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Modern Times〉 발표한 아이유

국민 여동생은 어떻게 아이돌의 굴레를 벗고 아티스트가 되었나

글 : 황선업   / 사진 : 김선아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발단은 바로 본인이 트위터에 올린 한 장의 사진. 그 후폭풍으로 인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었고, 순수함과 솔직함으로 대변되던 이미지는 가식과 영악함으로 탈바꿈했다. 주말극의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음악 이외의 승부수를 던져보기도 했지만, 호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은 배신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바로 작년만 해도 공전절후(空前絶後)의 기세를 달리던 아이유의 이야기다. 언뜻 보면 그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간 쌓아온 캐릭터에는 큰 흠이 갔을지라도, 다르게 보면 이는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제껏 유지해온 팬덤이 타격을 입은 상황이기에, 반대로 온전히 ‘음악’으로만 승부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 속 그는 일관된 스타일링을 유지하며 많은 이들이 예상한 ‘섹시’를 콘셉트로 사용했다. 빨간 립스틱, 시스루풍 의상, 풀어헤친 머리와 뇌쇄적인 눈빛. 진부한 이미지를 작정하고 사용한 듯한 겉모습은 앨범 속에 담긴 내실을 주의 깊게 들어달라는 메시지로 변모한다. 그렇게 귀를 가져가면 빈티지한 질감 속 흑백의 물감을 뒤집어쓴 매혹적인 실루엣의 그가 기다린다. 캔디팝을 부르던 여동생은 온데간데없이 말이다.

우선 타이틀곡부터 살펴보자. ‘분홍신’은 ‘너랑 나’에서의 그를 환기시키는 한편, 빅밴드 편성을 통해 뮤지컬과 같은 느낌을 살리며 음악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췄다. 관악기와 현악기의 웅장한 만남과 큰 스케일에 발맞추어가는 보컬의 생동감은 ‘좋은 날’이나 ‘너랑 나’의 비교우위에 서며 확실한 한방을 날린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모티프로 잡은 ‘Modern Times’는 우쿨렐레・튜바 등으로 과거 흑백 텔레비전 속의 영상에 흐를 법한 빈티지한 사운드를 재현하며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더불어 찰리 채플린과 대화하는 듯한 가사는 곡에 재미를 더하는 또 다른 감상 포인트다.

또한 전체적으로 사춘기 소녀에 가까웠던 정서에서 탈피해 일정한 바운더리에서 벗어난 범세대적인 감정을 읊기 시작했다. ‘누구나 비밀은 없다’를 통해서는 기존의 종속적인 연애관에서 탈피해 신기루와 같은 은밀한 만남을 스윙 리듬 위에 얹어냈고, ‘기다려’에서는 피아노의 불협화음에 맞춰 단순한 호의 대신 상대의 불친절함을 유도하는 도발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10대들이 느끼는 꿈과 환상, 애틋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그려낸 전작 〈Last Fantasy〉는 이제 현실의 접경으로 한 발짝 들어선 성인의 잔혹동화 속 한 페이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대를 넘나드는 뮤지션과의 협업도 여전하다. 끈적한 보사노바풍 기타를 배경으로 흐르는 최백호와 아이유의 듀엣곡은 한쪽은 가만히 손을 내미는 보호자의 배려를, 한쪽은 그 손에 모든 걸 맡기는 소녀의 의연함을 엿보이게 한다. 그런가 하면 포크 넘버 ‘한낮의 꿈’은 양희은의 중후한 음색이 더해지며 더욱 무게감을 지니게 되었다. 여기에 집시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박주원이 자신의 장기(長技)를 십분 나누어준 ‘을의 연애’, 샤이니(SHINee)의 종현이 동세대의 멜랑콜리함을 집어낸 ‘우울시계’를 통해 장르와 세대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 네. 사실 별로 부담은 안 돼요. 기대하시는 것에 대한 노력은 해야죠. 충분히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은 하는데 제가 열심히 했는데 안 되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기대를 해주신다는 것은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되니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 음악웹진 인터뷰 中

앨범을 듣다보니 작년 1월에 있었던 인터뷰 당시, 주위의 관심에 대해 부담은 없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떤 질문에건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애어른 같은 한 소녀의 놀라운 대답 중 하나였다. 색다른 시도에 기죽지 않는 태도는 생소한 매체나 장르에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훌륭히 표현해내게끔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곤 한다. 트렌드를 힘겹게 뒤좇는 동세대 가수들과 달리, 윗세대의 음악들을 흡수해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려 한 세 번째 장은 이러한 대담함으로 인해 성공적으로 귀결된다.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감성. 이 둘의 조우를 깔끔한 ‘팝’으로 완성시키며 그간의 우려를 완벽히 불식시킨, 노련함까지 돋보이는 한 장이다. 아이유에게 있어 다사다난했던 2013년, 〈Modern Times〉라는 반전은 그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할 기세다.

“앨범 낼 때마다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글: 류동연 인턴기자(서강대 4)


10월 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라이브홀. 정규 3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앞두고 그녀는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선수’였다.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매혹적이었고, 인터뷰를 하는 그녀의 태도는 솔직 담백했다. 그녀의 노래와 말에서는 성숙함이 묻어나왔다. 한참 어린 줄로만 알았던 ‘국민 여동생’이 어느덧 진정한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3집 앨범명이 〈Modern Times〉인데, 찰리 채플린 영화는 봤나요

이번에 앨범 준비하면서 채플린 영화를 처음 봤어요. 프로듀서 선생님이 무성영화를 보고 그 감성을 느끼라고 하셨거든요. 최근에 나온 〈아티스트〉도 봤고요. 영화들이 지금 봐도 참 세련됐더라고요.


타이틀곡 ‘분홍신’이 스윙재즈인데, 새로운 장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나한테 스윙 감성이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지금껏 부른 댄스나 발라드는 처음부터 잘 알아서 한 건가?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찾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창법을 크게 바꾸진 않았어요. ‘너무 스윙재즈처럼 부르진 말자’고 생각했죠. 대중가요니까 ‘어느 정도 느낌만 표현하자’고.


이번 앨범에는 유독 다른 뮤지션들과 콜라보가 많습니다

콜라보를 많이 해보고 싶었어요. 또래와도, 선생님들과도. 같이 작업하는 게 재밌거든요. 특히 양희은·최백호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영광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충격도 받았고요. 진정성을 담으라고 조언해주셨는데, ‘열심히’와 ‘진정성 있게’는 뭐가 다른지 고민도 했어요. 또래랑 하는 건 재미있었어요. 알콩달콩, ‘꽁냥꽁냥’, 앞으로도 끊임없이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중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있나요

최백호 선생님이요. 정말 신사입니다. 아직까지도 ‘아이유씨’ ‘아이유양’이라고 정중하게 부르세요. 자주자주 뵙고 싶고 노래도 같이 자주자주 부르고 싶어요. 같이 녹음한 ‘아이야 나랑 걷자’는 선생님과 제자의 느낌을 갖고 있는 곡이에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주는 조력자처럼. 아버지가 최백호 선생님 팬이라 그 곡을 무척 좋아하세요.


자작곡 두 곡은 어떤 곡인가요

‘싫은 날’은 중학교 때 연습생 시절 힘들고 춥고 외로울 때 쓴 일기장을 가지고 만든 곡이에요. 지난해 콘서트에서 라이브로 미리 팬들에게 들려줬는데, 반응이 좋으면 앨범에 싣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때 많이 좋아해주셔서 이번 앨범에 싣게 됐죠. ‘Voice Mail’은 애착이 강한 곡이라 제가 우겨 보너스 트랙으로 넣었어요(웃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다보니 앨범의 통일성이 약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운이 남기 전에 곡이 휙휙 바뀌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제 욕심일 수도 있는데,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은 다 담고 싶었거든요. 다만 엄청난 걸 담아보겠다는 마음은 없었고, 늘 하던 것처럼 열심히 재밌게 했어요. 원래는 제 노래 자주 안 듣는데, 이번에는 계속 들었어요. 녹음실 공기도 맡으면서.


이번 앨범 활동의 목표가 있나요

큰 각오나 목표는 없어요. 그냥 즐겁게 이것저것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운 콘셉트를 계속 시도하고 싶어요. 앨범을 낼 때마다 변신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면 합니다.
  • 2013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7

201907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7

event
event 신청하기
영월에서 한달살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