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카페이자 전시-공연장 만든
아티스트 남매 백인교・백인후

예술이 별건가요? 우리 일상에서 찾아보세요

글 : 이선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유행을 선도하는 옷과 가방・구두・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들이 줄줄이 들어선 신사동 가로수길. 여기에 예술氏가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4-2에 자리 잡고 있는 ‘아트씨컴퍼니(ART.C COMPANY)’. 1980년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카페이면서도 카페 같지 않은 독특한 공간이 나타난다. 빈티지풍 의자와 테이블・샹들리에가 제각각 개성을 드러내고 있고, 군데군데 예술작품과 공예품, 옛 물건들이 섞여 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가구와 작품들이 어우러져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간에 놓인 자그마한 LP플레이어가 옛 LP 음반의 소리를 들려줄 때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예술가의 살롱에라도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메뉴도 독특하다. 핫초코에 우유거품을 얹고 그 위에 캔디가루를 뿌린 ‘매직코코아’, 구운 마시멜로를 얹은 코코아까지. 여름이면 시원한 비타민에이드가 인기다.

블로거들 사이에서 가로수길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이곳은 그러나 카페만이 아니다. 벽면과 야외공간을 이용해 전시를 하고, 때때로 공연이 열리고, 봄가을이면 벼룩시장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13년 12월 31일 저녁 10시, 이곳에서는 ‘가로수길 마지막 날 뮤직 페스티벌’이 열렸다. 허그앤키스・박소윤・벨로체・소울브리드의 공연이 이어진 이 페스티벌의 입장료는 1만원. 수익금 전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2011년부터 매년 마지막 날에 연 이 페스티벌은 가로수길 상공인들의 축제로, 그들 사이에 기부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도 있다. 카페 옆에는 자그마한 전시공간이 따로 있다. 카페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란 의미에서 아틀리에, 전시공간은 불쑥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팝업갤러리라 명명했다.


아트씨컴퍼니를 만든 이는 홍익대 미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누나와 남동생 백인교・백인후씨다.

누나 백인교씨는 홍익대 미대에서 도예와 유리공예를 공부하고 크랜브룩 아카데미에서 석사를 마친 후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치작가다. 백인후씨는 홍익대에서 조소와 디자인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순수미술인 조소가 자신만의 세계에 천착한다면 디자인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기에 양쪽을 겸하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 휴학하고 아트씨컴퍼니 CEO로 활동하고 있다. 누나 백인교씨는 디렉터. 이들은 왜 가로수길에 아트氏를 데려왔을까?

“예술이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 일상 공간, 생활에서 충분히 예술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었죠. 전시나 공연 기회가 부족해 관람객이나 관객을 만날 수 없었던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무대를 주고, 사람들에게는 차를 마시다 문득 예술적인 분위기를 접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모두 예술의 길을 가고 있는데, 아티스트로서 작업을 계속하려면 자립할 수 있는 생활기반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백인교씨는 전시에 참여할 때마다 사람들이 선뜻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만만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세리학원과 세리유치원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남매의 꿈을 위해 세리유치원 옛 건물 중 일부를 내주셨다(남매는 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곳은 남매가 유치원 시절 예술적 감성의 기초를 쌓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어린아이들이 배우고 놀던 공간을 이들은 그들만의 감각으로 바꾸어놓았다. 집에서 차 마시는 탁자로 쓰던 떡판을 가져오고, 어린 시절부터, 혹은 유학시절에 틈틈이 모은 물건들, 두 사람의 작품을 진열해 독특하면서도 친구 집에 놀러온 듯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메뉴개발은 주로 백인후씨가 맡아 하는데, 여기에서도 이들은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즐긴다. 이것과 저것을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고, 맛뿐 아니라 색깔도 디자인한다. 친구들을 불러 시음회를 가진 후 그들의 의견을 참고해 새로운 메뉴로 출시한다고 말한다.


옆에 있는 팝업갤러리에 들어갔더니 작은 사이즈의 그림과 판화・공예품・액세서리・가방・머그컵・열쇠고리 등이 진열되어 있다. 그림을 그리든 액세서리를 만들든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한 번 1주일씩 이 공간을 빌려주면서 판매대행을 하기도 한다. 가격이 10만원 안팎이라 작품구매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사람도 접근가능하게 만들었다. 아트씨컴퍼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가방이나 휴대폰케이스・안경집・우산・모자・티셔츠・스카프・컵 등 생활용품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2월 7~20일 팝업갤러리에서는 〈HELLO 2.0.1.4>란 전시가 열린다. 시나 에세이, 새해 다짐을 담은 글 등을 적은 타이포그래피나 캘리그래피・일러스트・사진・그림・그래픽디자인・콜라주 등 총 50점을 전시하면서 또다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깬다. 이곳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싶은 모든 ‘크리에이터’들의 신청을 받아 참가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봄가을에는 벼룩시장을 여는데, 이때도 작가든 작가가 아니든 ‘크리에이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림・판화・사진・드로잉・옷・그릇・수제 노트・액세서리・리본공예・플라워디자인・봉제인형 등 갖가지 물건들이 나온다. “대학에서 전공은 했지만 생활에 묻혀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없는 사람, 취미로 시작했다 푹 빠져든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자신의 창작품을 선보일 기회입니다.”


이들은 젊은 작가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다리역할도 한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작가들을 공모, 2013년에는 밀라노・스톡홀름・암스테르담에서 열린 AAF,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열린 ‘le SM’ART’, 그리고 아트 모나코 등 각종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백인교씨가 전속작가로 있는 유럽 갤러리와 함께 참여작가를 선정한다고 한다.

“AAF의 경우 작품 가격을 5000유로 이하로 제한해 ‘구매 가능한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를 표방합니다. 밀라노・스톡홀름・암스테르담 등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데 신진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일반인도 부담 없이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지요. 저희 작가들도 외국인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시장에 대한 견문을 넓힐 기회도 되었고요.”

아트씨컴퍼니는 정직원이든 시간제 아르바이트든 모든 스태프가 예술을 전공했다. 매니저는 건축 전공자고, 갤러리 큐레이터는 사진 전공, 서빙하는 스태프도 미술・패션디자인・음악 전공자들이다. 이게 아트씨컴퍼니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해 예술가 지망생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스태프들의 작품만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정리해서 보여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고, 아틀리에에 진열할까 합니다. 비디오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예술가 남매는 다른 젊은 작가들과 함께 개척해나갈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 201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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