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들이 만든 듀오
‘원모어찬스’ 정지찬ㆍ박원

우리에게 노래는 공기 같은 존재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색깔 있는 음악과 라이브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원모어찬스(One more Chance)’.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선후배 사이인 정지찬과 박원이 만든 듀오다. 정지찬은 로이킴의 앨범 프로듀싱과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고, 박원은 보컬 실력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감성 다큐 같은 노래를 들려주는 이들은 포크를 바탕으로 R&B에서 팝발라드・록・댄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신들만의 음악적 개성으로 재해석해 발표해왔다. 2010년 데뷔 이후 이들은 방송에 얼굴을 내밀기보다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며 공연 때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해왔다. ‘2013 봄・여름・가을・겨울 프로젝트’의 세 번째 공연인 지난 9월 대학로 부근에서 열렸던 콘서트 <가을 음감회>는 ‘원모어찬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어쿠스틱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려한 연출과 강렬한 사운드 없이 이들은 자신만의 연주와 음성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2시간 남짓한 공연 내내 감성적인 가사와 멜로디에서 그들만의 잔잔한 힘이 느껴졌다.

사랑의 안타까움을 노래한 애절한 발라드 곡인 ‘눈을 감으면’은 피아노 솔로 연주와 함께 등장하는 정지찬의 잔잔한 음색과 클라이맥스에서 애절함을 더하는 박원의 고음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2003년 정지찬이 밴드 ‘휴’로 활동하며 발표한 1집 앨범 수록곡인 ‘그대를 사랑하는’은 당시 이승환・하림・이적・이소라 등이 참여한 곡인데, 정지찬이 보컬 박원을 위해 새로운 느낌으로 편곡했다. ‘미소 짓지 마’는 디스코 등 복고풍을 바탕으로 한 정지찬의 음악작업에 박원의 매끄러운 보컬을 얹어 이들이 음악적 실험을 거듭하는 팀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가지 마라’는 박원이 노래를 이끌어가는 기교와 힘이 느껴졌다.


이들이 처음 만난 날 만들었다는 ‘노래 불러’, 2년 동안 녹음과 재녹음을 반복한 ‘자유인’, 재녹음을 반복하면서 좌절한 박원을 위해 정지찬이 만든 즉석 응원가 ‘그럴 때도 있어요’ 등 모든 곡의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은 이들의 손을 거쳤다. 이들은 “우리가 음악을 만들면서 느끼는 즐거움, 행복이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연 마지막 퍼포먼스로 박원은 마이크나 음향기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정지찬의 기타 반주에 맞춰 대표곡 ‘널 생각해’를 불러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지찬은 가수 겸 작곡가로 음악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1997년 나원주와 함께 ‘자화상’이란 밴드를 결성, 감성적인 멜로디의 노래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제8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2008년 제19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출전한 박원을 보고 단번에 그의 음악성에 반했다. 정지찬의 눈은 정확했다. 박원은 이 대회에서 대상・가창상・작사상 등 3관왕에 오르며 자신의 음악성을 입증했다. 이듬해 정지찬은 박원에게 “함께 팀을 하자”고 제안했고, 박원 역시 이를 기쁘게 받아들여 박원의 ‘원(One)’과 정지찬의 ‘찬(Chance)’을 ‘더했다(more)’는 뜻의 ‘원모어찬스’를 결성했다. 정지찬은 “박원이 대상을 받을 때 나도 그 대회에 게스트로 참석했었는데, 무대에서 몰입하는 그의 모습에서 남다른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저 친구랑 함께 놀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제의했죠”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원 역시 “저도 함께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박원은 ‘원모어찬스’로 데뷔한 뒤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 및 진행자로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미대 출신인 그는 모든 앨범과 공연의 아트워크를 직접 담당하며 남다른 감각을 뽐내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유재하의 영향으로 음악의 길에 들어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재하를 워낙 좋아했습니다. 유재하는 작곡・작사・편곡까지 모두 자신의 손으로 했지요. 피아노・기타 등 악기도 자신이 연주하고요. 저도 유재하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악기를 두루 섭렵하고자 했던 것도 그의 영향이 제일 컸습니다.”(정지찬)


콘서트 리허설을 마친 후 지칠 법도 한데 이들은 지친 기색 없이 연신 싱글벙글 웃는다. 그 모습을 보며 ‘음악은 놀이’라는 그들의 모토가 와 닿는 느낌이었다.

“작업실 문 앞에 ‘음악은. 놀이’라고 써놨어요. 작업은 열심히 하되 무대는 즐기면서 꾸미자는 뜻이죠.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 공원 잔디밭에서 기타 들고 노래 부르며 연습하고, 어딘가 이동할 때도 늘 노래를 불렀어요. 그만큼 노래를 좋아했지요. 해가 어스름하게 지고 있을 때 노래를 부르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정식으로 음악활동을 하다보면 욕심도 생기고 그러잖아요.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곡도 잘 안 써지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음악으로 놀자’라는 자세를 유지하자는 다짐이었습니다. 마침 그때 만난 친구가 원이고요. 같이 작업실에서 노래 부르고 즐거웠던 기억 그대로 음악은 자유롭게, 지금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즐기고 싶습니다.”(정지찬)

그렇다면 이들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일까?

“제가 참을성도, 집중력도 부족해요. 그런데 노래는 4~5분의 곡 안에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공부는 4분 만에 보여줄 게 없는데(웃음). 미술을 좋아해 미대에 가긴 했지만, 제가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것은 노래예요. 거리를 걸을 때도 흥얼거리고, 어디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제게 음악은 마치 공기와 같아서 항상 제 곁에 있습니다.”(박원)

“특별히 음악을 따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 마시고 얘기하는 것도 사실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말하는 것도 하나의 울림이고 진동이고, 그림을 봤을 때 심장이 뛰고 영화를 볼 때 울컥하는 것도 진동이고 울림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음악인 것 같아요. 그 진동을 잘 컨트롤해서 다른 사람도 같은 진동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것. 그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정지찬)

미술학도 박원이 직접 디자인한 앨범 재킷 뒷면에는 팬들의 깨알 같은 롤링페이퍼가 가득하다.
이들은 가을 콘서트에 이어 12월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겨울 콘서트를 연다. 지금은 그 준비를 하느라 한창이다. 지난 2년여 동안 폭넓은 사운드를 바탕으로 팬 층을 넓혀온 이들은 록페스티벌 등 각종 공연에서도 주요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새롭고 풍성한 공연을 해나갈 겁니다.”

각종 음악 프로그램의 음악감독 섭외 1순위인 정지찬은 프로듀서가 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수가 무대에 섰을 때 앰프 위치 하나에도 민감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을 미리 배려하는 게 음악감독의 역할입니다. 가수가 마음 편하게 노래 부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그는 무대 밖으로 소리가 잘 나가는지에 특히 신경 쓴다. 가수와 연주자들의 음악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면 관객들의 얼굴에 감동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떠오르고, 그 반응을 본 음악가도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 것들, 지나쳐 가는 것들을 달리 보게 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낙엽 하나 떨어지는 것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잖아요?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해가고 싶어요.”(박원)
  •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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