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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쉬고 있는 동안…

이번 호는 작가의 사정으로 한 달 쉽니다.

맞습니다. 별 사정이 없다는 사정으로 벌써 한 달째 쉬고 있습니다. 몇 개의 작품을 연달아 끝마치고 여유롭게 홍콩에 갔던 게 벌써 한 달 전. 아직도 여유롭게 분당 야탑동의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무슨 국회의원 선거에라도 나가는 양,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웃음을 팔고 붕어빵을 얻어먹으며 삶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갓 정년퇴임한 중년의 사내처럼 집에서 먹고 자고 TV 보고 먹고 자고 하다보니 갓 정년퇴임한 중년의 아버지가 자기도 그렇게는 안 산다며 타박을 하십니다. 그냥 홍콩 야시장에서 옷장사나 하면서 눌러앉지 뭐하러 한국에는 왔냐고 하십니다. … 그 옷장사하는 놈들한테 사기당해서 돈이 없어 한국에 돌아왔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그냥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달 카드 고지서는 꼭 내가 인터셉트하겠어!

1년 정도 됐나봅니다. 〈들개〉라는 독립영화를 촬영하고, 〈키사라기 미키짱〉이라는 공연을 올리고, 〈전설의 주먹〉 홍보에 이어 〈태양을 향해 쏴라〉 〈피 끓는 청춘〉 〈유령 3D〉라는 작품을 연달아 마치니 1년이 지나 있더군요.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1년이 지나버렸네요. 아빌리빈유 아빌리빈여만 벌써 1년이 지났네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의지하고 혼나고 싸우고 별짓 다하면서 조금은 성장했다는 걸 느낍니다. 아프면서 성장하는 유형의 인간이라 그런지 사실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합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놈한테 뭔가 또 한 가지를 앗아가버리면서 그렇게까지 성장시키고 싶냐. 이놈의 세상아’ 하며 소리치며 울다가 성남시청 앞 공원에서 잠들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얼굴에 그늘이 반쯤 걸쳐 얼굴이 반만 타버린 건 함정. 내 피부의 절반과 ‘앞으로는 공원에서 잠들지 말아야지, 혹은 앞으로 공원에서 잠들 땐 꼭 선크림을 발라야지’ 하는 교훈을 바꿔 또 성장했어요. 나는 성장쟁이. 이놈의 성장판은 언제 닫히려는지.

뭐 아무튼 그렇게 그렇게 어느새 한 달의 휴식을 얻었습니다. 이게 부디 1년이 아니길 바라지만 뭐 이렇게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유 부리는 것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홍콩에 란콰이펑이라는 유흥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 느낌의 번화가입니다. 밤이면 홍콩사람, 중국사람, 유럽사람, 그리고 각국의 관광객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대부분이 펍이나 바 혹은 클럽인데 시끄러운 음악들이 섞여 나옵니다. 개중에는 싸이의 ‘젠틀맨’,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같은 한국 노래도 들립니다. 그곳에서 1년 동안 케케묵은 체증과 짜증을 다 풀어버리고 왔습니다. 돈도 적당히 흥청망청 쓰고 술도 마시고 친구도 사귀고 하면서 말이죠.

“헤이, 웨어아유후롬.” “오우, 아임프롬프랑스, 앤유?” “오, 아임코리안. 지드래곤스 네이션! 지드래곤 이스 마이 후렌! 왓쭐넴?” “아임 오뜨맨! 앤유?” “오뜨맨? 와우 스페셜 네임! 아임 죵민! 나이스미쭈!” “미투! 디스이스마이 후렌!” “와우! 뷰리풀! 웨어아유후롬!”

“한국사람이에요.”



“지드래곤은 거짓말입니다.” “알아요. 그럴 것 같아요. 뭐하시는 분이세요?” “배웁니다.” “뭐 배우시는데요?” “아니, 배우라고요.”

“아… 못 봤는데. 엑스트라?” “뭐 중요한가요. 들어가서 노시죠.” “어? 권오중?” “들어가라고.”

이제 이런 여유들을 뒤로하고 또 무언가를 해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의 작품에 나올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동료 몇몇과 작당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것을 찾고 보완하고 그다음에 또 누군가의 작품에서 내 능력을 보탤 수 있다면 그 또한 어떤 성장의 발판이 되겠지요. 날 믿고 써주는 사람들에게 나의 베스트를 보여주는 건 당연한 거고, 그 베스트가 이전의 베스트보다 베터(better)하게 만드는 건 매번 배우가 해내야 하는 숙제일 겁니다.

박정민은 영화 <전설의 주먹>으로 이름을 알린 신인 배우. 2011년 <파수꾼>으로 데뷔했다.
‘언희(言喜)’는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의 필명으로, 영화 현장, 배우, 그리고 연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낼 작정이다.
  •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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