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4집 앨범으로 돌아온 감성 래퍼 키비

내 삶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하지영 

래퍼 키비가 2년의 공백을 깨고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키비는 지난 12월 13일 4집 앨범 〈Lost & Found〉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잃은(lost) 것도 많고 얻은(found) 것도 많은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은희경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는 소년이 자라면서 느끼는 고뇌와 아픔을 따뜻하게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래퍼 키비(Kebee)의 노래를 모티프로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키비는 2003년 소년의 성장담을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풀어낸 동명의 곡으로 화제를 모았다. 노래를 우연히 접한 은희경 작가가 이에 영감을 얻었고, 소설 제목을 이 곡에서 차용했다.

키비는 따뜻한 감성으로 특히 주목받아온 래퍼다. ‘거칠고 투박한’ 래퍼들의 세계에서 그의 위치는 그래서 더욱 독보적이다.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사로잡힌 시험 전날, 여태껏 서로를 지탱해주던 친구와 전화를 붙잡고 대체 우리가 지금껏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에 대해서 얘길 했지. 이건 누가 우리에게 품고 있는 기대치 때문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일이겠지.”

누군가의 일기장에나 적혀 있을 법한 이 독백은 키비의 히트곡 ‘고3 후기’ 가사를 발췌한 것이다. 단 두 줄의 문장에서 시험 전날의 초조와 불안, 허망함 등의 감정이 복잡하게 뒤얽힌다. 키비는 이처럼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단면을 포착해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번 앨범 역시 저의 음악적 바운더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예요. 감성적이라면 감성적이고, 여리다면 여리다고 볼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요. 다만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추스르는 의미에서 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앨범이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하긴 해요(웃음).”

4집 앨범 〈Lost & Found〉.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은 그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레이블 대표 혹은 프로듀서가 아닌 ‘독립된 아티스트’로서는 사실상 첫 앨범이기 때문이다. 키비가 오랜 기간 대표로 있었던 언더그라운드 힙합레이블 소울컴퍼니는 2011년 공식 해체했다.

“소울컴퍼니를 운영하면서 발표했던 음반에 대한 평가에는 거품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프로듀서로서의 이미지, 레이블 대표의 이미지가 그늘처럼 드리워져 있었을 테니까요. 소울컴퍼니를 운영해오면서 내가 비즈니스맨인가, 음악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갈등이 많았어요. 음악에 대한 갈증이 심했죠. 몰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반면 지금은 제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제는 음악으로 들려드릴 때인 거죠.”

새 앨범 〈Lost & Found〉는 개별 곡보다 앨범 자체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러 곡이 모여서 하나의 통일된 메시지를 나타내도록 하는 데 비중을 둔 것이다.

“곡 하나하나보다는 앨범 자체를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체 콘셉트와 균형을 고려해서 만들었거든요. 노래를 주욱 듣다보면 완성된 이미지가 그려질 거예요. 물속에 잠겨 있다 나와서 산에 올라 정상을 바라보고, 다시 산길을 내려가는 그런 이미지요. 그 무드를 이해하고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중 타이틀곡 ‘벼랑꽃’은 벼랑에 서서 내려다본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었어요.”


키비는 메모광이다. 틈날 때마다 수첩이나 휴대폰에 메모를 하고, 심지어 단편소설도 끼적인다. 감성 충만한 그의 가사는 모두 이 메모에서 나온다.

“그렇게 적어놓은 것들이 작업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가사가 없던 데서 나오지는 않거든요(웃음). 시놉시스도 쓰고, 좋은 문장이 있으면 그것도 쓰고, 때로는 파편 같은 단어 조각들을 의미 없이 나열하기도 해요. 그러고는 거기서 테마를 가져와 가사로 풀어내죠.”

메모거리를 찾다보니 자연히 독서량도 늘었다. 한국어에 대한 애정은 덤이다. “한국에서 힙합 음악이 잘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어의 힘이 컸어요. 래퍼들은 그 한국어를 가지고 음악을 하는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힙합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언어적인 재미를 살리는 게 저희의 몫이죠. 음악과 별개로 가사를 봤을 때, 글 자체로도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힙합신의 이슈 중 하나는 과거 언더에서 활동하던 래퍼들이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의 득세다. 일부 힙합 팬들은 이를 두고 ‘변절’ ‘대중영합주의’라며 비꼬기도 한다. “돈 벌려고 사랑 노래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키비의 솔직한 의견을 물었다.

“힙합음악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정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삶이나 살아가는 태도가 잘 반영됐을 때의 멋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경험이 멋스럽게 담긴 음악이라면 저는 환영이에요. 듣다보면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이게 되는 그런 음악이 있잖아요. 그중 사랑이란 소재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뮤지션이 사랑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여기서부터는 각자 판단할 몫인데 저는 사랑 노래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아요. 저 역시 사랑이란 주제를 가지고 가사를 많이 쓰는 편이고요. 이걸 어떻게 담아낼까 하는 음악적인 고민이 수반된다면 역시 좋은 음악이겠죠. 또 사랑 노래를 하면서 단지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 거예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그 너머의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랩이 주는 메시지를 한 번 더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반영’과 ‘공감’은 키비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래퍼로서 그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제 삶을 반영하는 음악을 계속할 거예요. 솔직한 제 자신을 투영하는 음악이요. 다만 저한테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의미 있는 것이어야겠죠. 제 삶을 바탕으로 쓴 얘기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10년 전에 제 음악을 들었던 사람이 10년 후에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면 좋겠어요.”
  • 2014년 0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