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스튜디오 뮤지컬’ 만든 고은령

공연장 가지 않아도 뮤지컬을 들을 수 있다고?

글 : 박소영 TOPCLASS 기자  / 사진 : 하지영 

들리는 뮤지컬? 뮤지컬을 듣는다고? ‘무대에 선 배우들의 춤과 표정 연기를 볼 수 없다면 그게 어떻게 뮤지컬이지?’라고 생각한다면, 팟캐스트에서 ‘스튜디오 뮤지컬’을 검색하시길. 들리는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뮤덕’(뮤지컬 마니아를 일컫는 신조어)의 길에 자진해서 입성할지도 모르니까.
‘돈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귀찮아도 이어폰만 꽂으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스튜디오 뮤지컬이다. 스튜디오 뮤지컬은 기존의 스테이지 뮤지컬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기존 뮤지컬을 라디오 드라마처럼 각색한 것이다. 전 KBS 아나운서 고은령씨와 3명의 스튜디오 뮤지컬 제작진이 함께 만들었다. 녹음이 한창이던 지난 5월 31일, 고씨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들리는 뮤지컬은 일종의 문화적 대안이에요. 관객은 보다 쉽고 간편하게 뮤지컬을 접할 수 있고, 창작자는 부담 없이 작품을 올릴 수 있죠.”

뮤지컬 마니아인 기자는 의아했다. 노래와 대사도 뮤지컬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배우들의 군무와 웅장한 무대미술을 보는 것도 뮤지컬을 관람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뮤지컬은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들려주고’ 있을까.

‘스튜디오 뮤지컬’의 극 스크립트.
“해설을 활용하고 있어요. 극 중간에 해설을 넣어 상황을 설명해주는 거죠. 물론 한계도 있어요. 처음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해설에 꾸역꾸역 집어넣었죠. 하지만 이제는 해설보다 대사에 더 주의를 기울여요. 처음 작품을 100% 다 살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거죠. 가령 작품이 굉장히 유머러스하다고 해도 그 작품의 코믹한 요소를 전부 가져갈 순 없어요. 팟캐스트 뮤지컬의 특성에 맞게 버릴 건 버리고 가죠. 최근에는 빠르게 치고 빠지면서 웃기는 작품보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 더 맞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스튜디오 뮤지컬은 크게 토크와 극으로 구성된다. 극을 들려주기 전에는 토크 타임을 갖는다. 공연 속 실제 배우들이 출연해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런데 이 포맷도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최근엔 포맷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요. 극을 들으러 왔는데 토크가 한 시간이나 진행되니 기다리다가 방송을 꺼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창작 뮤지컬 알리는 데 주력

스튜디오 뮤지컬은 창작 뮤지컬만 방송한다.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규모가 큰 창작 뮤지컬은 취급하지 않는다.

“창작 뮤지컬 시장이 힘들어요.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대형 창작 뮤지컬은 홍보가 잘되잖아요. 그 작품들은 저희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웃음). 하지만 창작 뮤지컬은 마니아층을 토대로 커가기 때문에 저희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국내 제작사도 ‘공연권’에 대한 라이선스를 가질 뿐 ‘각색’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도 있죠.”


방송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자, 스튜디오 뮤지컬 마니아들도 생겼다. 얼마 전 제작진은 청취자의 호응에 힘입어 ‘관객과의 대화’도 개최했다. 마니아 청취자 10명을 뽑아 작품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참여 관객이 지나치게 많으면 일방적인 강연으로 끝날 것 같더라고요. ‘대화’가 되려면 소수정예로 10명 정도만 초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튜디오 뮤지컬 제작자, 창작자, 관객이 모여 작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죠(웃음). 청취자들의 수준이 높아서 깜짝 놀랐어요. 저희가 오히려 더 많이 배웠죠.”

관객과의 대화에서 고씨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용 문제로 뮤지컬을 감상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스튜디오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방송을 듣다가 역으로 뮤지컬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뮤지컬 때문에 통장 잔고가 0원이 됐다며 한탄하는 20대가 많아요. 내심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희 방송이 본래 뮤지컬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겨냥한 게 아니라 1년에 한두 편 볼까 말까 하는 분들, 뮤지컬을 잘 모르는 분들을 겨냥한 거니까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한 셈이죠.”


스튜디오 뮤지컬은 올해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의 후원을 받는다. 뮤지컬 전문 잡지 〈더 뮤지컬〉도 스튜디오 뮤지컬을 돕기 위해 나섰다.

“기획이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구두 약속이긴 하지만 내년에도 지원하겠다고 하셨고요(웃음). 〈더 뮤지컬〉에서는 마케팅 지원을 받고 있어요. 〈더 뮤지컬〉 홈페이지 한쪽에 저희 배너가 올라가 있어요. 후원받은 이후 팟캐스트 다운로드 건수가 늘었습니다.”

스튜디오 뮤지컬 식구들에게 2013년은 ‘도전의 해’다. 그간 어디에서도 공연되지 않았던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스튜디오 뮤지컬에서 최초로 방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방송된 창작 뮤지컬 1호 〈안녕〉을 시작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내 발표작인 〈이상한 나라의 홈리스〉, 코미디극 〈주그리우스리〉를 성공리에 마쳤다.


6월 방송되는 창작 4호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와 7월 중 선보일 5호 뮤지컬 〈고백〉에 대해서도 청취자들의 기대가 크다.

“창작 뮤지컬의 경우 관객들이 잘 모르는 작품이라 청취율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기존 뮤지컬은 소재도 비슷하고 출연 배우들도 비슷한 반면, 저희 작품은 생소하지만 참신해서 청취자들이 좋아해요. 창작자들은 간섭받지 않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고, 청취자들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이것만으로도 저희가 한국 뮤지컬 시장에 일조한 것 아닐까요?”

고씨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과정에 다니며 연극이론을 배우고 있다. 뮤지컬에 대해 전문 지식을 쌓고 이를 방송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대극장으로 가면 갈수록 서양식 뮤지컬을 흉내 내려는 풍토가 남아 있어요. 하지만 대학로 창작 뮤지컬은 한국적인 뮤지컬에 가깝더군요. 바람이 있다면, 글쎄요. 한국적인 대형 뮤지컬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
  • 2013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8

201908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8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