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천체사진가

하늘에서 춤추는 오로라를 보고 난 후 삶이 바뀌었죠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특별한 경험을 맛보고 싶을 때 오로라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먼 극지방에서 오로라의 장관을 경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오로라를 본 이후 삶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천체사진가 권오철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권씨는 지난 6월 자신의 여행기를 담아 책 《신의 영혼 오로라》를 발간했다.

사진제공 : 권오철
초록이 온통 하늘을 뒤덮는다. 그러곤 이내 너울거리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그 너울거림은 때로 휘몰아치는 폭풍이 되기도, 잔잔한 물결이 되기도 한다. ‘신의 영혼’이라 불리는 오로라가 나타난 순간이다. 하늘이 형광빛으로 물들고 오로라의 거대한 두 팔이 땅 위의 물체를 온통 휘감을 때, 사람들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신세계를 경험한다. 직업적인 오로라 헌터인 천체사진가 권오철씨에게도 이런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대기업에 몸담았던 권오철씨는 오로라를 본 후 삶의 행로를 바꿨다. 전업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갑자기 오로라가 밝아지면서 하늘을 채웠다. 2013년 3월 오로라 빌리지에서.
“그전에도 직장을 다니며 천체 사진을 찍긴 했어요. 전업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러다 2009년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본 이후 사표를 냈습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얼마 되지 않는 삶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소모한다는 것에 회의가 들었죠. 같이 간 일행 중 직장인은 저밖에 없더군요. 아무 곳에도 속박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그들의 삶이 부러웠어요. 제 마음속 자유의 유전자가 되살아난 거죠.”

직장을 그만둔 이후 권씨의 수입은 반으로 줄었다. 사진가로 먹고살 기반을 다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저는 아직도 1995년식 액센트를 타요. 사진가로 살려면 그랜저 타는 건 포기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풍족하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굶진 않으니까요(웃음).”

사자자리 대유성우. 2001년 11월 소백산 천문대에서.
천문학자들은 살면서 꼭 봐야 할 세 가지 천문현상으로 대유성우・개기일식・오로라를 꼽는다. 권씨는 이 셋을 모두 본 ‘행운아’다.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대유성우는 30~40년에 한 번, 지구의 단 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천문현상입니다. 저는 2001년 소백산에서 대유성우를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어요.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고, 그 별똥별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른 별똥별이 또 떨어지죠.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어요. 개기일식은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달이 태양을 완벽히 가리는 찰나 낮이 밤으로 바뀌면서 별이 보여요. 동네 개들도 이상한지 동시에 왈왈 짖어대죠. 아주 강렬하고도 신비로운 현상이에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오로라예요. 사실 오로라는 앞의 두 가지에 비해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천문현상이에요. 오로라가 나타나는 지역인 북극과 남극에 가면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임팩트는 그 어떤 것보다 큽니다. 밤하늘에 펼쳐진 여신의 드레스 자락을 훔쳐본 느낌이랄까요. 예언 하나 할까요? 오로라의 가장 밝은 등급인 ‘서브스톰’을 만났을 때 사진기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엄청난 광경에 압도되기 때문이죠. 동화 속 나라에라도 온 것 같은 환상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요.”

인생을 바꾼 오로라를 만난 곳, 2009년 12월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사진 김주원).
권씨를 이렇게 ‘오로라 예찬’에 빠지게 한 오로라는 대체 무엇일까. 오로라는 태양으로부터 시작된다.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띤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양 극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지구 대기와 만나 빛을 내는 것이 바로 오로라다. 오로라의 색은 대기 중의 어떤 성분과 반응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주로 초록색・붉은색・핑크색・보라색을 낸다. 그러나 우리가 북극 지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초록색 오로라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빌리지에서는 날마다 그날의 오로라를 레벨로 표기하는데, 레벨1은 오로라가 아주 약하게 나타나 누구에게는 육안으로 보이고, 다른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는 강도를 말한다. 레벨5는 서브스톰까지도 볼 수 있는 단계다. 미국의 NOAA(국립해양대기청)에서는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오로라의 상태를 액티비티 레벨1에서 10까지로 표시한다. 액티비티 레벨7 이상이 되면 밤하늘에서 오로라 서브스톰을 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오로라를 잘 볼 수 있는 ‘오로라존’으로는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북부, 그린란드 남쪽, 아이슬란드, 유럽과 시베리아의 북쪽 끝 등을 들 수 있다. 남반구에서는 남극대륙의 일부 지역이 이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오로라를 관측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는 권씨가 처음 오로라를 접했던 캐나다 옐로나이프다.

캐나다 에노다 로지에서 오로라 촬영 중. 2012년 10월.
“오로라를 관측하기 좋은 지역은 대개 사람이 사는 곳도 아니고, 교통도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교통이 나은 편이어서 각광받는 곳이 바로 캐나다 옐로나이프와 화이트호스, 알래스카의 패어뱅크스와 스웨덴의 아비스코 국립공원 등이죠. 이런 곳에서는 날씨만 좋다면 오로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2011년 10월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홈페이지 대문을 장식했다.
2011년 9월 캐나다 프렐류드 호수에서.
오로라는 11년마다 극대기를 맞는데, 이는 태양의 활동이 11년을 주기로 약해졌다 강해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흑점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화려한 오로라 불빛들이 밤하늘을 강렬하게 수놓는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태양 활동이 2011~2014년에 극대기를 맞기 때문이다.

“활발한 태양 활동이 향후 5년 정도는 유지될 것 같아요. 지금이 오로라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라는 거죠. 특히 흑점 폭발 같은 뉴스가 나오면 그 뒤로 며칠은 오로라를 보기에 최적기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월별 기후를 계산해서 맑은 날이 많은 기간을 여행 시기로 고르는 게 좋아요. 오로라를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옐로나이프의 경우는 12월부터 4월까지 겨울철에 맑은 날이 많죠.”

어안렌즈로 촬영한 오로라 서브스톰. 이 사진은 2010년 미국 NASA의 ‘오늘의 천체사진’에 선정됐다. 2011년 2월 캐나다 에노다 로지에서.
오로라 외에도 다양한 기상현상을 사진으로 남기는 권씨에게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10년 동안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를 방문해서 찍어야 하는 사진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특정 기간에만 나타나는 별을 찍어야 하는 경우죠. 별이 어떤 장소에서 어떤 시점에 가장 잘 보이는지를 파악해 그 장소를 찾아가 기다려야 해요. 그런 작업들이 산재해 있어요. 갈 길이 까마득하지만, 또 행복해요(웃음).”

핑크색은 매우 강한 오로라의 가장 밝은 부분에서 나타난다. 2013년 3월 오로라 빌리지에서.
그는 독자들에게 오로라 여행을 권하며 책 말미에 이렇게 썼다.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하려니 참으로 어렵다. 그대, 일생에 한 번은 오로라를 만나보라. 혹시 아는가. 나처럼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 2013년 09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