날, 공연장을 나서던 한 중년 관객이 일행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 뮤지컬 많이 발전했다. 예전엔 이런 무대 기술 없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정도 무대를 보여주는 뮤지컬은 현재도 거의 없다.

한 줄 평
단언컨대 21세기 최고의 무대미술 ★★★★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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