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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면 -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기쁜 크리스마스트리

글 : 이상희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트리》
글 : 글로리아 휴스턴 / 그림 : 바버러 쿠니 / 옮김 : 이상희 / 베틀북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디에서나 눈길을 끕니다. 세련되고 호화롭지 않다 해도 금세 분위기를 들뜨게 만들지요. 연말 무렵 으레 등장하는 이 장식물이 상투적인 계절용품 이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성스러운 나무를 숭배하는 관습에서라기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사람들 각각의 순정한 추억에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나오는 그림 또한 그렇습니다.

얼핏 봐도 크리스마스이브 축하공연이지 싶습니다. 무대 오른편으로 오르간을 연주하는 부인을 둘러싸고 꼬마 넷이 오르르 모여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피아노 위쪽과 왼쪽 난로 위쪽으로 각각 커튼이 몰려 있는데, 그러고보니 커튼 줄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한가운데 작은 무대 위엔 아기예수 인형을 눕혀놓고 요셉과 마리아, 목자 분장을 한 꼬마들이 둘러서 있고요. 그 뒤편으로 천사 분장을 한 아이가 의자 위에 올라 우뚝 키를 높여 서 있습니다. 하얗고 부드러운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두 팔을 날개처럼 활짝 펼친 채 동그랗게 입을 열고 있어요. 그리고 꼭 있을 법한 자리를 차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천사 아이 뒤쪽을 지키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군데군데 작은 촛불을 매달고 꼭대기에 천사 인형을 꽂았을 뿐이지만 기품 넘치는 이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히 트리 꼭대기의 천사 인형이 꼭 천사로 분장한 바로 그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크리스마스트리는 그림의 왼쪽 앞에 놓인 검은 주물 난로와 대각을 이루면서, 한 장면에 담긴 세계를 완벽하게 건설하고 있습니다. 바버러 쿠니의 여느 그림처럼 얼핏 소박한 듯하지만 완벽히 조화롭고 안정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이중주를 즐기는 예술품입니다. 왼쪽 페이지의 글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면 완벽한 이야기의 흐름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다름 아닌 발삼 전나무이고 ‘최고로 멋진’이라는 수식이 붙어 있으며, 천사 분장을 한 아이가 바로 주인공 루시이고, 그 커튼은 무대와 객석을 가르는 장막으로 주인공 루시의 엄마가 침대보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인들이 침대보 커튼을 열어젖혔습니다. 루시는 어두운 교회 창문에 자기 모습이 비친 걸 봤어요. 두 팔을 그럴 듯하게 벌리려고 애썼지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정말 날개를 단 것처럼 보였어요. 천사 루시가 말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여러분에게 아주 기쁜 소식을 가져왔어요.”

이 장면은 그림책 전체 3분의 2쯤에 이른 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산간마을 교회의 부인들과 아이들이 담당해 열심히 꾸민 크리스마스 축하공연을 보여주면서, 내적으로는 그동안 주인공 아이가 엄마와 단둘이 겪은 고난을 잘 헤쳐 나왔으며, 둘에게 기쁜 소식이 있으리라는 걸 암시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이 모든 사연의 상징이지요.

2000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100권이 넘는 그림책에 그림을 그린 바버러 쿠니는 《미스 럼피우스》에서와 같이 직접 글을 쓰기도 하지만, 다른 작가의 글에 그림을 그린 책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바버러 쿠니 그림의 그림책은 누가 글을 썼건 간에 통째 바버러 쿠니 작품으로 여겨지곤 하지요. 이 그림책 《최고로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도 글로리아 휴스턴이 글을 썼지만, 바버러 쿠니 작품으로 손꼽히곤 합니다. 글의 배경이 되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애팔래치아 산골마을을 답사하고 머물면서 거기서 뜨는 해를 맞고 거기서 지는 별을 보고,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침 인사와 식탁을 함께 나누고 느끼며 이 모든 것을 그림에 담아낸 공력 덕분이겠지요.

이 그림책을 만난 이후로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트리를 대신해 집안 어딘가에 이 그림책을 펼쳐 세워두곤 합니다.
  •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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