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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시〉에서 체육교사가 된 장혁

사랑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배우 장혁이 영화 〈가시〉로 돌아왔다. 〈가시〉는 서스펜스 멜로라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로, 고교 체육교사와 그를 짝사랑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장혁을 만나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시〉는 개봉 전부터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신예 조보아와 대세 장혁의 만남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고, 장혁이 〈화산고〉 이후 13년 만에 김태균 감독과 재회했다는 사실도 이슈가 됐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 가장 크게 쏠린 곳은 역시 영화의 ‘소재’였다. 교사와 학생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는 자칫 식상한 듯하면서도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여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기 교사 준기(장혁 분)는 제자인 영은(조보아 분)의 당돌한 고백에 설렘을 느낀다. 비 오는 날 오후, 준기는 우산 없이 비를 맞고 떨고 있는 영은이 안쓰러워 자신의 옷을 내준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영은은 준기를 향한 사랑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성을 되찾은 준기는 영은과 멀어지려 하지만 그녀의 집착은 그를 더욱 옥죄어오기 시작한다.

‘바른생활 사나이’ ‘젠틀맨’으로 통하는 장혁과 영화 속 준기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장혁은 작품 속 준기에게 십분 공감했다고 한다. 일상의 궤적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설레고 가슴 두근거리는 소년의 감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할 때는 언제나 설레죠. 꼭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제 경우 처음 촬영 현장에 갔을 때, 이전에는 몰랐던 사람들과 조우할 때는 항상 설렙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게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으로 설정됐을 뿐이죠.”

그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연출의 이유를 밝힌 김태균 감독에게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준기는 분명 영은에게 가슴 두근거림을 느꼈지만 선택을 못 하고 갈등해요. 자칫 잘못하면 가정이 깨질 것 같은 불안감에 비겁한 모습까지 보이죠. 이 감정이 사랑인가 아닌가에 대해 자신조차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요.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고, 다만 한번쯤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지나고 나서도 가슴에 그 느낌이 남았다면 그게 사랑이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영화 속 상황이 실제로 닥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장혁은 “준기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가족이 없었다면 저는 일도 벗어던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만큼 가족이 중요하다는 거죠. 물론 결혼했다고 설렘을 안 느끼는 건 아니에요, 로봇은 아니니까요. 지나가다가도, 이야기를 하다가도 한순간 가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걸 어떻게 컨트롤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장혁은 소문난 애처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운동, DVD 시청 외에 또 다른 취미는 아이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가족을 끔찍이 챙긴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아내의 눈치(?)를 보진 않았을지 궁금했다.

“그렇지는 않았어요. 아내도 무용수로 무대에 오래 섰던 친구고, 연기는 연기로만 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죠. 베드신이 있지만 그 역시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감정신 중 하나일 뿐이에요. 간혹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이 들릴 때가 있어요. ‘자, 드라마 찍었으니 이제 액션 찍읍시다’라고요. 참 아쉬워요. 액션신도, 베드신도 크게 보면 드라마잖아요. 액션신에서 감정이 빠지면 그건 그냥 스타일만 좋은 액션영화로 그칠 뿐이에요. 베드신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정사는 아내의 오해에서 비롯된 상상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상상하는 준기의 모습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 배우가 된 장혁은 어느덧 데뷔 18년차를 맞았다.

“주변에 여러 가지 직업군이 있잖아요. 그런데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그 직업에 대해 알 수 없어요. 그 사람이 되어 경험을 해봐야만 알 수 있죠. 배우로 일하면서는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면서 조금씩 사회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지금껏 장혁은 형사(드라마 〈아이리스2〈), 구조대원(영화 〈감기〈), 심지어 추노꾼(드라마 〈추노〈)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가 역할을, 나아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할 수밖에 없는 것 세 가지 중 하나예요. 확실한 것 하나는 해서는 안 되는 작품은 없다는 거죠. 〈가시〈는 하고 싶기도 했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독님한테 설득당했거든요(웃음).”


13년 만에 다시 만난 김태균 감독과 장혁은 이전보다 뛰어난 호흡을 자랑했다. 김태균 감독은 “장혁이 13년 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다. 과거의 장혁이 패기 넘치는 열혈청년이었다면, 지금의 장혁은 섬세한 심리까지 헤아릴 줄 아는 성숙한 연기자다. 장혁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차이는 13년 전에는 감독님과 대화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한다는 거예요. 제가 성장해서라기보다는 감독님이 저를 받아주시기 때문이겠죠. 제가 배우로서 감독님께 무언가를 얘기하고, 감독님이 그걸 들어주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소중해요.”

20년 가까이 연기자로 살아온 장혁이지만, 그의 열정은 여전히 끓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복싱을 할 때 3분을 뛰고 30초를 쉬거든요. 2분 30초가 되면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와요. 3분이 되기까지의 30초가 마치 영원 같죠. ‘땡’ 소리가 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곧바로 다음 라운드를 뛰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생겨요. 데뷔해서 지금까지는 바로 그 ‘쉬는 30초’였던 것 같아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달려왔거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 자리에 서려고 하는 배우는 정말 많아요.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하는 건 그다음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내가 이 자리에 서면 다른 배우가 설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어요.”
  • 201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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