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김우형

〈고스트〉는 이제껏 본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뮤지컬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뮤지컬 〈고스트〉가 공연 100회차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고스트〉는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탄탄한 스토리와 마술 같은 무대미술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고스트〉의 주연배우 김우형을 만났다. 김우형은 남자주인공 ‘샘 위트’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고스트〉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고 하자 그가 상기된 얼굴로 맞장구를 쳤다. “그렇죠? 제가 지금껏 본 것 중 제일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요(웃음).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본 게 초등학교 때였는데 아직도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호응이 굉장했고요. 전 이 작품, 잘될 줄 알았어요.”

〈고스트〉는 최첨단 LED 장치를 동원한 ‘매직컬(매직+뮤지컬)’로 불린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술 효과를 담당한 폴 키에브가 특수 효과를 맡았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언어로 옮길 수 없는, 마술 같은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장면, 샘이 지하철에서 다른 영혼과 싸우는 장면, 몰리를 지켜낸 샘이 이승을 떠나는 장면 등은 놓쳐선 안 될 것들이다.


“무대가 어떻게 구현될지 연습을 하면서도 항상 궁금했어요. 도대체 감이 오질 않더라고요. 한 달 동안 무대 리허설을 했는데, 깜짝 놀랐죠. 그동안 LED를 이용한 뮤지컬이 꽤 있었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한 건 처음이에요. 무대미술의 정점을 찍었죠.”

〈고스트〉 출연 배우들이 무대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 아내(뮤지컬배우 김선영)에게도 함구하고 있다”며 웃었다. 〈고스트〉는 첨단 무대를 자랑하는 21세기형 뮤지컬이지만,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고전적이다.

극중 샘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지는 인물이다. 영혼이 되어서라도 그녀를 지키고 싶어 곁에 머물지만, 그녀는 그를 느끼지 못한다. 극한의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김우형은 어떻게 배역에 몰입하고 있을까. “사랑했던 기억들의 끝자락을 끄집어내요. 아내를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에 만났던 사람을 떠올리기도 하죠. 그런데 경험에 천착하면 오히려 힘들더라고요. 그럴 땐 상황 자체에 집중해요. 상대 배우들이 잘해주고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아요. 아이비씨나 박지연씨 모두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죠.”

김우형은 올해로 데뷔 10년차다. 그간 그는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그리스〉 등 유명 작품의 주연을 맡아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를 선보여왔다. 〈아이다〉의 ‘라다메스’를 맡았을 때는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그에게도 배우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고비고비들이 있어요. 경력은 쌓이는데 나는 오히려 작아지는 느낌? ‘내가 이 정도밖에 못 하는구나. 더 잘하고 싶은데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거예요. 이게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죠. 저는 지금도 두렵고 매 순간이 새로워요.”

김우형에게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그만의 원칙이 있다. ‘오늘이 첫 공연이다’라고 생각하고, 매일 같은 퀄리티의 공연을 해내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공연을 하면 배우들이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기도 해요. 늘 하는 걸 계속하다보니 재미가 없어지고, 그러다보면 극에 변화를 주고 싶어지거든요.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 작품의 색깔이 변해요. 한 사람이 애드리브를 하면 상대 배우가 그걸 받아쳐야 하고, 그러다보면 극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든요. 물론 그런 것들이 때로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기도 하죠. 하지만 공연은 ‘변화’하는 게 아니라 ‘진화’해야 해요. 연출과 배우가 최종적으로 합의한 상태의 완벽한 공연을 ‘유지·관리’하는 거죠. 그래서 체력 관리도 열심히 해요.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공연장에 오는 분들께 늘 최상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영화배우를 꿈꾸던 그가 처음 뮤지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보면서였다. 조승우가 무대에 선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 ‘저건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꼭 2년 후, 그는 바라던 무대에 당당하게 섰다.

“운이 좋았죠. 생짜 신인이 주인공을 맡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저 나름대로는 준비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대학 때는 음반도 내려고 했으니까요. 음악적 감수성이 없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거예요. 대학 졸업 즈음에는 움직임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어요. 재즈, 한국무용, 탭댄스 같은 걸 닥치는 대로 배웠죠. 제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몸치였는데 그때 배운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무대에 처음 올라가면 걷는 것, 심지어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거든요. 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시선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하죠.”

배우가 자기 몸을 관리하는 것을 일종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운동은 취미이자 특기다. 김우형은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긴다. 틈틈이 유산소운동도 한다. 키가 크고 타고난 골격이 좋아 조금만 방심해도 몸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 덩치가 남달라요. 배우로서는 스트레스죠. 무대에 서 있으면 저만 보인대요. 오죽하면 〈미스사이공〉을 할 때도 연출이 저를 가리키면서 ‘미군은 쟤 하나’라고 했겠어요(웃음). 다이어트는 365일 하고 있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아요. 너무 안 먹으면 공연에 지장이 있으니까요.”

10년간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면서 그는 두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작품 제의가 끊이지 않다보니 자연히 휴식 시간도 없었다. 그는 이런 지금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앞으로도 배우 일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하고요. 쉽지 않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 201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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