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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면 - 겨울 숲을 만나다

글 : 이상희 

《부엉이와 보름달》
글 : 제인 욜런 / 그림 : 존 쉰헤르 / 옮김 : 박향주 / 시공주니어
어느 해 동해안을 따라 달리며 첫 일출을 보러 가던 일을 떠올리는 참입니다. 필시 우리와 같은 열망으로 나섰을 자동차들이 고속도로를 가득 채운 채 느릿느릿 흘러가던 광경은 정말이지 장관이었지요. 그중에서도 진풍경은 마침내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목적지에 이르지 못한 이들이 해안도로에 자동차를 내던지듯 세워둔 채 제설용 모래언덕으로 올라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원시 인간이 삼라만상에 경배하던 모습, 그리하여 그 자연에 일치되었던 삶을 보는 듯했지요. 그것이 또한 시시때때 우리가 바다며 숲을 그리워하는 이유이지 싶었습니다.

눈 덮인 숲 속 빈터 한쪽에 따뜻한 겨울옷을 입고 벙어리장갑을 낀 채 털모자며 줄무늬 목도리로 꽁꽁 감싼 아이가 서 있습니다. 당연히, 그 옆에는 두터운 점퍼를 입고 방한모자를 쓴 어른이 서 있고요(판타지 그림책이 아닌 경우, 대체로 온건한 그림책에서는 아이 혼자 외딴 곳에 두지 않습니다). 하얗게 빛나는 눈밭과 달리 주위는 빽빽이 우거진 나무와 나무 그림자가 컴컴합니다. 그사이 키 작은 전나무 두엇이 가지마다 눈이 그득한데, 이런 그림에 흔히 따르는 ‘눈이불을 덮고’ 있다는 표현 그대로 포근해 보입니다.

둘레의 우듬지도 보이지 않는 키 큰 어른 나무들이 어린 나무에게 일부러 덮어준 눈이불인 듯합니다. 그렇게 사방 나무들과 눈뿐인 숲 속 빈터로, 새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이 숲 속 빈터로, 두 사람은 막 들어서는 참인 듯합니다. 아이는 위를 올려다보고, 어른은 옆을 살피고 있습니다. 뭔가를 찾고 있는 걸까요? 그들처럼 독자도 이야기를 찾아서 하얀 눈밭에 조촐하게 뿌려진 문장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 순간 화면 맨 앞쪽 키 큰 나무에 몸을 가린 채 아이와 어른을 지켜보고 있는 동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귀를 쫑긋 세운 노루입니다.


“이윽고 우리는
컴컴한 숲 속 하얀 빈터에 이르렀습니다.
보름달이 우리 머리 위로 높이 떠 있었습니다.
달빛은
빈터 한가운데로
고스란히 쏟아졌습니다.
달빛 아래서 눈은,
아침마다 먹는
우유보다 더 하얬습니다.”

아, 눈밭이 그토록 눈부시게 빛나는 이유는 달빛, 그것도 보름달빛 덕분이었습니다. 그 하얀 빛을 ‘아침마다 먹는 우유’와 견주었으니 이 이야기의 내레이터는 아이입니다. 이 그림책의 꼭 중간 지점인 이 장면을 넘기면, 아이가 그 추운 겨울 캄캄한 밤에 잠도 안 자고 이 숲 속 빈터로 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요. 눈치 빠른 독자는 제목에서 힌트를 얻었을 겁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한 그림책 가운데에서도 이 작품은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제인 욜런(Jane Yolen)의 흰눈처럼 순정한 산문시, 숲과 야생동물에 대해 각별한 사랑을 품은 존 쇤헤르의 달빛처럼 생생한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이 책 한 권으로 겨울 숲과 보름달빛과 부엉이의 자연을 만나게 해준 존 쇤헤르 (John Schoemherr)는 야생 동물과 자연을 잘 그리는 것으로 이름난 화가입니다. 이 그림책 《부엉이와 보름달(Owl Moon)》로 1988년 칼데콧상을 받았고, 글과 그림을 모두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 《베어(Bear)》 또한 자연과 야생을 훌륭하게 담고 있습니다.
  •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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